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최근 사드 관련 정치적인 이슈로 중국 진출 기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팽배해지고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윤재웅 중국경제센터장은 중국에 대해 불확실한 요인들이 분명히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 중국 시장을 10%도 채 활용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수많은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윤 센터장은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중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펼치며 선전하는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을 하고자 중국 경제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윤 센터장은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민간 연구소인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중국경제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중국 경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면서 산업 전망을 살피고 국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보다 구조조정에서 한국 기업 역할 무엇인지 길 찾아야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윤 센터장은 이번 양회의 특징에 대해 온건한 성장 기반하에서 리스크 관리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성장률이 6.5%에서 7% 사이를 전망했지만 최하단선인 6.5%를 제시했어요. 그 말은 이제 성장에 대한 목표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다는 겁니다.”

윤 센터장은 중국이 과거 신용확대로 발생한 지하경제 등 그림자 금융을 제거하면서 리스크를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GDP는 제일 예측하기 쉬워요 정부의 입만 보면 되니까요.” 우리나라처럼 시장 경제를 하는 국가들은 그 시장 상황을 봐야 하지만 중국이 6.5% 성장하겠다는 의미는 시장에게 그러한 신호를 줬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우리나라는 중국의 경기 반등, 즉 중국의 GDP 성장에 의해서 혜택을 보겠다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성에 따라서 맞춰가야 하며,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수혜를 입을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이후엔 더 강력한 중국 기업들 출현할 것, 그 이후를 대비해야

윤 센터장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이 시점이 중국이 그나마 약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성장률이 낮아지면 그 나라의 경쟁 압력은 훨씬 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중국 철강 기업들이 지역군으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세계 2위 철강 기업이 탄생했듯이 구조조정 이후에는 경쟁력이 더 강해진 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더 강한 중국 기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그는 산업 경쟁력이 상위 단계에 있지 않은 기업들은 웬만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만 봐도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윤 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1970년도 자동차 산업을 키우기 위해 합작회사를 만들었지만, 외국 기업에 종속되다 보니 기술력을 얻지 못했다”면서 “그러한 뼈아픈 실수를 전기차에서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현재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부터 기술적 표준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핵심 기술 측면에서 자국 산업 보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삼원계 배터리를 쓰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해 생산 능력 미달의 이유로 배제하고 있다. 또한 최근 ‘사드’ 보복은 단기적인 이슈라고 설명했다. 자국 기업의 힘을 키우려는 것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며 사드로 인해 그 속도가 더 빨라진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은 공장 아닌 시장’ 유통망 확보 필수 합작 진출 현지경영 역점 둬야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윤 센터장은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더 성장하려면 중국보다 앞선 기술도 필요하지만, 소비재를 많이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고 있지만 중국이 그 비중을 낮추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이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문들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금 모바일 전자상거래 등 유통망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재는 전자상거래나 모바일 플랫폼과 같이 가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그러한 것들에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도 제조를 잘하는 일류기업들이 많지만, 소비재 유통망을 갖고 거기서 활로를 찾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유통 채널을 강화하려면 중국 시장을 이해하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을 단순히 생산기지로만 인식을 해왔는데 이러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중국 시장을 단순히 공장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투자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에서 투자를 할 때 합작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거의 다 독자 기업을 세운다. 독자 기업은 직접 진출을 의미하는 것인데 중국의 로컬 유통망이나 중국 시장의 노하우를 얻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지 기업들과의 사업적 관행(꽌시)과 사업적인 네트워킹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중국에서 인수·합병(M&A)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는 기업의 수명도 짧아지게 되고 수익 주기도 짧아졌기 때문에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사서 사업 부문 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조직문화가 좀 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실행하는 의사결정 권한을 중국 현지 경영인에게 위임한다면 현지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내수가 안 좋으면 수출이나 해외 기업을 통해 활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어렵다고 하면 또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은 지금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만 둔다면 너무 짧은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문제의 본질은 정치적인 하나의 이슈이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중국의 산업 고도화나 혁신에 있어서 장강 같은 흐르는 물결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규제 탓을 해버린다면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일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거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올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그러한 이유로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을 못 한다는 것은 더 큰 것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사드 보복과 관련해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산업구조나 혁신 등이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