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과 고령화로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은 신경과 전문병원으로 뇌졸중을 앓고 있는 환자 비율이 다른 일반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 뇌졸중 환자 중 많은 수가 당뇨병을 기저질환으로 지니고 있다. 그중 갑자기 발생한 급성 뇌경색 환자의 경우 자신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가 병원에 와서 시행한 검사에서 당뇨가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은 뇌경색치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당뇨 관리가 중요한데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면, 한번 당뇨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당뇨 약물을 복용해야 된다고 생각해 약물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고령의 환자일 경우 이때까지 당뇨 없이 잘 지냈는데 무슨 당뇨냐며 당뇨병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은 대부분 오랜 기간 축적된 잘못된 식습관 및 운동 부족으로 인해 신체에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질병이므로 약물치료 기간이 다른 급성기질환보다 긴 것은 맞다. 하지만 한번 투약하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약을 중단할 수 없다는 속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오랜 기간 잘못된 식습관 및 운동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고, 약을 먹고 난 뒤 혈당 관리가 어느 정도 되다 보면 약물치료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이런 경우가 한번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악물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당뇨 약을 복용하면서 잘못된 생활양식을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개선해 나가다 보면 투약 약제 용량이 줄어들 수도 있고 드물지만 당뇨 약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60대 남성이 입 마름,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시는 증상이 발생해 당뇨가 걱정된다면서 외래로 내원했다. 환자는 최근 3개월 전부터 금연하기 위해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사탕을 하루에 10~15개 정도 지속적으로 먹었다고 했다. 평소 건강에는 자신 있다는 환자의 혈당은 300 이상이 측정되었고 혈액검사를 통한 당화 혈색소 수치는 9.5%로 정상보다 많이 높게 측정되었다. 환자에게 당뇨임을 설명한 뒤 최근 많이 먹었던 사탕 섭취 금지 및 유산소운동 &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며 잡곡밥 및 간이 덜 된 싱거운 음식을 섭취할 것을 교육하고, 당뇨 약을 처방했다. 치료 시작 2주일 후 환자는 새벽에 한 번씩 식은 땀과 속이 울렁거리는 저혈당 증상 발생하고 자가 측정한 혈당이 100 이하로 측정된다고 했다. 그동안 약물복용뿐 아니라 운동 및 식이조절을 교육받은 대로 열심히 시행했다고 했다. 기존에 처방했던 당뇨 약제를 감량하고 현재 잘 개선하고 있는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환자는 한 번씩 밀가루 음식이나 빵 그리고 자극적인 양념이 된 음식을 먹고 나면 혈당이 많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자가측정 혈당을 통해 알고 난 뒤부터 음식 조절에 더욱 신경을 쓴다고 했다. 처음에는 2가지 약제를 투약하다가 1개월 후부터 약제를 1가지로 줄이고 운동과 식습관 개선을 지속한 다음, 치료시작 3개월 후 시행한 혈액검사상 당화 혈색소 수치는 6.2%까지 감소되었다. 앞으로 3개월간 당뇨 약제 복용 및 생활습관 관리 후 당화 혈색소 수치 6.0% 이하로 측정되면 약물을 중단하고 생활습관 관리만 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예정이다. 투약을 중단하면서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할 것은 당뇨는 완치의 개념이 있는 질환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생활습관 관리를 꾸준히 지속하지 않으면 다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당뇨병은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식이습관 및 운동습관 개선이 중요한 만성 질환이다. 모든 당뇨환자가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생활습관 개선은 당뇨 약의 약제 개수 및 용량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