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가을의 전설’로 불리는 애플이 하반기에 아이폰을 출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가 사실상 독주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치열한 충돌이나 화려한 복마전은 벌어지지 않는다. 박수도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애플의 아이폰은 차분하게 하반기를 준비하고 있으나 그동안 상반기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삼성전자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 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으며, 그 여파로 올해 MWC 2017을 통해 신제품을 공개하지 못했다. 나아가 지난해부터 MWC 현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LG전자도 LG G6를 통해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안정적 전략을 내세우며 일종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돌고 돌아 갤럭시 S8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올해 상반기는 물러날 수 없는 한 판이다. 시장 포화로 달리는 열차의 끝자락에서 영광스러운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결기가 필요한 순간. 갤럭시 S8은 어떤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 출처=IBT

복잡해진 스마트폰 전쟁

삼성전자는 MWC 2017 개막 하루 전인 2월 26일(현지시각)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Unpacked) 공식 초청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초청장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2000년대 등 각 시대별 휴대전화의 발전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진화의 끝에 갤럭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역으로 ‘누가 스마트폰의 역사를 쓰는가’라는 일종의 무력시위로 읽힌다.

언팩은 3월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링컨센터와 영국 런던 히어 이스트(Here East)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히어 이스트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미디어센터로 사용된 곳이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초청장에 이어 처음으로 전 세계 4개국에 언팩 박스를 설치한다. 언팩 박스는 3월 26일 프레스 컨퍼런스가 진행된 까탈루냐 콩그레스 센터를 비롯해 MWC 2017이 진행되는 피라 그랑 비아(Fira Gran Via), 미국 뉴욕 837센터, 그리고 삼성전자 본사인 수원디지털시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후 세계 각지에 추가적으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8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판은 어떨까. 먼저 국내의 경우 3월 첫 주 기준, 중저가 라인업 강세가 눈길을 끈다. LG G6가 출시되기 전, 갤럭시 S8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에는 중저가 중심의 판로가 개척됐다는 뜻이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3월 2일부터 3월 8일까지 판매 기준 국내 스마트폰 1위에 오른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와이드(SK텔레콤)로 밝혀졌다. 2위는 아이폰7 128GB(SK텔레콤)이며 3위는 갤럭시 S7 32GB(SK텔레콤)이다. 4위는 아이폰7 128GB(LG유플러스)며 5위는 갤럭시 A5(SK텔레콤), 6위는 갤럭시 온7(SK텔레콤), 7위는 갤럭시 S7 32GB(LG유플러스), 8위는 갤럭시 노트5 64GB(LG유플러스), 9위는 갤럭시 S7 32GB(KT), 10위는 갤럭시 J7(KT)로 집계됐다.

소위 밀어내기를 통한 중저가 라인업 물량소진 정책이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3월 10일부터 변하고 있다. LG전자 LG G6의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애털르스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LG G6는 출시 첫 주 국내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월 2일 예약판매를 시작, 3월 10일 판매에 돌입한 상태에서 하루 평균 1만대를 넘기는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다. LG G5의 성적을 상회하는 수치다. 3000개가 넘는 체험매장과 막강한 프로모션, 나아가 ‘오랜만에 괜찮은 스마트폰을 출시한 LG전자’에 대한 믿음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국내 시장의 번호이동 분위기도 준수하다. LG G6 출시 후 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하루 1만5000건을 넘어서는 가운데 11일 기준 LG유플러스가 317건, SK텔레콤이 77건 순증했다. KT는 394명 순감했으며 이러한 성적은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협공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LG G6의 판매속도가 갑자기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상반기 기선제압을 위해 갤럭시 S8보다 먼저 출시를 강행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3월 중순을 넘어서며 판매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8 대기수요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분위기는 더욱 복잡하다.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 노트7이 레이스에서 이탈하며 아이폰7의 강세가 이어지는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시장의 핵심인 북미 시장을 보면 치열한 복마전의 행간을 읽을 수 있다. 폰아레나는 지난 3월 8일(현지시각) 컴스코어 모빌렌즈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 스마트폰 1위는 아이폰이며, 4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동기간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28%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LG전자가 10.3%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점유율 추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2015년 동기 대비 2.3%p의 상승폭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2.0%p 하락했고, LG전자 스마트폰은 0.7%p의 소소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누가 웃었을까. 아무도 없다. 갤럭시 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삼성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을 중심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 상반기 갤럭시 S7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선 결과 2%p의 적은 하락세에 그쳤으나 갤럭시 노트7 공백은 여전히 뼈아프다. 그리고 애플은 갤럭시 노트7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p의 상승세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갤럭시 S8, 스펙은 다 나왔다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특히 프리미엄 중심 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S8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갤럭시 노트7 단종에 의한 후폭풍을 막아내는 한편, 지속가능한 포스트 스마트폰 플랫폼 경쟁에 있어 올해는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시장 자체가 큰 변동이 없다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기의 끝에서 반등의 조건이 모두 갖춰진 무대’가 펼쳐졌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갤럭시 S8의 바이럴 홍보 영상을 빠르게 공개하는 한편, 주요 스펙을 조금씩 유출시키고 있는 배경이다.

