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확정 발표 후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관지연, 계약취소, 불매운동, 수입중단, 한국관광금지 등 서비스 분야뿐만 아니라 무역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보복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으로 대중 수출은 앞으로 1∼2년간 3∼7% 감소하고 중국인 관광객은 최대 60%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손실은 16조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이러한 중국의 비신사적인 행동이 얄밉다고 마냥 포기할 수는 없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2016년 한국의 수출 중 25.1%가 중국이 자치했고,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1.4%나 된다. 포기할 수 없다면 중국의 협상문화를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최근 15년간 고속 성장을 통해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단기적 성향을 추구하게 되었다. 단기적 성향은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인 기어트 홉스테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불확실성 회피지수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일본 92, 한국 85, 독일 65, 이란 59, 미국 46, 중국 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일본은 확실한 것, 정해진 것을 선호하는 반면 중국은 모호함 속에 모험을 거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은 미국보다 낮은 수치로 위험을 감수하는 협상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고 의도적인 위험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수에서 보듯 고대부터 중국은 선쟁후화(先爭後和)를 중요한 협상 방법으로 삼았다. 먼저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후에 화합하여 합의에 이르는 방법이다. 일단 위기를 자초하더라고 모험을 걸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수위를 조절하며 원하는 것을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선언하자 중국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전방위에 걸쳐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협상문화는 중국의 심리학자인 우즈훙(武志紅)도 ‘거영국(巨嬰國)’이란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대다수는 심리적으로 어린아이, 즉 ‘철부지 어른’이다. 이들은 극도로 자기중심적이며 광적으로 남을 제압하기를 즐기고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무력감과 불안감 등의 보편적인 심리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중국 사람들의 대부분이 황제나 황후의 꿈을 갖고 무상의 권력을 갖기를 바라며 온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또 다른 협상 문화는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태극사상의 기본인 화(和)와 합(合)을 중요하게 여긴다. 즉, 모순된 가치와 개념을 동시에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하나의 방식이 아닌 여러 가지 방식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복선적이고 모순적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번갈아 사용한다. 그래서 중국인들과 협상할 때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보고 해석했다가는 당하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지만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은 20%도 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한번 신뢰하면 상대방이 배신하기 전에는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이 중국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 중국의 협상문화는 오랜 친구가 배신할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보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원하는 것을 던져주면 어떨까? 이런 경우 중국은 화(和)를 내밀겠지만 결국 머지않아 또 다른 화(火)를 제시하며 더 큰 보복을 할 것이다. 당장은 아프지만 중국의 의존적이었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등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