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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빠지는 지상파 UHD...셋톱박스도 한 몫?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3.20  11:16:42

부침을 겪던 지상파 UHD 본방송이 5월31일로 확정된 가운데, 지상파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안정적인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해 현재 나타 나고 있는 오류사항을 해결하고, 주조정실 등 송출 이외의 과정을 포함한 방송전반의 장비연동을 면밀히 검증하고 있으며 각 방송사도 실질적인 채비에 나서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2월 본방송은 물 건너갔지만 각 방송사의 진행상황을 보면 본방송 일정은 무난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KBS는 2월28일부터 서울 남산과 관악산, 수원 광교산에 설치한 UHD 전파 송신 설비를 바탕으로 실험방송에 돌입했으며 MBC와 SBS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현 상황에서 지상파 3사 동시개국은 문제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상파 UHD 동력 자체가 상실되는 지점은 아쉽다. 낮은 직접수신율, 나아가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 환경이 마련된 상태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순간 이미 불안의 전조는 시작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위키디피아

여기에 UHD TV 셋톱박스와 지상파의 호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내장형 안테나 및 기타 양쪽의 이견은 일정정도 조정의 여지가 있지만, 셋톱박스 문제는 생태계 확장성의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 있다.

현재 시중에 풀린 UHD TV는 유럽식이다. 하지만 지상파는 미국식 전송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가정에 보급된 UHD TV로는 지상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제조사는 셋톱박스를 제작하고 있다. 해당 셋톱박스가 있으면 시중에 풀린 유럽식 UHD TV에서도 미국식으로 구동되는 지상파 UHD TV를 시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국내 TV 업계의 지배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자 자사 TV에만 구동되는 셋톱박스를 제작하고 있다는 점. 만약 삼성전자 유럽식 UHD TV를 가지고 있다면 삼성전자 셋톱박스만 호환되고, LG전자 유럽식 UHD TV를 가지고 있다면 LG전자 셋톱박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조사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더 알아봐야 한다"는 말로 그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지상파는 발을 동동 구르는 분위기다. 지상파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각자의 생태계를 위해 셋톱박스를 전용으로 제작하는 것을 두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철저히 공급자적 마인드"라며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저변 확대를 위해 사후관리의 측면에서 범용 셋톱박스를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현재 제작되고 있는 셋톱박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만 제작하고 있는데, 기타 다른 제조사들이 만든 유럽식 UHD TV를 가진 사람들은 지상파 UHD 방송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직접수신율도 낮은 상태에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인 UHD 영역에서 지상파의 존재감이 흐릿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셋톱박스 출시 일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물론 제조사 입장에서 셋톱박스를 대대적으로 풀면 새로운 미국식 UHD TV를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어 매출에 타격이 생기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제조사들은 셋톱박스 제작에 너무 미온적인 행보만 보여주는것 같아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셋톱박스 정확한 출시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지상파 UHD 본방송 시일에 셋톱박스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는 "각 제조사의 지상파 UHD 셋톱박스 호환성 이슈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미래부 전파방송관리과 관계자는 "각 제조사들이 자사 UHD TV에 맞는 셋톱박스를 제작하는 것은 일종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이는 당연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래부는 "아직 본방송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셋톱박스 수요를 예측할 수 없으며, 이 지점에서 정부가 제조사에게 범용 셋톱박스 제작을 강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도권 본방송이 시작된 후 4, 5년 후 전국방송시대가 열리면 수요가 생길 것이며, 그 때를 대비해 기술보고서를 미리 만들어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각 제조사의 단독 셋톱박스 제작은 각자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본방송이 시작되고 셋톱박스 시장이 열릴 경우를 대비해 미래부는 범용 셋톱박스 제작을 위한 기술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조사의 로드맵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 없으며, 현재의 상황은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 환경이 구축된 상태에서 미국식을 택한 지상파와 셋톱박스를 제공해야 하는 제조사의 불협화음이 커지는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침으로 단독 셋톱박스를 제작하고 있으며 정부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상파 일각에서는 지상파 UHD 저변 확대를 위해 범용 셋톱박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UHD 전송방식을 두고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를 신속하게 정하지 못했던 과거의 패착이 일종의 부정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 UHD를 위한 동력은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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