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사옥 (자료사진) / 출처 = 금호아시아나그룹

산업은행의 완강한 태도로 인해 ‘컨소시엄 불허’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던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변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이길 수 있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와 산업은행 간 ‘기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정치권의 목소리가 그룹 쪽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호남 반대 목소리 변수 무시 못해”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수세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막판 뒤집기’를 통해 금호타이어의 최종 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체적인 판도는 박삼구 회장 쪽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금호그룹 내부에서 ‘이길 수 있는 포인트’를 확실히 잡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정치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뚜렷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향후 인수전 전개 방향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분위기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판단이 가능한 셈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반감과 국민 정서, 정치권의 강력한 목소리 등이 커다란 변수로 남아있다는 점도 주요 쟁점이다.

실제 산업은행이 최근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원칙을 고수한다면 금호 측 주장을 받아들여줄 필요가 없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22일 채권단과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상의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대선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은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다수 쏟아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혜나 ‘먹튀’ 논란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도 한국 기업이 중국에 넘어가는 일에 직접적인 우려를 표했다.

국민 정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더블스타 측이 ‘금호타이어 인수 후에도 임직원 고용 승계 등을 약속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오히려 논란의 불씨가 됐다. 입장문 내용이 지난 2004년 쌍용차 인수를 앞두고 상하이자동차가 발표한 내용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했다 대량해고와 투자위축 등 아픔을 남기고 ‘먹튀’를 해 비판을 받았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금호타이어는 광주·곡성 등에 공장을 지닌 국내 유일의 ‘호남 기업’이다. 중국에 넘어갈 경우 국민적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치권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팔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 ‘컨소시엄 허용’ 안건 선정···“더블스타 유력”

현재까지 분위기는 금호타이어가 박삼구 회장의 품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2일 박삼구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공식 부의했다.

산업은행은 당초 20일 해당 사안을 채권단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들어 이를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안건에 대한 의견 취합은 서면으로 이뤄진다. 앞서 금호산업 매각 당시를 감안할 경우 각 은행의 사정에 따라 취합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사안이 매우 중대한데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인수전에 주목하고 있는 탓에 24일께에는 채권단의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컨소시엄 불허’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논의를 통해 이같은 의견이 모아질 경우 ‘산업은행이 채권단 논의 없이 컨소시엄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장은 그 힘을 잃게 된다. 금호 측은 이를 바탕으로 법적 싸움까지 고려하고 있다.

당초 컨소시엄 불가론을 꾸준히 제기해온 산업은행의 목소리가 채권단 내에서 크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의 가장 큰 근거다.

컨소시엄 허용 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지분 기준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우리은행(33.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인 32.2%를 가지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독단적으로 ‘거절’ 의사를 내비쳐도 안건은 부결된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더블스타가 ‘우선매수청구자의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한가’를 물어온 공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에 와서 그룹 편을 들어줄 경우 각종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다.

다른 은행권 역시 ‘불허’의 뜻을 내비친 경우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주장에 힘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이 박 회장의 안은 부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또 “증권가 내부에서는 더블스타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더 큰 것으로 감지된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우리 의사를 내비칠 경우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