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최근 귀국했다. 수년 전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현지인과 연애를 하더니, 지난해 결혼한 뒤 베이징에 터를 잡았다. 이번에는 다른 친구 결혼식 참석차 한국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입국장에서 만난 그는 짧은 인사에 이어 예년 대비 중국 출국 과정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행 비행기 탑승 전, 체크인에만 30분가량을 소모했다고 덧붙였다. 매번 중국 관광객 인파에 밀려 애를 먹었다는 것.

베이징 공항의 한국행 비행기 탑승 풍경도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우리나라 국적기였던 비행기 좌석도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무엇보다 항상 들리던 중국어 기내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

다음날 결혼식을 마치고 서울시 중구 명동을 찾았다. 친구는 한국에 올 때마다 부인과 현지 지인들에게 다양한 상품들을 부탁받는다. 유아용품, 식음료, 옷 등을 사기 위해 명동 일대를 휘젓는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의 현지 지인들은 한국 물품을 여전히 선호했다.

4호선 명동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왔다. 롯데백화점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을 육안으로도 알 수 있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는 중국인은 찾기 어려웠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여행상품이 사라진 탓이다. 이달 들어 중국 정부는 한국 관광 패키지상품과 일반 여행상품 판매 중지를 지시했다. 개인 여행만 가능한 상황이다.

우려와 달리 명동의 활기는 여전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빈자리는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이 대신했다. 평소 찾아보기 어려운 서양인들이 눈에 띄었다. 화장품 로드샵 호객꾼들은 중국어 대신 일본어를 외쳤다. 친구의 중국인 지인은 다음 달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단체 관광객이 줄어든 지금이야말로 한국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고 면세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신음소리가 들리고 있다. 하루아침 사이 주요 고객층을 통째로 잃어버린 셈이다. 의문이 든다. 단일 소비층에만 의지하는 시장을 건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명동에서 일고 있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국내 관광사업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위기가 체질개선에 나설 적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