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LG G6가 출시됐습니다. 분위기는 어떨까요. 초반 하루 평균 1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짝 인기'에 머물 것이라는 말도 나와요. 벌써부터 판매 현장에서는 갤럭시S8을 기다리는 대기자들이 몰려 LG G6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후문입니다. 물론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 리서치에 따르면 LG G6는 출시 첫주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지속성이죠.

LG전자 입장에서 LG G6는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스마트폰입니다. 지난해 LG G5의 부진으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인력 재배치(라고 쓰고 인력을 줄이는...)에 돌입한 상태에서 LG G6는 말 그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스마트폰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초 LG전자 3개 사업부 사장이 일종의 삼두체제를 바탕으로 조직을 끌어갔지만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사실상 조성진 부회장 원톱 체제가 자리를 잡은 배경이 의미심장한 이유입니다.

 

위기, 그리고 꼬여버린 스텝
이러한 위기를 의식해서일까요. LG전자는 LG G6를 준비하며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행보를 보여줬어요.

하지만 심각한 위기감이 눈을 가렸기 때문일까요. 이 과정에서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LG G5에서 파격적인 모듈식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기술의 LG'라는 자기최면에 걸려 실제 사용자 경험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어요. 여기에 부실한 공급망 관리, 모듈의 기기적 결함 등은 총체적인 난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자 LG전자는 LG G6를 준비하며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습니다. 조성진 사장은 지난해 LG V20을 국내에서 공개하며 "LG G6는 모듈식이 아니다"고 선언한 바 있지요. 그런데 모듈식을 이미 구매한 사람들은? 조준호 사장은 "모듈식을 차용한 것은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미 LG G5를 구매하고 차기 모듈식 스마트폰을 기대하던 사람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진정성의 문제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LG G6 출시 정국에서 LG전자가 갑자기 LG G4와 LG V10의 안드로이드7.0(누가) 업데이트 일정을 발표한 것도 분명 고무적인 상황판단이지만 일각에서 비판받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LG전자는 LG G4와 V10에 추가적인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어요.

일각에서는 LG전자가 2015년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LG G4와 V10의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LG G6가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아 급하게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진정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전작인 LG G4와 LG V10의 무한부팅을 이유로 이용자들이 현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도 뇌관입니다. LG전자 G4와 V10을 구매한 현지 이용자들이 "무한루팅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브랜드 가치적 측면에서 엄청난 타격이에요.

▲ LG G6.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다"
LG전자가 LG G6 출시하는 장면을 천천히 살펴보면, '위기-대응-꼬여버리는 스텝'의 분위기가 읽힙니다. 사활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진정성 등의 문제가 거론되는 지점은 다소 억울할 수 있지요. 여기에 LG G6의 판매가 생각보다 살아나고 있지 않다는 일각의 비판은 더욱 끔찍해집니다.

하지만 업계를 취재하는 입장에서, LG G6가 걷는 행보를 천천히 보면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의지가 생생하게 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먼저 판매 자체에 대한 분위기. 분명 초반보다 못하다는 분위기가 읽히지만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 리서치의 결과는 '일단 고무적'입니다. 출시 첫 주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LG전자는 전주보다 8.7%포인트 상승해 17주 만에 20%선을 넘어섰어요. 잃었던 20%를 다시 회복한 것이지만, 분명 서광이 비추는 중입니다.

여기에 지속적인 '바람의 흐름'을 보겠습니다. 온라인 동영상 주목도를 측정하는 비저블 메저스(Visible Measures)는 23일 G6 × 댄스 바이럴 영상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률을 기록한 바이럴 영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LG G6는 미국 궁방부 14개 내구성 테스트에도 통과했고, 다이나믹스와 함께 LG페이 서비스 실시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LG G6가 국내에서 일정정도 바람을 일으키고, 북미에 진출해 고무적인 성과를 보이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바이럴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차지하는 지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관심도를 말하는 것이며,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LG전자의 경쟁력이 일정정도 통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LG G6는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자신이 통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LG G6는 배경이 어떻든 지금까지 어려움에 허덕이던 다른 LG전자의 스마트폰과는 분명 다른 바람을 타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이 실제로 보면 '엉망'일 수 있겠지만, 스냅드래곤 821 탑재가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로우스펙이 아니라는 점까지 포함해서, LG G6 자체의 미래에 집중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왜?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여기에 걸어보고 싶습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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