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다. 위기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수십 년째 불황에 불경기에 위기가 계속되면서 대체 호황기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만 한데 한국 산업계가 또 흔들리고 있다. 경제 상황은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먼저 터진 조선업에서 위기가 촉발된 듯 하지만 위기의 전운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국내 조선업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전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1 위를 자랑했다. 쇠락한 일본은 상대가 안 됐고, 기술적으로 한참 뒤를 쫓아 오는 듯 보였던 중국도 안중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는가 싶더니 2008 년부터는 수주잔량에서 중국에 세계 1 위 자리를 내줬고, 자력으로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병약해졌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2-3 년 내에 닥칠 것이라고들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쓰나미의 공통점

쓰나미의 무서운 점은 예상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알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계 전반의 여러 위험 신호들도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 공포스럽다. 위기의 시계는 대략 2018 년쯤에 맞춰져 있다. 2008 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상처입었던 기업들은 너무나도 힘겹게 버텨왔다. 또 그로부터 10 년쯤 전인 1997~1998 년에는 IMF 외환위기로 전 국민이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만 했다. 얼추 10 년 정도의 주기로 국가 전체를 뒤흔들만한 대규모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어서, 큰 국면을 지날 때면 소리 없이 나타나는 강자가 있는 반면에 승리에 도취되어 있던 조직은 쇠락한다. 혜성같이 나타나거나 점진적으로 두각을 보이건 간에 성장해 나가는 강한 조직은 그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때 잘 나가던 기업이 어느 순간 휘청거리게 되는 이유도 그럴만한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유동성 위기의 끝에 기업들이 해체되고 흩어지고 먹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업에는 돈이 잘 돌아야 한다고들 한다. 기업들이 내부에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다. 2016 년 6 월 기준으로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즉시 인출 가능한 예금을 합하면 역대 최대 규모인 614 조원을 넘는다. 얼마나 큰 파도가 몰려올지, 얼마나 지속되고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없으니 계속 쌓아두는 것이다.

 

기업의 혈관에 흐르는 것은 돈인가 소통인가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이나 조직에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모든 문제가 ‘돈 문제’인 것 같지만, 실제 문제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혈관이 막히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이 조직 내외부의 커뮤니케이션이 막힌 조직은 유지가 힘들다. 돈이 부족한 기업은 어렵게라도 버텨나갈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막혀버린 기업에게 내일은 없다. 돈으로도 그 ‘혈관’은 뚫을 수가 없다.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들이 어느 순간 쓰러졌는가 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어 보였던 기업들이 전혀 다른 업종에서 보란 듯이 강자로 우뚝 서기도 한다. 잘 나가던 기업이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틀림없이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겼다는 반증이다. 반면 힘든 회사가 어느 순간부터 수익성이 조금씩 나아져 다시금 높은 성장세에 놓이게 되었다면 다양한 계기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활성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내부의 문제일 수도 있고 대외적인 것일 수도 있다. 내부라면 작게는 팀 내 동료나 팀간 아니면 조직 상하부 간 소통 문제에서부터 시작된다. 대외적인 문제라면 내부 문제가 여과 없이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나 부풀려지거나 와전되어 생기는 문제다. 당면한 문제를 적절한 소통의 방법이 아니라 외면하고 회피하다가 악화시키는 것이다.

조직 내의 업무는 대부분 커뮤니케이션 자체라 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직접적인 결과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이었던 소니는 그야말로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소니 VAIO 사업부에서 7 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미야자키 타쿠마는 저서 <소니침몰>에서 몇 가지를 지적한다. 최고 리더가 현장에서 떠났고, 조직 전체가 경직화되었으며, 전략의 소극화가 진행되었다. 철학도 열정도 없는 사람들이 회의만 죽어라 해댔고, 조직 구성원들은 스스로가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으려고만 했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기술까지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커뮤니케이션이 죽어버린 결과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탑을 쌓기 위해서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다. 강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생명과 같이 생각하고 지킨다. 전세계 PC 업계의 최강자였던 HP 의 공장 내 기나긴 복도에 유일하게 쓰여 있던 문구가 바로 ‘Communication! Communication! Communication!’이었다.

 

강한 회사, 커뮤니케이션에서 답을 찾아라

잘 나가는 기업들은 항상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투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체질을 바꾸며 창의력과 실행력을 높여 결국 더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만든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흉내내기에 급급하며 전시효과만 노린다. 힘들어질수록 더 멋지고 화려한 비전을 만들고 미션을 부여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에겐 와 닿지 않는 죽은 구호일 뿐이다. 당장 위기에 직면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허둥대기만 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회의에서는 뭔가를 과감히 시도하기보다는 책임지지 않으려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명줄을 끊기 일쑤다. 그러고 나서 커뮤니케이션 했다는 뿌듯함에 취하게 된다. 조직을 활성화하자는 구호만 난무하는데 정작 구성원들은 사소한 문제도 이야기할 상대를 찾지 못해 고개 숙인다.

나는 IMF 외환위기에서부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격랑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기업의 위기의 파도를 헤쳐 나왔다. 아니 아직도 헤쳐나가는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추징금 사건, 역시 국내 최대 규모 M&A, 수십여 차례의 기업 인수전, 1.2 조원 규모의 해외 기업 지분 및 관련 금융상품 매각, 계열사들과 부동산을 비롯한 대형자산 처분, 해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유상증자와 감자, 프로스포츠단 인수 운영 등 아마 재계에서 겪을 수 있는 고단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들 대부분을 겪어왔다고 할 수 있겠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위기 상황들을 헤쳐오면서 얻은 교훈은 단 하나다. 당장 돈이 많고 적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잘 커뮤니케이션 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

커뮤니케이션은 관계일 수 밖에 없다. 조직, 특히 기업은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발전할 대로 발전한 최고의 시스템과 조직도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에서 찾는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 이라는 말이 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이다. 기나 혈이 통하지 않으면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고 잘 통한다면 불편하지 않고 아프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조직이나 기업에서도 당연한 말이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는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먼저 사람 관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거래 관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협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을 의사소통 실패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어디서나 관계를 만들 기회를 찾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의사 소통이 아니다.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이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것에 대해 말과 문자를 아는 것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한 마디는 그만큼 위대하다. 시대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세월이 갈수록 더 커져만 간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초딩 때부터 들어온 속담이 갈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1. 기업의 위기 극복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으로 풀어라.

2. 거래 관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3. 진정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진심을 담아 전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