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10명이 1000만원의 보증금을 낸다고 가정하면 주인은 1억원의 보증금을 받게 된다. 이를 소비의 개념으로 전환해 세입자 10명은 각각 1000만원, 주인은 1억원을 쓸 수 있다고 가정하자.

세입자 10명이 각각 1000만원의 소비여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1명이 1억원의 소비여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의 소비가 많을까. 세입자 10명이 각각 한 끼에 7000원짜리를 먹으면 총소비 금액은 7만원이다. 집주인도 같은 메뉴를 먹으면 총소비 금액은 7000원이다.

물론 집주인은 더 비싸고, 더 좋은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10명이 소비하는 것보다 큰 소비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한편, 세입자 10명은 각자가 소비하는 만큼 총예금은 1억원을 가진 주인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금이 분산된 경우가 은행의 대출여력을 줄이는 것일까.

지급준비율(지준율)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예금에 대한 지급을 준비하는 금액으로 지준율 10%라 하면 은행은 고객이 예금한 금액의 10%만 중앙은행에 예치해두고 나머지 90%는 대출 등의 재원에 활용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용승수가 발생한다.

한 고객이 은행에 1억원을 맡기면 은행은 1000만원의 지준금을 제외한 나머지 9000만원을 대출 등에 활용한다. 9000만원에 해당되는 자금은 돌고 돌아 누군가의 예금으로 은행에 들어온다. 이때 은행은 지준율 10%에 해당되는 900만원을 제외하고 8100만원을 다시 대출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를 신용승수의 원리라 한다. 즉, 통화량의 증가다.

이렇게 시중의 자금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은행의 예치금과 대출액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대출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여부다. 또 대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경제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성장이란 단어를 앞세워 부동산시장에 모든 돈을 쏟아 부은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경제는 분배에 의한 소비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소득불평등이 과도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을 탓하기도 싫다. 다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정책을 통해 국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