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직접 투자 500억원을 비롯해, YG의 YG인베스트먼트 펀드에도 500억 원을 출연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네이버는 웹 오리지널 콘텐츠에 900억원, 오디오 콘텐츠에 300억원 이상 등 향후 5년간 국내 콘텐츠와 기술 분야에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나갈 계획이다. IT기업과 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이다.

네이버는 왜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을까. 네이버 박선영 V&엔터 CELL 리더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는 브이 라이브 등의 네이버 서비스와 YG의 전문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네이버는 이번 YG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 더욱 다채로운 신규 콘텐츠와 서비스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네이버가 추구하는 글로벌 전략, 즉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판로 개척에 있어 엔터테인먼트를 일종의 매력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규정했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 카카오TV와 달리 브이 라이브에 있어 철저하게 셀럽 중심으로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는 네이버다운 행보다.

▲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1천억원을 투자, 엔터테인멘트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출처=네이버

엔터테인먼트, 그 강렬한 유혹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라는 말을 직역하면 '오락'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엔터테인먼트는 그 이상의 개념이다. 엔터테인먼트라는 말 자체가 '특정한 틀로 붙들어두다(entretenir)'라는 12세기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엔터테인먼트는 가수나 아이돌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단순한 일회성 유흥이나 오락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생태계를 조성하는 강력한 무기이자 포괄적 사유의 개념, 나아가 객체를 잡아두는 일종의 미끼다.

사실 IT기업이 엔터테인먼트에 눈독을 들인 사례는 심상치않게 발견된다. 최근 철저한 IT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SK C&C는 지난 1월 CES 2017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위드'(Wyth)'를 공개한 바 있다.

SK C&C의 왓슨 기반 인공지능 ‘Aibril(에이브릴)’과 SM의 셀러브리티 콘텐츠를 결합해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SM소속 스타들의 음성을 담았고, 향후 SM 에이브릴 개인 비서 서비스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양사가 ‘에이브릴 기반 엔터테인먼트 전문 서비스 개발 협약’ 체결 이후 인공지능 왓슨 기반의 ‘에이브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온 연장선이다.

▲SK C&C가 선보인 인공지능 스피커 위드.

카카오도 있다. 지난해 1월 카카오는 국내 1위 종합 음악 콘텐츠 사업자인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의 지분 76.4%를 1조 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가수 아이유와 애이핑크, 씨스타 등 많은 뮤지션을 보유한 음악 콘텐츠 사업이 카카오라는 플랫폼에 탑승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로엔엔터네인먼트는 1978년 시사영어사(현 YBM)의 자회사로 출발한 서울음반이 모태. 카카오는 로엔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사 O2O 전반의 풍성한 생태계를 꾸린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이르면 9월 로엔의 콘텐츠를 활용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공개할 전망이다.

▲ 국내 1위 음악콘텐츠 보유기업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는 아이유. 출처=픽사베이

IT기업이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는 분위기가 있다면, 역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IT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SM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SM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SM타운:뉴 컬처 테크놀로지, 2016'이라는 행사를 통해 자사의 신사업을 대거 소개한 바 있다.

내용이 재미있다. 디지털 음원 스테이션 개설, EDM 레이블 설립 및 페스티벌 개시, 디지털 플랫폼 '에브리싱(everysing)' '에브리샷(everyshot)' '바이럴(Vyrl)'을 론칭, '루키즈 엔터테인먼트(Rookies Entertainment)' 앱 공개, MCN 등 SM의 5대 신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소통(Interactive)을 중심으로 양방향 IT 플랫폼을 대거 풀었다. SM은 지난 2010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협력해 3D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나름의 동력을 보여준 바 있다.

SM은 중국 알리바바픽처스의 대대적인 투자를 받기도 했다.

▲ SM의 신사업을 소개하고 있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의 '로라'에 대응해 공동으로 'NB-IoT'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16일 공동 입장자료를 통해 "LG유플러스가 음악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KT그룹의 음악서비스 전문 그룹사 ’KT뮤직’에 지분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전격 참여한다"며 "KT뮤직은 사명을 ‘지니뮤직’으로 변경한다"고 전했다.

KT뮤직은 KT그룹의 음악서비스 및 음악유통 전문 그룹사로 KT가 지분 49.99%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LG유플러스는 이번 투자로 KT뮤직의 지분 15%를 인수해 KT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르게 됐고, 이사회 총 9석중 1석도 확보했다.

쉽게 말하면 LG유플러스가 KT의 음원 경쟁력을 일정정도 확보하고, KT는 LG유플러스와의 플랫폼 시너지를 노리는 장치다.

시야를 넓혀 글로벌 무대를 바라보면, 엔터테인먼트를 정조준한 대형 플레이어들의 행보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당장 게임황제 텐센트는 한국은 물론 미국 제작사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중국판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TBO’(Tmall Box Office)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콘텐츠 사업에도 손을 뻗친 상태에서 지난해 자회사인 알리바바픽처스가 미국 영화제작사이자 투자배급사인 엠블린 파트너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눈길을 끈다.

꼭 IT기업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기업으로 유명한 완다도 영화관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제작투자에서부터 배급, 영화 상영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으며 2016년 9월말을 기준 완다는 자국 영화관 347개 및 3056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미국 2위 극장업체 AMC, 유럽 최대 극장업체인 오디언&UCI시네마를 연이어 인수했으며 미국의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 Inc.)까지 손에 넣었다.

▲ 출처=완다

왜 엔터테인먼트인가?
IT기업부터 부동산,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파격적인 변신을 불사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것일까?

일차적으로는 플랫폼 강화를 위한 트래픽 확보다. 먼저 카카오의 로엔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O2O 사업에 촘촘하게 개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음원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활밀착형 모바일 플랫폼에 덧대는 순간 다양한 사업적 비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의 생태계에 새로운 객체를 끌어오는 미끼가 될 수 있으며, 생태계 자체를 강화시킬 수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의 로엔 사례를 보면 양사 모두 트래픽이 의미있게 향상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셀럽을 중심으로 모바일 라이브 동영상 경쟁력을 자사 플랫폼에 연결하는 상황에서, 한류 콘텐츠는 곧 외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SK C&C의 전략도 큰 틀에서 보면 셀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플랫폼 강화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지니뮤직이라는 교집합을 가져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트래픽을 유발하고, 플랫폼을 강하게 만들어 자사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알리바바와 완다의 경우는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며 강력한 내수시장의 덕을 본 사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콘텐츠를 가진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를 내수시장을 장악한 자사의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네이버 등의 목표와 동일하지만, 미세한 방법론 측면에서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트래픽 및 플랫폼 전략의 강화를 넘어 시장과 시장의 측면에서 거시적 시각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 완벽한 문화의 장악, 혹은 시장 정서의 장악이라는 키워드도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자체가 철저한 유흥이자 생활밀착형 서비스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지점에서 파생된 콘텐츠의 위력이 곧 연관된 모든 국지적 생태계 객체들을 강한 유대관계로 묶어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사유의 영역이자 모든 시장의 연결고리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다른 사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이유기도 하다. 콘텐츠적 매력이 강하기 때문에, 또 시장의 의식을 빠르게 지배할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중매체 비평가 닐 포스트맨은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든 텔레비전 담론의 상위 이데올로기"라며 "가장 중요한 가정은 거기(엔터테인먼트)에 오락과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의 가장 근원적 본능을 확실하게 잡아낼 수 있는 곳,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 가장 강력한 생태계 유인의 미끼. 추상적 기술의 담론에서 실생활에 밀착된 IT 플랫폼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에 욕심을 내는 배경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