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인도 비즈니스’를 강의하고 있다. 강의 첫 시간에 ‘중간시험은 없어요!’ 하면 호응이 폭발적이다. 그냥 면제는 아니다. 시험을 대신할 과제를 안겨준다. 인도 전공 입장에서 ‘인도를 위한 변명’을 주제로 시사칼럼을 써보도록 한다. 인도 관련 풍문에 대해 ‘그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시비비를 한 적이 없을 텐데 이를 써보도록 한 것이다. 인도에 대한 편견 또는 과장과 희화화된 해프닝 등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번지고 있다. 문제는 풍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에서도 그것이 마치 사실인양 굳어진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기업과 정부의 인도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상황이 심각하다.

얼마 전, 식품 관련 국책기관이 해외진출 지원정책을 수립할 때 인도 동향에 대해 도움을 준 적이 있다. 그런 중, 정책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이들 대부분이 ‘인도는 카레 위주의 채식소비국가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양계 등 육류식품 소비가 매년 10% 이상 성장한다는 시장 정보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그 까닭에 ‘중국 이후’의 거대 시장으로서 중요한 인도의 식품시장조사 필요성을 동의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컸다.

편견은 자체로도 문제지만, 오류가 지적되어도 원인 제공자의 자기합리화 때문에 쉽게 정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조직 상부에서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여 지적 없이 침묵모드로 빠진다. 그렇게 시시비비 없는 ‘판명된 오류’가 사실인양 돌아다닌다. 문명이 닿지 않는 오지도 아닌데도 국내에서 인도 관련 편견은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런 형편이지만 누구도 이를 지적하고 정정 요구도 않고 있다. 한국 거주 인도인이 고작 1만 여명에 불과하고, 인도로서는 한국이 우선순위에 둘 상대국도 아니어서 인도 정부 차원의 정정 요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인도에서는 아직 소를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출처=김응기

이제 국내의 인도 관계자들이 ‘인도를 위한 변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만연한 인도 네거티브를 솎아내는 것은 인도를 위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존재인 인도를 상대해야 하는 우리를 위한 것이다. 단순한 편견도 계속되면 큰 손실을 불러온다.

전임 주한 인도 대사가 즐겼던 한국 음식은 ‘소 불고기’였다. 한정식의 소문을 익히 들었던 대사가 재임 중 광주시 행사를 마치고 식사 장소로 갔더니 채식 위주여서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행사 관계자가 인도인 대사는 당연히 채식을 할 것이라고 예단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인도인은 소를 숭배하기에 먹지도 않고 소가죽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소가죽 지갑을 기념품으로 주는 인도 회사가 많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인도에 진출한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정책 배려 차원에서 소고기 햄버거를 판매하지 않지만 소고기 판매가 금지된 인도의 특정 주(州) 이외의 넌베지(Non-Veg) 식당에는 스테이크 등 소고기 메뉴가 있다. 힌두 경전에 소고기가 통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인도인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주요 영양공급원인 우유를 생산하는 흰 암소의 존재를, 농사와 운반 등에 동원되는 일소와 구분하여 전래적으로 ‘인도의 어머니’라고 신성하게 여기는 것이다.

최근 극우 집단이 소에 대한 인도 정서를 굴절시켜 소고기 금지와 같은 포퓰리즘에 원용한 탓에 편견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경제에선 ‘숭배’와는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소고기 수출 1위이자 세계 가죽생산 10%를 차지하는 250만 종사원 인도 가죽산업은 2015년 110억달러 생산 60억달러 수출로 국가지원을 우선적으로 받고 있다.

인도인들은 채식 비율이 높고, 소고기 소비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채식에 대해 우월감을 내세우고 소고기에 대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33배나 되고, 인구가 13억명인 인도를 하나의 프레임에서 규정하면 그건 편견이 된다.

인도와 관련해 들려오는 해프닝도 정치 공학적 산물일 경우가 다반사다. 인도의 생활과 의식구조는 하나의 답이 나오는 수학적 공식에 대입되지 않는다. 해프닝은 다양성 융합 과정에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으로 인도답게 시끌벅적할 뿐이다. 이를 획일적으로 평하는 것은 다양성 ‘인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는 것이다. 인도는 ‘작은 인도(Little India)’의 집합이다. 하나로 단정하는 것, 그것부터가 편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