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선사들의 수주 절벽에 후판 관련 철강 업계가 빨간불이 켜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 절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의 사업 위험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사들의 수주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쪽은 후방산업인 철강업계. 철강 수요 감소가 이어질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조선사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2014년 유가 하락에 따라 해양프로젝트 위축에 이어  2015년 하반기 이후부터 조선 수주 절벽에 직면했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조선업계의 수주 잔고 상당 부분이 올해중 인도 예정임을 감안할 때 2018년 상반기이후 발생할 작업 물량 급감을 보완하기 위해 수주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3년간 국내 대형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조선·해양 부문 연평균 신규수주 규모는 2011년부터 2015년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선사 수주감소…철강사, 후판 매출액 감소에 따른 대책은?

이영규 연구원은 "유럽과 중국 선사에 발주 물량이 지난해부터 크게 줄었다”며 "조선 업황 자체도 글로벌 성장을 따라가는데 중국의 성장률이 많이 줄어들어서 발주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소의 발주 물량이 감소하게 되면 철강사들은 자연스럽게 ‘후판’ 매출이 영향을 받게 된다. 철강기업들의 후판 매출 비중은 전방 산업의 영향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의 후판·선재 매출 비중은 2012년 34.7%에 달했지만, 매년 감소해 지난해 3분기에는 28.4%로 6.3%p 줄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동국제강의 후판 매출액 비중도 지난 2012년 26.38%에 달했지만 지난해 3분기 11.8%로 14.58%p 대폭 줄어들었다. 현대제철은 판재류에 후판을 포함시켜 정확한 매출 비중이 공시되지 않았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황성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조선사 수주 절벽이 후판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면 향후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조선 수주절벽으로 국내산 후판 수요 급감이 예상돼 지난해 9월 정부는 철강 기업들에게 설비 축소에 대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라고 압박해왔지만 아직까지 설비 감축은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조선업 등 전방 산업 침체로 인한 수요 절벽이 심화될 경우 후판 공장 1개 라인 가동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철강 업체들의 연간 후판 생산 능력은 포스코가 800만톤, 현대제철이 300만톤, 동국제강이 15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연구원은 “설비 구조조정에 대해서 정부가 계속 얘기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설비를 축소한다고 해도 과거 설비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생산 물량을 줄인다면 3사 모두 후판 가동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 생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고부가제품 생산을 확대할수록 자연스럽게 감산도 이뤄지기 때문에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의 철강 감산을 비롯해 가격이 오를 수 있는 모멘텀이 있다면 가격 인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현재 후판 공장이 포항에 세 곳, 광양에 한 곳 위치해 있다. 동국제강은 생산능력으로 볼 때 3사 중 가장 낮지만, 조선소로 납품하는 후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조선 업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과거 이미 후판 비중을 감축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설비 축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국제강은 조선 업황 부진과 관련해 지난 2012년 연산 100만톤 규모의 후판 공장에 설비를 폐쇄한데 이어 지난 2015년 연산 190만톤의 설비 공장을 하나 더 폐쇄했다. 후판 공장이 포항에 두 곳,  당진에 한 곳 있었지만, 현재는 당진에 후판 설비를 통합시켰다. 

동국제강은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설비를 통합하기 전 후판 매출 비중이 40%로 매출액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13%가량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동국제강 측은 “과거 구조조정으로 당진 공장에 후판 설비를 집약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설비를 축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공장 하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내실 중심의 공장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내실 중심이라는 의미는 “지나치게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저가 수주를 지양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선 시황과 별개로 고객과의 꾸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제품 로열티는 높다”면서 “앞으로 고급강 중심으로 차별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자동차 강판을 현대자동차에, 후판을 대부분 납품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앞으로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판매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연구원은 “올해 조선 쪽 수주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철강사들의 대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중국 철강산업이 감산해 철강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조선 등 전방산업이 악화된다면 가격을 협상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은 원재료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 자동차와 건설 등 다른 부문보다 반영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원 KB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수주에 따라 물량을 낮춰야 한다면 철강 기업들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지만 가동률은 허용 재고량 수준도 파악해야 하는 만큼 향후 실제적인 재고 수준 전망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