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인생 명예를 건 리뷰배틀이 시작된다. 모바일 게임 데스매치 승자는?

 

▲ 출처=넥슨

애프터디엔드(After The End): 잊혀진 운명 “커피 한 잔보다 값진 여유” -조재성 기자

2016년 11월 일하러 부산엘 갔습니다. 게임박람회 지스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죠. 행사장이 넥슨 세상이었습니다. 정중앙에 역대 최대 규모로 부스를 차렸어요. 신작 라인업도 정말 빵빵했습니다. 단순히 양만 많은 게 아니라 게임 하나하나가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어요.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던 넥슨이 작심한 걸로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스에 게이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죠.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습니다. ‘애프터디엔드: 잊혀진 운명’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만든 게임이죠. 넥슨은 또 다른 출품작 ‘이블팩토리’와 함께 인디게임 감성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독특한 게이밍 경험을 주는 타이틀이란 얘기죠. 3D 퍼즐 어드벤처 장르인 이 게임은 다른 흔한 RPG(역할수행 게임) 모바일 게임과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유저는 퍼즐을 풀이하는 것처럼 3D 지형에서 단서를 수집하고 길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카메라 시점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힌트를 찾아내야 하죠. 더 이상 갈 길이 없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을 때 갑자기 길이 보이면 정말 성취감이 듭니다. 중간 중간에 여러 미니퍼즐도 풀어야 해요. 버튼을 연타해 달리기를 한다든지 리듬에 맞춰 버튼을 알맞은 타이밍에 누르는 식이죠.

동화 같은 잔잔한 감성이 돋보이는 게임입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사운드가 더해지죠. 미니멀한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감각이 뛰어납니다. 하나하나 설명을 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조작이 직관적이란 얘기죠. 간단해 보이지만 그런 유저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네요.

▲ 출처=게임화면 캡처
▲ 출처=게임화면 캡처

요소요소가 섞여들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됩니다. 국내 게임판에 의미 있는 게임이 하나 나왔다고 생각해요. 모바일 게임 시장이 획일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질리도록 나오는 시점에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런 게임의 존재는 묘한 울림을 줍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넥슨이 이런 게임을?’

대개 한국 게임은 무료 다운로드에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식으로 돈을 법니다. 이 게임은 아예 유료 다운로드를 해야 하죠. 추가 결제는 없습니다. 과금 여부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가 나뉘지 않아 게임 밸런스가 붕괴되지 않습니다. 유저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고요. 앱마켓엔 이미 유저들이 ‘돈 아깝지 않다’는 피드백을 남기고 있습니다.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 후반대에 달하죠.

▲ 출처=게임화면 캡처
▲ 출처=게임화면 캡처

대개의 게임과 달리 치열하고 머리 아픈 경쟁요소도 없습니다. 승부욕 대신 잔잔한 즐거움과 성취감을 주죠. 경쟁보단 힐링입니다. 적절한 난이도 설정으로 실패 스트레스도 최소한으로 줄였네요. 4600원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대신 애프터디엔드 한 판의 여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이블팩토리 역시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오락실에서 즐기던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게임성이 돋보입니다. 다만 오기를 쓰며 기계 괴수 보스와 1대 1 전투를 펼치다보면 절로 피로감이 듭니다.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있네요. 애프터디엔드의 ‘힐링효과’가 그리워집니다.

이블팩토리 “아케이드성 극대화… 오락실 향수 자극” - 김태환 기자

단돈 500원이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오락실이죠. 동네에서 게임 좀 해봤다는 ‘아재’들은 조이스틱을 열심히 돌리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네오플에서 제작하고 넥슨에서 운영하는 ‘이블 팩토리’는 오락실에서의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느낌을 100% 완벽 재현했습니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우선 그래픽이 레트로(복고)풍입니다. 캐릭터들 디자인은 점(도트)을 하나하나 찍어 완성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별 움직임은 자연스럽습니다. 놀랍게도 캐릭터 자체의 레벨이나 장비의 중요도가 높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게이머의 실력입니다. 보스와 1대 1 대결을 펼쳐야 하는데, 단 한 번의 피격만으로도 사망하게 됩니다. 마치 ‘몬스터 헌터’와 같은 느낌입니다. 캐릭터의 레벨보다 게이머 자체의 레벨업이 중요한 게임이죠. 한 마디로 ‘발컨(발로 콘트롤하듯 못하는 사람)은 가라’입니다. 물론 반복 숙달하면 할수록, 보스 몬스터의 패턴을 익힐수록 실력은 늘어나게 됩니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주무기와 보조무기를 변경,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보스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원거리에서 공격을 자주 하는 보스와 싸울 때는 보조무기로 ‘유탄 발사기’를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근접전을 주로 하는 보스와의 전투는 ‘화염 방사기’를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죠.

무엇보다도 국내 게임사들의 최대 단점이었던 ‘현질 유도’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게임을 원활히 진행하도록 ‘연료 무제한’ 등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현질 아이템이 없더라도 개인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면 막힘없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아기자기한 보스 몬스터들의 생김새도 귀엽습니다. 여러모로 오락실에서 시간을 때우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듭니다.

▲ 출처=게임화면 캡처

넥슨의 또 다른 게임 ‘애프터디엔드’를 켜봅니다. 유료 게임이군요. 게임성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유료가 무료를 이기긴 힘들죠. 잔잔한 음악과 따뜻한 감성을 일깨워주는 콘셉트는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퍼즐 게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네요. 상황에 따라 화면을 360도 전환해가며 다양한 미로를 탈출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이어가도록 만들어줍니다.

딱 거기까집니다. 보스몬스터의 강력한 공격 패턴을 분석하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짜릿함을 주지는 못합니다. 애초에 비교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 게임을 원하는 플레이어도 분명 있지만, 긴장감과 박진감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네요. ‘신컨’(신의 콘트롤)으로 보스몬스터 제압하고 화끈함과 짜릿함을 느끼기에는 ‘이블팩토리’가 훨씬 적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