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성 코멘토 대표(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 실업률은 2014년 10.9%에서 2015년 11%, 지난해 12.5%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청년들은 대학 졸업을 미루고 이른바 ‘취업 8대 스펙’ 쌓기에 급급하다. 8대 스펙은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점수의 토익성적 ▲어학연수 ▲각종 자격증 ▲봉사활동 경력 ▲인턴활동 경험 ▲공모전 수상 ▲좋은 학벌 ▲고학점 등이다.

이재성 코멘토 대표는 우리나라 취업시장이 구직자와 기업 서로가 원하는 인재와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취준생들은 워낙 학생시절부터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기업들은 스펙이 인재의 역량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다른 지표가 없어 고민이라고 하소연한다.

이 대표는 코멘토 서비스를 통해 현직 기업담당자들을 통해 정말 실질적으로 필요한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축적된 취준생 정보를 분석해 기업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구직자 간의 벽을 허물고 스펙 이외의 역량을 분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대기업 취직이라는 ‘탄탄대로’를 버리고 험난한 스타트업의 길에 들어선 이재성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스펙보다 역량’ 취업 트렌드 변화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높은 실업률에 대해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전자‧화학‧중공업 등의 산업이 부진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에는 최근 생산라인이나 신규투자가 동남아시아로 이전됐다. 투자규모나 매출신장이 크더라도 국내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효과가 나타나는 추세다.

얼마 안 남은 자리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구직자가 많아 뽑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기업들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굿피플’을 뽑는 것이 트렌드였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에서 고스펙에 인적성검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인원을 뽑았다면, 그를 인사팀이든 재무팀이든 아무 곳에나 넣어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인사관리를 잘할 것 같은 인원을 뽑아 인사팀에 배치하고, 재무분석을 잘하는 인재를 재무팀에 넣는 형태로요.”

문제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어떤 역량이 있는지,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스펙 말고는 판단할 지표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해당 실무에 역량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기도 하는데, 관심 있는 분야에 포트폴리오를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거나 지원자들의 능력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는 기업들이 점점 스펙을 불신하지만, 취준생들은 아직까지 스펙 쌓기에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들어가 놓고 1년 이내에 그만두는 현상 역시 ‘스펙 쌓기’가 문제라고 언급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는 ‘1학년은 나가서 놀아라, 학사경고 맞아도 된다’라고 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이게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죠.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1학년부터 도서관에서 공부합니다. 스펙을 쌓거나 짜인 트랙을 찾는 데 익숙해져 있죠. 막상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올 때,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 이재성 코멘토 대표(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현직 종사자가 직접 ‘실전적 멘토링’ 제공

그게 제공하는 코멘토 서비스는 현직 실무진들이 직접 취준생에게 실전적인 멘토링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할 때 인맥 네트워크의 질에 따라 출발선이 현저히 다릅니다. 얻게 되는 정보와 기회 면에서 차원이 다르죠. 코멘토 서비스는 이러한 출발 기회를 평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코멘토는 온라인에서 사용자가 부담 없이 기업 현직자에게 질문할 수 있고, 면접 예상질문을 받을 수 있다. 소액결제를 하면 자기소개서에 대한 첨삭지도도 가능하다. 익명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멘토들은 24시간 이내 답변을 해준다. 제한시간 안에 조언을 해준 멘토는 소정의 보상이 주어진다. 현재 코멘토 서비스의 멘토는 6000명, 취준생은 1만8000명 수준이다.

취준생들이 사용하면서 나온 데이터들을 활용해 부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추천채용서비스’가 있다.

“멘토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이 어떤 산업에 관심 있는지, 역량 등을 알게 됩니다. 이런 정보들을 취합해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역량 분석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맞는 기업을 추천해줍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원하는 인재에 부합한 구직자를 추천받을 수 있죠.”

역량 분석기는 기계학습방식을 이용한다. 자소서나 이력서를 읽고, 지원자에게 부각되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기존 데이터를 통해 예측한다. 멘토가 지원자의 잠재역량을 24개로 분류해 선택하고, 코칭과 동시에 강점역량이 매칭된 역량을 추천해주는 형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특히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실전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멘토링 서비스라 하면 은퇴한 CEO 같은 분들이 굉장히 형식적인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코멘토는 실무진을 매칭해줍니다. 멘토와 멘티의 나이 차가 2~3년 수준이기 때문에 가장 최신의, 실전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코멘토 서비스(출처=코멘토 홈페이지)

“사명을 찾기 위한 창업”

이 대표는 창업 전 두산그룹에 취직한 대기업 회사원이었다. 그는 당시 만나는 사람들과의 호흡도 좋았고, 일도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질문의 답은 ‘사명’이었다.

“지인과의 대화에서 ‘사명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육체가 죽어도 내가 가졌던 사명은 지속해서 남아있고, 미래 세대까지 전달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최초에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비영리단체에서 취준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오랜 기간 지속해왔다. 개인적으로 했던 일을 더욱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창업까지 결심했다.

“회사 동기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너무 힘들었습니다. 주 7일 일하고 새벽까지 일했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무조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겠다, 사명에 맞는 서비스를 한다는 생각으로 멘토링 플랫폼을 추진했습니다.”

이재성 대표는 장기적으로 이직 시장에 대한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지금은 취업만 다루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직 시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멘토들 역시 본인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커리어를 만들고 강화해 나가는 부분에서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