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여미지식물원.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이 중에서도 유난히 많은이들의 관심을 받은 전기차가 있었는데요. 쉐보레 볼트(Bolt)가 그 주인공입니다.

엑스포 행사장이 문을 연 오전 10시께부터 쉐보레 부스는 시끄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볼트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판매 상담 부스는 줄을 설 지경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순식간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습니다. GM의 기술력이 집약된 볼트는 ‘2세대 전기차’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거든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383km로 국내 판매 모델 중 가장 길어요. 실제로 차량을 보면 공간 활용성도 훌륭합니다.

이미 전기차 구매를 저울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구매 1순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격 공개만을 앞둔 상황. 이날 2000만원대(보조금 적용 시)에 볼트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국지엠 전화통에는 불이 났습니다.

테슬라 모델 S보다 주행거리도 훨씬 더 길고 활용성도 높은 차인데, 가격은 1억원 이상 저렴한 셈입니다. 물론 디자인 요소 등은 개인취향이니 배제해야겠죠.

엑스포 현장에서도 볼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실제 차량 구매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실차를 보기 위해 몰려든 것입니다. 오전 11시30분께에는 인쇄된 차량 안내서가 너무 일찍 떨어져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팜플렛을 빨리 달라’며 큰소리를 내는 상황도 연출됐고요.

전기차 시장에서 전례가 없는 ‘초대박’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지엠 관계자들은 마냥 웃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일찍부터 현장에 ‘물량이 동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 차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 관계자들은 수차례 모여 현재 상황을 주고 받았는데요, 다들 표정이 밝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 쉐보레 볼트(Bolt) / 출처 = 한국지엠

사실 한국지엠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적은 많았습니다. 국산 승용 디젤차 시장이 활성화 되기 이전 ‘말리부 디젤’이 대박을 쳤고, 신형 말리부 역시 사전계약만 1만대 이상 이끌어내며 돌풍을 일으켰죠. 임팔라 역시 초기에는 그랜저를 위협할 정도로 이목을 끌었죠.

문제는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초기 소극적인 물량 대응, 부품 수급 차질 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인기 차종을 출시하고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많다는 뜻입니다. 한국지엠 관계자들이 볼트의 대박행진 속 걱정하고 있는 포인트를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볼트의 경쟁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최근 겪었던 ‘크루즈 효과’를 토대로 가격까지 공격적으로 책정했고요. 좋은 차를 선보이면서, 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실수를 되풀이하지만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한국지엠은 볼트를 수입·판매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요, 글로벌 인기 차종인지라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쉐보레 유럽 철수와 오펠의 매각 등으로 한국지엠과 국내 공장 생산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볼트를 한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딜’을 성사시킨다면, 이 같은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인생 뿐 아니라 영업에도 타이밍이 중요한 법. 한국지엠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또 한번 굴러들어온 복을 제발로 차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