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현 우주 대표(출처=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고용한파가 거세다. 취업 대신 창업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2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자영업자 수는 547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만3000명 늘어난 수치다.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지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고 창업에 나선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국세청 집계를 보면 2005~2014년 사이 개인사업자 창업이 968만건. 그중 폐업은 799만건이다. 성공률은 17.4%에 불과하다. 소셜벤처라면 난이도가 한층 올라간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다.

김정현 WOOZOO(우주) 대표가 수완 좋은 사업가로 알려진 이유다. 앞서 지난 2010년 7월 저렴한 가격으로 보청기를 보급하는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를 창업했다. 이듬해인 2011년, 김 대표는 딜라이트를 제약사에 매각했다. 두 차례에 걸쳐 지분 100%를 매각해 40억원을 벌었다. 20대 사업가로서 합격점을 받을 만한 데뷔였다. 경영권을 양도한 후에도 2013년 12월까지 딜라이트 대표를 지냈다.

또래인 청년층 주거 문제로 눈을 돌렸다. 월 40만~50만원짜리 낡고 좁은 방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마저 부담스럽다면 고시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지난 2012년 셰어하우스 우주를 설립했다. 딜라이트 등 다른 비즈니스 비중을 줄이고 우주에 집중해나갔다. 지난 2013년 2월 종로1호점으로 시작된 우주는 최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 52호점까지 확대됐다. 3월 현재 44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44-46호점에서 김 대표를 만나봤다. 반지하(남성), 1·2층(여성)이 각각 44·45·46호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건물 전경을 한참 촬영한 그는 “오픈식 이후 처음 와봤다”며 해맑은 표정을 드러냈다.

 

왜 하필 셰어하우스였나. 비즈니스 아이템 선정 배경이 궁금하다.

젊은 층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사업을 구상했던 2012년 화두는 단연 반값등록금이었다. 심각한 문제였지만 곰곰이 살펴보니 등록금은 최소한의 대안을 갖추고 있었다. 장학금도 있고, 원천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유예할 수 있는 제도들도 마련돼 있었다. 주거 문제는 달랐다. 대안을 찾지 못해 머리 아파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 셰어하우스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초기에는 딜라이트와 병행하면서 가능성을 시험해봤다. 현재는 모든 역량을 우주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을 시작했던 나이가 20대 중반으로 알고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딜라이트를 준비했던 게 22살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관점이 달랐다. 나이가 어린 까닭에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취업은 시간이 조금 지나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런 저런 물건을 떼어 팔았다. 그렇게 모인 종잣돈은 몇백만원에 달했다. 거기에 다양한 기관의 창업지원금을 덧붙였다. 사실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각종 대회에 참가해 수상했다. 상금으로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모았다. 그걸 기반으로 딜라이트를 설립했다. 딜라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다시 우주를 세운 것이다.

 

일반 임대업과 셰어하우스는 어떻게 다른가.

하숙집이라고 표현할 수 있고 코리빙(Coliving)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간 활용법이다. 6평짜리 원룸에 주방이 반 평이라고 해보자. 둘이 사는 원룸 공간을 합치면 주방은 1평으로 늘어난다. 여러 명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주방이나 거실 같은 누릴 수 있는 편의공간은 넓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공간 활용도가 높은 만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기존에는 15평을 나눠 2명이 살았다면, 셰어하우스는 3명이 거주하는 식이다. 몇 년 사이 지점 수가 급증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우주는 투자자와 계약을 맺고 인테리어, 콘셉트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해준다. 대신 월세의 일부를 수익으로 받고 있다. 대상에 따라 임대업자이면서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것.

 

몇 년 사이 지점이 급증했다. 방은 잘 나가는 편인가.

현재 수용인원은 291명이다. 최근 공실률은 5~6%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도 공실률이 높은 편이 아니다.

▲ 김정현 우주 대표가 숭실대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흑자는 내고 있는가. 매출과 순이익 규모가 궁금하다.

최근 들어 조금씩 수익을 내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창업 첫해 대비 매출규모는 약 8배 성장했다. 지점이 늘어나고 규모가 확대될수록 흑자폭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점별 월세를 보니 40만~50만원 수준이다. ‘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동산 업종 특성상 가격 통제가 어렵다. 위치나 정부정책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절대적으로 싸다고 내세울 수는 없다. 하지만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져보면 꽤 괜찮은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목돈이 필요 없다는 게 우주의 장점 중 하나다. 보증금은 2개월 치 월세를 기준으로 받는다.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들이 수천만원에 육박하는 보증금을 자력으로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인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좋든 싫든 부딪힐 수밖에 없다. 가격만큼 중요한 게 생활규칙이라고 생각한다. 지점마다 규칙을 우주에서 직접 정해주는 건가.

밤 12시 이후 개인공간에 머무르거나, 빨래는 새벽에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생활규칙은 정해준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거주인들이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날짜만 봐도 동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주 1회 혹은 월 1회 회의를 진행한다.

 

앞으로 우주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일단은 지점을 계속 늘릴 생각이다. 투자처로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고, 입주자에게는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구상하는 시스템은 지점 간 편의 서비스다. 이사 업체와 연계해 지점에서 지점으로 이사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구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실률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회사가 지속 가능해야 소셜 임팩트도 이어갈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