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들이 선거 때부터 트럼프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가짜 뉴스’라며 주요 언론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일(현지시간) 오바마 전대통령이 트럼프 사무실을 도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증거가 없다는 FBI와 국가안보국의 증언이 나오자 ‘대통령의 신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하와이 인근 100마일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한다면, 미국인들은 이를 믿을 것인가?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보여주고 있는 그칠 줄 모르는 과장, 증거 없는 비난, 믿을 수 없는 부인(否認), 그 외 다른 여러 거짓말 등, 이런 것들 중 어느 것이 그의 대통령직 실행에 가장 해를 끼치는 것인지 우리로서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그의 그런 행위 중 가장 최근의 예가, 3주 전 토요일 아침 트윗에 올린 글 – “선거일 승리 직전 버락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의 내 전화를 도청했다” - 을 내리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정보부, 민주당 및 공화당 고위 관계자들이 줄이어 그런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술 취한 사람처럼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며, 대변인으로 하여금 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주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 – 그는 이 자리의 자격이 없다 – 는 폭스 뉴스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영국 정보부에 도청을 의뢰한 것 같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이런 주장은 영국 정보통신본부의 부인으로 거짓으로 드러났고, 영국 뉴스는 미국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처음 올린 트위터 글의 증거를 찾기 위해, 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부심이라는 또 하나의 죄를 저지르며, 대변인으로 하여금 동맹국을 모욕시킨 제멋대로의 TV주장을 반복시켰다.

도청 트윗은 그의 반대 진영에 칼을 주는 꼴이 돼 대통령에게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왜 자신의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마이클 프린을 도청했는지, 누가 자신이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흘렸는지 등과 같은 합법적인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합법적인 질문 마저도, 그의 거짓 트윗에 대해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는 부인이 더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 연방 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은 이날 하원 정보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을 주장한 트윗들을 뒷받침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공모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해 주었다.

백악관이 FBI가 불법 도청에 개입된 것처럼 암시한 도청 트윗이 코미 국장을 화나게 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승리 후 코미 국장을 유임시킨 것이 실수였을까? 어쨌든 대통령은 이제는 자신의 선거 운동 조사를 시도하는 FBI국장을 해임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수 많은 거짓 주장을 일삼았지만 살아남았다. 그의 핵심 지지자들이 그것을 그저 후보의 과장된 제스처로 보았고, 그의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을 더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대통령이다. 모든 것을 용서하는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Breitbart) 차원을 넘는 지지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새 건강보호법안에서 배운 바처럼, 그는 자신의 소속 당부터 자신의 어젠다를 찬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는 또 위기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지원을 요청할 때 자신을 기꺼이 믿어 줄 해외의 친구도 필요하다.

더구나 이번 주에 그가 지명한 대법원 판사 지명자와 건강보호법안이 의회를 무난히 통과되면,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고 그가 자신의 공약을 성공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FBI국장의 도청 부인 발언으로 이번 주가 시작됐다.

이제 취임 두 달을 맞은 대통령에 대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는 37%에 머물렀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 측이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백악관과 선거 운동의 핵심 인물들은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백악관과 그 추종자들은 '페이크 뉴스'라고 주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날 아침에 트위터로 '페이크 뉴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폭스뉴스조차 백악관 관련 청문회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거짓 뉴스를 언급하지만, 그가 진실을 경외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은 그를 ‘가짜 대통령’이라고 간주할 것이다.

한편, CNN은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지난 대선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지난해 9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케어' 시행이 지연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세제개편안 등 성장정책의 시행도 늦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증시 위축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