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현재의 일본이 우리의 미래와 비슷한 모습일까’라는 물음에 전문가들은 ‘같은 듯,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겉은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은 산업 규모나 본사에 대한 사업자 신뢰도 등에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외식 프랜차이즈 체인 본사 대다수는 오랜 기간 평균 30~50%의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통해 점포개발 및 직원 채용과 교육, 영업 마케팅, 슈퍼바이징 심지어 점포 부진 시 진단과 처방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과정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통해 대량 판매와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제 막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식당 폐업률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노하우를 갖춘 오래된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폐업한 프랜차이즈 식당 수는 1만3241곳으로 전년 대비 18.7% 증가했다. 하루 평균 36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강태봉 알지엠(RGM)컨설팅 대표는 “사실 일본과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많이 다르다”라며 “프랜차이즈 본사 규모 면에서 보면 일본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 개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보통 1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지만, 우리나라는 매장의 비율이 평균적으로 20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지는 비율이 많은 것이 본사의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3000개에 달한다. 일본은 고작 550개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일본은 하나의 브랜드가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20여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실의 차이가 나타난다.

일본 외식프랜차이즈 체인 점포 매출이 일반 음식점포보다 월등히 크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009년 일본 외식프랜차이즈 체인 본사가 512개, 점포수는 5만4426개, 매출은 39조3268억으로, 이는 점포 단위당 연매출과 일 매출을 보면 각각 약 7억2257만원과 약 190만원이 되는 셈이다.

음식점포 숫자로 보면 일반음식점 67만개(*매출 153조4770억원으로 점포당 연 2억2900만원, 일 62만7000원)의 8.12%밖에 안 되지만 매출은 약 3배를 더 팔고 있는 셈이다. 외식업 전체에서 프랜차이즈체인 점포가 차지하는 점포수는 8.12%에 불과하지만 매출은 일반점포의 3배 이상인 25.6%를 갖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사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독특한 점은 일본 외식프랜차이즈체인 본사의 특성 중 하나는 대다수가 3~5%의 높은 로열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우 2%대도 있지만 로열티를 받지 않는 기업도 있다. 높은 로열티를 받고 있다는 것은 본사가 그만큼 신뢰와 힘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우리나라는 로열티가 낮거나 없는 대신 관리 역시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일본에서 뜨는 프랜차이즈로는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한 접시에 2000원짜리 꼬치 등을 판매하는 이자카야”라며 “일본과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성향, 민족성, 문화적, 정치 경제 등 다르지만, 경제적인 부분이나 1인 가구 증가, 노령화 등 사회적 구조는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른 원천 기술이나 핵심 아이템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해 소량을 담은 메뉴나 이들을 겨냥한 인테리어의 외식 프랜차이즈가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로, 일본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추세다. 그러나 향후 사업에 대한 지속성은 일본보다 훨씬 낮다는 점에서 본사의 경쟁력 강화와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경희 창업연구소 소장 역시 일본이 외식뿐 아니라 경영의 효율성 등이 우리보다 발달해 있어 음식점 내 연출이나 디자인, 외식 경영에서 원가관리 손익 등이 더 체계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우리나라도 원조 음식점이 있지만, 일본에는 장인의식과 전문성이 더 뛰어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게 이 소장의 의견이다.  

이 소장은 “일본의 경우 혼밥족이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로, 우리나라도 외식자재 값이 올라가 있고 혼밥 문화 등 일본 외식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듯 하지만 입맛 등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조언이다. 예를 들면 일본 과자와 우리나라 스타일이 다르고, 일본에서는 튀김 전문점이 잘 되는 아이템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튀김만 파는 음식점 형태가 보편적이지 않다.

이에 일본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맛의 형태나 운용 방법은 따라갈 수 있지만 ‘업태 창조의 시대’에 맞춰 아주 세분화된 분야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본사의 철저한 관리와 노하우 공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라이 미찌나리 알씨피코리아 대표이사 역시 일본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문화가 비슷하고, 경제발전구조 역시 일본식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인구구조도 비슷해 저출산, 고령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라이 대표는 “현재 일본 외식에서는 혼밥 아이템이나 서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인 ‘이키나리스테이크’나 손님까리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바(Bar)형식의 이자카야와 요리 전문성이 높은 집이 인기”라며 “한국 역시 혼밥 열풍과 1인을 겨냥한 외식 트렌드가 불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트렌드가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젊은 1인 가구 VS 고령 1인 가구

편의점 역시 다양한 서비스와 도시락 같은 간편식의 확대 등 일본 편의점 성장 과정과 많이 닮았다. 또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에서 ‘생활밀착형’ 채널로 떠오르면서 택배, 은행업무, 세탁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진입한 고령화 사회에 초점을 맞춰 가까운 편의점에서 거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구비해놨으며, 특히 신선식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제품 판매가 호황을 이룬 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젊은 층은 대상으로 한 제품 출시와 서비스가 많고, 좀 더 일찍 고령화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다. 특히 신선식품 등 건강을 고려한 제품들 위주의 배치가 눈에 띄며, 멀리 이동하기 힘든 고령 소비자들이 가까운 편의점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세부적으로 다르다.

한국 편의점은 아직까지는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도시락 등 간편식 시장 형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CU의 경우 3월부터는 1주일에 2회씩 간편식 신제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CU관계자는 “자사 상품연구소를 통해 간편식에 집중한 신제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으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이 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편의점을 사회적 기능을 하는 인프라로 활용하는 사업에도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리적인 특성과 관련돼 편의점이 이재민 센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역시 자연 재해 등 소비자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들이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니스톱 측은 우리나라도 핵가족화, 저출산, 고령화, 1인 세대의 증가, 일하는 여성 인구의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본처럼 소비 경향이 흘러가 편의점도 일본처럼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 가게에서 모든 일상생활 쇼핑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다.

미니스톱 관계자는 “웰빙 바람이 지속됨에 따라 건강을 의식한 상품의 정비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단순히 편리하기만 한 것을 넘어 고객의 건강까지 신경 쓰는 편의점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해보면,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지금은 젊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간편식이 주를 이루지만, 한국 역시 고령화 사회 진입 문턱에 있기 때문에 향후 현재의 일본처럼 노년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주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오태헌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대응은 우리나라와 구조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선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국내 편의점이 3만개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구당 편의점 수는 일본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점포당 매출은 일본과 비교해 약 4분의1 수준으로 질적 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작년 4분기 기준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점포수는 총 3만141개로 4분기에만 865곳이 늘었다. 지난 2015년 이후 기준으로도 편의점 수는 분기 평균 777개씩 늘어난 것이다.

한국 편의점산업협회 2015년 통계를 보면, 한국 편의점은 인구 1777명당 1개였지만, 일본 프랜차이즈협회 기준 일본 편의점은 2374명당 1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편의점이 5만5699개로 2281명당 1개임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편의점 수로는 일본을 추월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편의점의 점포 1개당 매출은 5억7100만원 정도로 매장당 약 19억9100만원의 매출이 나오는 일본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급속한 성장 이후 성장률 둔화를 겪으면서 편의점 사업이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편의점 업계가 매장 확대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같지만, 다르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두 나라가 비슷한 그림의 길을 걷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구조 기반과 성향 그리고 경제 상황 등이 맞물려 있다.

좋은 것이 있다면 적절하게 ‘벤치마킹(Bench Marking)’하고, ‘퓨처마킹(Future Marking)’을 통해 미래를 내다봐, 결국 우리가 ‘오리진(Origin)’이 되는 게 가장 좋은 길로 들어서는 방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