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CEO> 야스다 다카오 지음, 김진연 옮김, 오씨이오(OCEO) 펴냄

사업 성공담을 읽을 때 주의사항 한 가지. ‘무턱대고 따라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 책은 마치 돈키호테처럼 파격적이고 다소 무모한 듯한 방법으로 파죽지세의 성장을 거듭해온 한 일본 사업가의 경이적인 성공담이다. 그래서 잘못 따라 하다간 더 빨리 망할 수 있다. 그냥 사업에 참고하자는 마음으로 읽으면 된다. 다만,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영감과 용기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저자가 창업한 종합할인점 돈키호테는 현실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검증된 성공사례다. 개업 후 27년 연속으로 매출과 이익이 성장해왔다. 2016년 6월 현재 매출은 7596억엔(8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432억엔(4700억원)이다. 시가총액이 일본 최대 백화점인 미쯔코시세이탄홀딩스보다 1조원 이상 높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이 강세인 시장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로는 드물게 7년 연속 최고수익 기록을 갈아치우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본 유통업계의 이단아라 불리는 저자 야스다 다카오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한 것처럼 거대한 기성 유통업체들을 공략해 무너뜨리고 말겠다는 각오로 사명을 골랐다. 그러고는 사명처럼 업계의 상식과 관행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업을 키웠다. 첫 번째 성공비결은 ‘싼 가격’이다. 29세 때 당시 유행하던 소매할인점을 시작했다. 가게 이름은 ‘도둑시장’. 장물처럼 싸게 팔겠다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일반도매상들이 그에게만 물건을 싸게 줄 리 없다. 하루 매출이 2000~3000엔 수준이었다.

그는 도산에 직면했을 때 전략을 바꿨다. ‘감히’ 대형 도매상과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기로 한 것이다. 무수한 문전박대 끝에 반품된 상품, B품, 샘플제품을 헐값에 구할 수 있었다. 판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던 샘플과 반품상품을 당당히 돈을 받고 판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고객들은 싼 가격에 반해 몰려들었다. 지금도 돈키호테는 전제 상품에서 덤핑상품 비중을 40%대로 유지하고 있다. 도산 직전 업체의 덤핑 상품을 40~60% 싸게 사들여 10~30% 할인가로 판다. 이익률도 높고, 고객도 가격에 만족해한다.

두 번째 비결은 압축진열이다. 사업 초기 18평 가게에 곱절이 넘는 물건이 들어온 적이 있다. 창고가 없어 할 수 없이 물건을 천장까지 쌓고 통로에도 진열했다. 매장 안은 미로처럼 됐다. 그런데, 당시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이를 반기며 보물찾기를 하듯 즐겁게 쇼핑했다. 이때부터 돈키호테는 유통업계의 상식과는 반대로 ‘물건을 찾기 어렵게, 집기 어렵게, 사기 어렵게’ 매장을 꾸몄다. 이후 압축진열된 상품 중에서 초저가·스팟 상품, 특이한 상품을 찾느라 고객 체류시간은 크게 늘었다. 야스다는 “쇼핑은 즐거워야 한다”며 “긴부라(긴자를 하릴없이 걷는 것)처럼 고객들이 돈부라(돈키호테를 찾아와 하릴없이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것)를 하는 게 돈키호테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는 심야영업이다. 편의점이 밤 11시까지 영업할 때 그는 밤 12시까지 문을 열었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심야쇼핑 니즈가 있음을 눈치 챘다. 돈키호테 매장 대부분은 야간 매출이 전제 매출의 65%나 된다.

권한위양은 네 번째 비결이다. 돈키호테는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매장 운영을 맡긴다. 상품 구매에서 진열, 가격 책정,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위임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이 방식은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야스다는 “권한을 일하는 당사자에게 넘겨주면 현장의 영웅들이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업계 평균 10배에 달하는 ‘평당 매출’과 경쟁사 대비 50% 이상의 객단가를 올리고 있는 비결 중 하나다.

다섯 번째 비결은 망한 유통업체 자리에 점포를 오픈하는 것이다. 그들이 망한 것은 경영을 잘못한 탓이다. 유통전문가들이 선택한 자리이므로 위치는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건물주는 다급한 처지다. 이를 간파한 야스다 사장은 2016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의 공세 속에 종합 슈퍼마켓, 가전 양판점, 쇼핑센터 등 폐점하는 점포가 늘어나면서 저비용으로 출점 가능한 부동산 임대 제안이 늘고 있다”며 “점포 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돈키호테는 최근 개장한 매장 40곳 가운데 34곳이 기존 유통업체가 망한 자리였다. 이 밖에도 돈키호테는 퇴사 직원의 재입사를 적극 허용하는 등 역발상적 기업운영을 하고 있다.

저자는 후발업체는 업계 상식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업계 상식이란 이미 승리한 기업들의 논리일 뿐 후발 주자가 승리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독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