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차 시장의 메가 트렌드는 ‘벤츠의 독주’와 ‘디젤차의 부진’입니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아우디폭스바겐이 경쟁에서 이탈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죠.

벤츠의 경우 점유율을 홀로 35% 수준까지 가져가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예정된 성공이라는 판단입니다. 당초 수입차 1위로 존재감이 상당했었고, 지난해 출시한 신형 E-클래스가 ‘대박’이 났고, 이들이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죠.

반면 철옹성 같았던 디젤차의 아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은 하기 힘들었습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이 70%를 육박한데다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이 이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였거든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강타할 때도 디젤차에 대한 신뢰는 타격을 입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할인을 해준다는 소식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으로 달려갔죠.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폭스바겐이 인증서류 조작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를 못하게 되면서입니다. 최근에는 아우디도 서류 확인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고요, 수입차 ‘빅4’ 중 디젤차를 주력으로 삼던 두 개 업체가 빠지다보니 수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2017년 1~2월 수입차 전체 등록대수는 3만2886대로 전년 동기(3만1905대) 대비 3.1% 늘었습니다. 이 중 디젤차는 1만5167대로 46.1%, 가솔린차는 1만4746대로 44.8%의 점유율을 기록 중입니다. 사실상 격차가 거의 좁혀진 셈이죠. 지난해 같은 기간 디젤차가 68.3%(2만1787대), 가솔린차가 27.5%(8778대) 팔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 입니다.

베스트셀링카 목록을 봐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2017년 1~2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 220d(디젤차)로 2261대가 등록됐습니다. 2위부터 7위까지는 가솔린차가 차지했고요.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디젤차는 E 220d와 8위를 기록한 BMW 320d(745대) 뿐입니다.

▲ BMW 뉴 5시리즈 (자료사진) / 출처 =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의 부재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대목입니다. 2016년 1~2월은 이들이 ‘디젤게이트’ 이후 시장에서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판매가 들쑥날쑥하던 시기입니다. 폭스바겐은 3856대, 아우디는 2884대의 자동차를 신규 등록했습니다.

올해 1~2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에 이들 차량을 단순 합산했을 경우 판매량은 3만9626대가 됩니다. 아우디폭스바겐이 100% 디젤차만 팔았다고 가정해도 디젤 점유율은 55.2%에 불과합니다. 벤츠 E-클래스 판매에서 가솔린 비중이 더 높다고는 하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디젤차 점유율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결국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영업 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포 마케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고객에 대한 신뢰를 쌓는 방법 중 하나로 이 같은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고 하네요. 자사가 판매하는 디젤차의 상품성을 영업사원이 직접 깎아내리면서 가솔린차 판매에 활용하고 있는 게 골자입니다. 디젤차 구매의지가 확고한 소비자가 아니고서는 수입차 구매 시 가솔린차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시장에서 디젤차와 관련된 흉흉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환경세가 부과될 수 있다, 앞으로 경유 가격이 오른다 등. 가솔린·디젤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춘 브랜드 영업점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디젤차로 고객들을 유도할 필요가 없는 셈입니다.

반대로 가솔린·하이브리드에 강점을 지닌 브랜드들은 공포 마케팅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실제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차의 2017년 1~2월 판매량은 5656대(점유율 17.2%)로 전년 동기(4127대, 점유율 12.9%) 대비 37%나 많아졌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결국 유행은 돌고 돈다는 점만큼은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분석입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구매 목록에서 이를 아예 빼버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BMW가 디젤차를 주력으로 삼는 신형 5시리즈를 최근 출시했고, 폭스바겐 역시 재인증 절차를 걸쳐 연내 신형 티구안(디젤차) 등의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겨우 두 가지 차종일 뿐인데 분위기가 바뀌겠냐고요? 바뀝니다. 수입차 시장 통계지표 자체를 180도 바꿀 수 있는 대형 신차들이거든요.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요소는 자신에게 적합한 차인지 여부입니다. 세단인지 SUV인지, 디젤차인지 가솔린차인지, 소형차인지 대형차인지 등 다양한 고민이 수반될 것입니다. 시장의 ‘트렌드’는 좆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