주거관리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해 종종 언급할 기회가 있는데 주거관리의 영역은 기술, 회계, 법률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망라해 매우 전문적이고 건물의 장수명을 꾀하기 위해 계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모든 아파트단지는 획일화되어 있지 않고 물리적인 특성이 다르며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특성 또한 다르다. 그뿐이 아니다. 물리적인 특성, 거주자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다방면의 영역을 문제없이 소화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한 셈이다.

전자제품이나 건축설비가 고장 났을 때 우리는 해당 제품이나 설비를 잘 아는 기술자를 불러 문제를 해결한다. 주거관리 분야에서는 어떠한가. 관리사무소는 기술직, 경리직, 관리직 등 각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갖는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리사무소의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소장이 있는데 관리소장은 주택관리사보 혹은 주택관리사의 자격을 가져야 한다.

일본에서도 맨션관리와 관련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전문 자격제도를 두고 있다. 2001년에 맨션관리적정화추진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되었으니 우리나라보다 20년 정도 훨씬 늦은 셈이다. 2001년에 새로 도입된 자격증은 맨션관리사와 관리업무주임자 두 가지다.

 

맨션 문제의 종합 컨설턴트 – 맨션관리사

맨션관리사 제도는 자격시험에 합격해 등록을 마치고 전문지식을 가진 자가 관리조합이 맨션을 관리, 운영함에 있어서 조언, 상담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 관리현장에서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입된 자격제도다.

일본에서는 맨션관리를 위해서 관리조합을 구성하고 그 구분소유자가 관리의 책임을 가진다. 구분소유자는 맨션관리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을 충분히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각자의 본업을 가지고 있으므로 맨션의 관리에 충분한 관심과 참여가 쉽지 않다.

관리조합에서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경우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해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탁하지만 업무를 위탁한 범위에 속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그와 별개로 소유자 집합체인 관리조합에서 고민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기 때문에 관리조합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적절한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에 일본의 제도가 소개될 때 주택관리사와 유사한 자격제도로 맨션관리사에 대해 언급하곤 하는데 맨션관리사는 우리나라처럼 주택단지의 관리사무소에서 관리 실무를 책임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리조합이 필요할 때에 자문, 컨설팅을 요청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자격 취득을 위해 법령, 관리조합 운영, 계획관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맨션관리사 자격이 있어도 업무의 영역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전문가로서의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자격제도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기존에 맨션관리와 관련된 건축이나 법률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전문가가 맨션관리사를 취득해 전문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맨션관리의 어드바이저 지원 등 맨션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알선할 때 맨션관리사가 활용되고 있고, 실제로 장기수선계획 작성, 관리규약을 작성 등과 같이 중요한 사안에서는 맨션관리사와 같은 전문가의 활약이 필요하기에 많은 단지에서 맨션관리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업무를 의뢰하기도 한다.

또한 관리조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문제가 되는 맨션에 맨션관리사 등이 조합 이사장을 대항할 수 있는 제3자 관리자방식이 2012년에 도입되어 맨션관리사와 같은 전문가가 관리조합에 대한 전면적인 지원이 가능해지는 등 활약범위가 늘어났다.

2013년 중앙정부에서 실시한 맨션종합조사에서 관리조합에서 외부 전문가를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했는데 48.1%의 관리조합에서 전문가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문분야로는 건축사(24.4%), 변호사(18.7%), 맨션관리사(16.4%)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맨션관리사의 활용방법으로는 필요시 개별적인 상담 의뢰가 54.2%로 가장 보편적이었고 고문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20.9% 있었다.

 

관리회사 소속의 관리업무주임자

맨션관리업 등록제도를 도입하면서 맨션관리적정화법에서는 맨션관리업을 관리조합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관리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맨션관리업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그 등록제도는 2001년 맨션관리적정화추진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되었다. 등록된 맨션관리업자는 관리실적을 고려해서 관리업무주임자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관리업무주임자의 주요 역할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주체인 관리조합에게 위탁계약에 관한 중요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관리위탁계약서에 날인하도록 하는 것으로, 관리업무주임자가 아니면 위탁관리계약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그만큼 위수탁관리계약에 있어서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계약 이후에 위탁관리회사에서 수행하는 계약상의 관리 사무 내용을 보고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관리업무주임자는 맨션관리사와 마찬가지로 맨션관리현장에 직접 배치하지 않는다.

위탁관리회사에서는 30개 단지마다 1명의 관리업무주임자를 고용하도록 법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위탁관리의 경우라도 관리 현장에 여러 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경우는 없다. 관리회사와의 업무연락을 담당할 관리원을 두거나 관리회사의 담당자가 순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리업무주임자 제도를 둔 것은 위탁관리회사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회계관리, 운영관리, 유지보수 등 성격이 다른 업무를 주택관리사(보)의 전문자격을 가진 관리소장이 총괄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자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이 있는 장기수선계획, 관리규약에 관한 업무도 수행한다.

관리사무소장은 자치관리의 경우와 위탁관리의 경우 사용자가 달라지지만 관리방식에 따라 업무패턴이나 수행업무가 달라지지 않는다. 위탁관리계약이 종료되어 자치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자치’의 주체인 입주자들의 역할이 늘어나지 않고 반대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관리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지만 관련법령에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해 행정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한다는 인식이 있을 뿐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다. 신문지상에서 관리소장 등 관리종사자에 대한 인격적 모독 기사가 종종 보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는 관리비를 정산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 이상으로 합의형성 기법, 각종 기술을 통합하는 능력 등 상황에 따라서 추가적인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쩌면 관리 종사자를 대하는 인식의 부족이 전문가로서의 역량 발휘를 저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주택관리’를 하나의 전문 분야로 인식하는 것에서 발전해 주택관리 속의 ‘다양한 전문분야’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