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는 봄날 토요일 아침, 직장인 K 씨는 데이트 약속이 있다. 여자 친구와 메신저로 영화를 보기로 약속하고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눈여겨보았던 영화를 골랐다. 곧바로 영화관 앱으로 들어간 K 씨, 예술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고른 영화의 예매순위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다. K 씨는 쉽게 예매를 마치고 구매한 티켓 내용을 여자 친구에게 메신저로 보냈다.

관객들은 영화 관람을 결정하고 언제 티켓 구매를 할까? 75%가량의 고객이 영화 관람 당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하 CGV리서치센터 고객 분석 자료 기준). 당일 구매 고객이라 하더라도 이는 예매 고객과 현장 구매 고객으로 나뉜다. 예매 고객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하고, 현장 구매 고객은 극장에 직접 방문해 창구를 통하거나 무인 티켓판매기를 이용한다. 이 비율은 각각 50:50 정도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 청소년들은 무인 티켓판매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티켓판매기 앞에 모여 각자 티켓을 구매하는 모습은 지금은 일상적인 그림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싶어 하는 청소년층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반면 직장인들은 당일 구매를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예매를 선호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 데이트를 즐기거나 직장 동료들끼리 극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당일 예약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당일 구매 고객이 아닌 사전 예매 고객이다. 당일 구매 75%를 뺀 25%가량의 고객이 하루 전 또는 그보다 더 빨리 사전 예매를 한다. 이 얼마 되지 않는 사전 예매 고객이 영화 흥행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사전 예매 고객이 전체 관객 수의 선행 지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전 예매 고객이 많을수록 실제 유료관객 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만큼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배급사들은 어떻게든 사전 예매 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렇다면 사전 예매 고객들은 어떤 특징을 보일까? 우선 입소문에 민감한 연령대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루라도 먼저 영화를 예매하는 고객층은 25세에서 29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체 연령 중 이 연령층 고객이 20%를 넘어선다. 이어 30~34세, 35~39세, 40~44세, 20~24세 순으로 나타난다. 정리하면 대체로 25~34세 젊은 고객이 사전 예매를 많이 하는 메인 고객층으로, 35~44세 고객이 서브 고객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전 예매의 메인 고객층으로 떠오른 25~34세는 사회생활 초년생 정도로 볼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영화를 많이 보는 층이기도 하다. 이들은 입소문에 민감하고 자신이 볼 영화를 검색할 때 TV나 포털보다는 SNS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페이스북, 여자는 인스타그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의 전파력도 강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자신의 SNS에 감상평 등을 남기거나 입소문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전 예매 고객 1명이 적어도 10인의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호하는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이나 블록버스터 같이 가볍게 보고 즐기는 영화에 집중된다.

사전 예매의 서브 고객층은 35~44세 연령대는 앞선 메인 고객층과는 다소 다른 특징이 나타난다. 대부분 유아나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연령대로 분류된다. 따라서 영화를 볼 때도 대부분 아이와 함께 보는 영화를 선택한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성 있는 영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당연히 주변 영화평에는 다소 둔감한 특징을 보인다. 볼 영화를 찾기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이나 영화 기사를 많이 참조해 영화 내용을 사전 파악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25~34세대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영화 관람 후에는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단관 극장 시절 개봉영화를 보기 위해 몇 백 미터씩 줄을 섰던 풍경은 멀티플렉스 시대에서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전 연령대에서 극장 현장 발권의 비중보다 모바일을 통한 예매 비중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심지어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연령대의 모바일 앱을 통한 영화 예매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를 한다는 것은 하나의 패턴으로 정착됐다. 극장과 배급사는 고객들의 영화 티켓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마케팅에 잘 활용함으로써 영화 흥행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