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뜻밖의 선물을 제공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그의 발언은 상당히 비둘기적이었다. 이에 코스피시장도 화답했다. 특히, 경기순환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이들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박스권’에 짓눌린 코스피시장이 그 한(恨)을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발언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게 온화했다.

기존에는 연간 3회의 금리인상을 넘어 4회의 가능성과 심지어 연준이 보유자산 매각을 언급할 수도 있다는 매파적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연준의 결정이 다소 ‘싱겁다’고 평가될 정도로 미국의 기준금리인상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에 달러는 약세로 돌아서고 원자재 및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존의 금리인상 전망이 시장에 반영됐는지 이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반영’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다. 실질적으로 반영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달러화 가치는 미국의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금리 전망이 달러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표현이 옳다. 그렇다면 명목금리 수준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날 옐런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2%가 상한 아니다”라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가이던스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2%다. 그런데 상한이 아니라는 말은 2%보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금리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만큼 달러화 가치 역시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달러화 가치가 영원히 약세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달러화 강세는 제한적’이라는 표현이 옳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달러 강세 제한만으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려졌다는 것이다.

시장 주도주와 증시의 관계

대표 위험자산으로는 주식이 꼽힌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2100선을 돌파하며 지난 2011년 이후 지속된 박스권 흐름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럽 및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 사드보복 조치 등이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시 박스권 상단에 부딪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중 미국 금리인상의 부담감은 증시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반면, 이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졌다는 점은 국내 증시를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박스권을 돌파하는 시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증권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 중 하나는 일명 ‘주도주 랠리’다. 주도주 랠리란 특정 기업 혹은 업종이 시장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는 상황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4~2007년은 중국경기모멘텀 관련주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시장을 주도했다.

▲ 연초 이후 및 최근 1개월 주요 업종 실적전망 변화 [출처:메리츠종금증권]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이들 업종의 랠리가 끝났을 때, 증시의 상승도 멈췄다. 다른 말로 하면 시장의 주도주 교체를 수반한 랠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주도주 경험의 원칙을 본다면 이번 국내 시장의 고점은 IT 하드웨어, 경기순환주(시크리컬 업종)의 추세 반전이 시작될 때”라며 “현재 주도주를 측정할 수 있는 요인은 금리로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주도주의 강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재정정책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든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리의 급격한 하락이 없다면 주도주의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수준은 하방경직을 갖는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의 추가적 상승은 기존의 주도주인 IT 하드웨어가 현 추세를 유지하고 경기순환주의 재도약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최근 IT하드웨어 업종의 실적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코스피지수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아울러 경기순환주들의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전기전자 업종 상승세···경기순환주의 반격

지난 1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의 업종별 등락률을 보면 증권, 전기전자, 금융 철강금속, 은행업종 등이 상승률 기준 상위를 차지했다. 3월에는 1월과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는데 이 시기에는 통신, 전지전자, 증권, 금융, 보험, 은행 등이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다.

▲ 1월 업종별 지수 상승률(단위: %)[출처:한국거래소]

1월과 3월의 환율은 다른 방향을 보였으나 전기전자와 증권은 시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3월에는 1월대비 금융섹터들의 약진이 눈에 띄며 기계, 건설업종의 상승전환과 함께 대표 경기순환업종이라 할 수 있는 운수장비업종의 하락률이 크게 줄었다.

이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코스피증시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기전자 업종과 증권업종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금융섹터의 상승모멘텀강화 그리고 경기순환주들의 반등 조짐으로 요약할 수 있다.

▲ 3월(16일까지) 업종별 상승률(단위: %)[출처: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일대비 상승률이 높은 업종은 철강금속(3.94%), 증권(3.59%), 의료정밀(2.27%), 운수장비(1.84%), 건설(1.53%), 종이목재(1.08%), 의약품(1.08%), 전기가스(1.06%), 전기전자(0.98%), 기계(0.92%) 등으로 이들 업종은 이날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0.8%를 뛰어 넘었다.

철강금속 업종은 3월 FOMC 회의 후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지난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대를 기록한 이후 점차 상승하면서 철강금속업종도 동반 상승하고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1년 이후 박스권 내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코스피 증시가 추세적 상승을 이룰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