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자본 투자손익이 개선돼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보험업계가 금리인상으로 인한 실익 계산에 분주하다. 

채권손실‧RBC하락‧보험해지 ‘3중고’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업권의 경우 금리상승은 일시적으로 자산평가 손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들의 전체 운용자산 815조원 가운데 단기매매·매도가능 채권 규모는 478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험사 운용자산 중 절반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 손실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결국 RBC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RBC 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다. 100%일 경우 가용자본을 총동원하면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준금리가 10bp 상승할 때 RBC비율은 최소 2%포인트에서 최대 7%포인트 가량 떨어진다고 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 확대로 보험계약 해지 압력도 증가할 우려가 있다. 보험의 경우 중도에 해지할 경우 원금손실을 보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가장 마지막으로 미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1∼3분기 보험계약 중도해지로 소비자가 원금손실을 본 금액(납입 보험료-해지 환급금)은 총 3조2472억원이었다. 연간으로 따졌을 경우 4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 (단위 : 억원, 출처=박용진 의원실, 금융감독원)

“자본 확충 제한적…투자손익 개선은 기대”

국내 보험사들이 올해 말까지 진행할 자본확충 자금 규모는 약 1조4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 흥국생명은 1000억원 가량의 후순위채를 이달 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RBC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화재의 RBC비율은 154.79%로 흥국생명(195.9%)의 RBC비율까지 악화시켰다.

한화생명의 경우 이달 말까지 5000억원 가량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으로 금리는 4%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RBC비율을 200.4%에서 10%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대주주 안방그룹으로부터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238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받기로 했다. KDB생명도 산업은행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의 가용자본 확충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보험사의 가용자본 조달 원천에는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채권 등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과 주식 발행이 있다”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발행 비용이 상승하고, 평가이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채권의 발행 및 평가이익을 통해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대안으로 삼기 어렵고 증자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리 상승이 장기적으로는 보험사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산 운용 수익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지난 5년간 생보사는 감소하는 투자이익률을 상쇄시키기 위해 보험영업에 더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FOMC가 금리인상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손익이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