갤럭시 S8의 스펙은 어떨까. 두뇌의 경우 10나노 공정의 퀄컴 스냅드래곤 835와 엑시노스9 모바일AP이다. 엑시노스9은 10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LTE 모뎀 통합 프리미엄 제품이며 지난 1월부터 양산되는 중이다. 전작인 갤럭시 S7보다 11% 빠르고, 그래픽 처리 성능은 23% 개선됐다는 루머도 있다.

전반적인 폼팩터는 베젤리스, OLED로 꾸며지는 디스플레이 규격은 18:9가 유력하다. LG G6의 189가 풀비전이라면, 삼성전자의 18:9는 ‘인피니티(Infinity)’로 정해졌다.

LG G6가 보여준 하드웨어 스펙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1866㎒ 속도의 LPDDR4x 램과 전면 800만, 후면 16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의 핵심은 메탈 프레임과 글래스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홈버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후면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디스플레이 하단에 손가락 압력을 감지하는 감압 터치식 버튼이 달릴 것이 점쳐진다. 삼성 로고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투톱 라인업으로 등장하지만 ‘엣지’라는 이름보다 갤럭시 S8, 갤럭시 S8 플러스가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갤럭시 노트4 출시 당시 처음 공개된 엣지가 갤럭시 S 시리즈에서 ‘당연한 스펙으로 체화’되는 순간이다. 투톱 라인업에 패블릿 모델을 적용하지만 플러스라는 명칭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도 흥미롭다. 이는 아이폰이 갤럭시 시리즈의 패블릿 기조를 따라가며 사용한 개념과 유사하다.

색상은 유광 블랙, 화이트, 블루코럴, 실버, 골드, 무광 블랙 등 6가지가 유력하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AKG의 음향 기술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면인식 기술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갤럭시 노트7에서 홍채인식을 대대적으로 밀었던 만큼, 갤럭시 S8에서 안면인식을 매개로 삼아 하드웨어 스펙의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스냅드래곤 835 벤치마크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홍채인식 기술 자체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은 빅스비다. 유출된 이미지를 보면 기기의 왼쪽 모서리에 있는 볼륨 버튼 인근에 별도의 장치가 있는데, 이를 빅스비 구동 버튼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비브랩스의 기술력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방형이라는 것은 인공지능이 기능을 가지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스스로의 기능적 솔루션을 고도화시키고 플랫폼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런 이유로 막강한 가전제품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에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선보이는 한편, 그 핵심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품어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 조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종 부사장은 최근 글로벌 삼성전자 뉴스룸에 출연, 빅스비의 강력한 존재감을 더욱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빅스비는 음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핀테크 및 전자상거래 등의 윤활유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쇼핑몰의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삼성페이의 기술력과, 삼성헬스 등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축적한 기술력이 혼재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 출처=폰아레나

갤럭시 S8,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아직 갤럭시 S8은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당장 MWC 2017 기간 삼성전자가 비공개로 주요 거래선만 불러 갤럭시 S8 사양을 일부 보여준 결과,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MWC 2017 행사장인 피라 그란 비아 맞은편의 포르타 피라 호텔에서 주요 통신사 인사들을 불러 갤럭시 S8을 보여줬고, 현장에 있었던 임원들은 갤럭시 S8의 놀라운 성능에 연신 박수를 쳤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주요 외신도 갤럭시 S8에 호평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갤럭시 S8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한편, 유출된 스펙에 대해 특정한 멘트를 하지 않으며 분위기 자체를 고조시키고 있다. 갤럭시 S8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3일 서초사옥에서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의 실수를 통 크게 인정하는 한편, 갤럭시 S8의 가능성을 강하게 피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객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지울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700명의 연구원들이 열심히 연구에 매진했다”며 “각오를 다지며 주말 없이 일해 온 결실을 믿어달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갤럭시 시리즈는 스마트폰의 역사를 썼으며,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모바일 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S8 카드를 던지며 이렇게 외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답은 3월 29일(현지시각) 우리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