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는 최근 우주 숭실대점을 방문했다.(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입맛에 딱 맞는 집을 구하기는 어렵다. 조금 쾌적하다 싶으면 가격이 만만치 않고, 조금 저렴하다 싶으면 낡거나 비좁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의 경우 경제력이 취약한 까닭에 더욱 암담하다. 대부분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금액을 보증금으로 요구받는다. 정부 주택정책은 부부나 가정 중심으로만 만들어지다 보니 청년들은 소외되기가 쉽다. 이런 와중에 셰어하우스로 청년 주거 빈곤의 답을 찾은 업체가 있다.

셰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한 집을 공유하는 주거방식이다. 침실 같은 개인공간과 거실, 화장실, 주방 등 공유공간으로 이뤄졌다. 국내 시장에서는 ‘우주(WOOZOO)’가 대표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13년 종로 1호점을 시작으로 52호점까지 확대됐다. 3월 현재 4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대 291명을 수용할 수 있다.

우주는 투자자가 소유한 주택을 셰어하우스 사업에 적합하게 개조한다. 내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지점을 위탁 관리해준다. 월세 등 발생한 임대료 일부를 수익으로 받는다.

 

투자자 만족도 높여 지점 수 확장

주거 형태도 다양하다. 종로 1호점은 한옥집을, 강북구 미아동 6호점은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홍대 14호점은 두 집을 이은 구조다. 남녀가 함께 살고 있다. 우주의 월세는 30만~50만원대다. 보증금으로는 두 달 치 월세를 받는다.

우주는 올해 들어 흑자를 내고 있다. 지점 수가 확대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됐다는 부연이다. 김정현 우주 대표는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다. 투자자에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컨설팅한다”며 “일례로 월세 60만원을 받던 공간을 셰어하우스로 개조해 35만~40만원씩 4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고, 입주자는 저렴하게 집을 구할 수 있다”며 “우주는 그 사이에서 셰어하우스 인테리어와 위탁 관리 등을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의 만족도는 빠르게 늘고 있는 지점 수로 가늠할 수 있다.

▲ 주방과 연결된 복도 벽면에 '우주보드'가 붙어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는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우주 44호점’을 방문했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숭실대입구역에서 내렸다. 2~3분 걷자 하얀색 2층 주택에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안녕 우주인’이라고 쓰인 검은색 간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지하, 1·2층이 각각 44·45·46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 전용인 45·46호점에는 차마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이소현 우주 마케팅 팀장이 44호점으로 안내해줬다. 그는 “입주자 두 분이 주무시고 계신다”며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30평형대의 44호점은 지난달 문을 열었다. 3인실 1개와 2인실 2개로 구성됐다. 총 7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주방과 거실도 있다. 방마다 옷장, 침대, 수납함, 의자, 책상 등 개인시설이 구비됐다. 냉장고, 세탁기, 가스레인지, 밥솥, 전자렌지, 에어컨, 정수기 등은 공용시설이다. 월 임대료는 2인실 34만5000원과 32만5000원, 3인실 29만원이다. 운영관리비는 매달 3만원이 부과된다.

건조대에 빨래들이 걸려 있었다. 견학을 허락해준 입주인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재차 들었다. 주방과 연결된 복도 벽면에 커다란 칠판이 붙어있다. ‘우주보드’다. 쓰레기 분리수거일, 공지사항, 입주인 스케줄 등을 기록한다. ‘일주일에 이십분만 청소하고 광명찾자’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거실에는 넓은 탁자가 비치돼 있다. 한쪽 모서리에는 소화기가 자리 잡고 있다. 화재경보·스프링쿨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이소현 팀장은 설명했다. 빨간색 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주생활백서’다. 입주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생활규칙을 담고 있다. 우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입주자들의 솔직한 후기가 궁금해졌다.

회사원 이다현 씨는 1년 넘게 우주 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 지점에서 1년간 살았다. 숭실대 근처에 새로운 지점이 오픈된다는 소식을 듣고 옮겨왔다.

▲ 거실에는 입주인의 편의를 위해 넓은 탁자가 비치돼 있다.(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방이 고향인 이 씨는 취직을 하고 상경했다. 처음에는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원룸에서 자취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룸생활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그리웠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우주를 알게 됐다. 그간 집을 구할 때마다 부동산을 찾아 다녔다. 직거래를 신뢰할 수 없었던 때문. 중개수수료, 이사비용, 가구 등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우주는 기본가전, 정수기, 무선인터넷까지 완비돼 있다. 무엇보다 혼자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셰어하우스 입주, 생활비 3분의 1 절감”

그도 발품을 팔며 집을 알아본 적이 있다. 여의도 원룸 여러 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월세만 70만~80만원 수준이었다. 보증금은 당연히 1000만원 이상. 관리비는 저렴한 곳이 10만원이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당시 셰어하우스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월세만 따져본다면 우주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생활비까지 따져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면 다른 입주자들과 음식을 해먹고 식료품 비용은 분납한다. 원룸 시절보다 생활비가 3분의 1가량 줄었다는 부연이다. 보증금이 필요 없는 만큼 목돈이 생기면 정기예금 같은 재테크도 가능하다.

이 씨는 셰어하우스의 장점으로 대인관계를 꼽았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생활하는 게 매력이다. 여성 혼자 살 때 느끼는 불안감도 줄었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높다는 설명이다. 퇴근 후 귀가하면 다른 입주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묻는다. 이 씨의 경우 화장실 딸린 1인실을 사용하는 까닭에 사생활도 보장받을 수 있다.

타인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다. 셰어하우스 특성상 마음이 맞는 사람들만 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셰어하우스를 선택한 입주자 대부분은 공동생활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 씨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사교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 배려하고 지낸다”며 “가끔 누군가가 너무 바빠 청소가 어려우면 좀 한가한 사람이 대신 치워준다. 그렇다면 고마운 마음에 다음 청소를 더 신경 써서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