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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정의 미래탐험] 구름, 안개, 그리고 이슬 – 분산 컴퓨팅이 중요해진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2040ironman@gmail.com  |  승인 2017.03.20  07:00:36
   

하늘에 떠 있는 구름(Cloud), 지상에 짙게 깔린 안개(Fog), 그리고 풀잎에 맺혀 있는 이슬(Dew)은 모두 습기가 존재하는 형태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컴퓨팅 환경도 서버의 위치에 따라서 하늘만큼 먼 거리에 존재하면 클라우드(구름) 컴퓨팅, 동네에 깔려 있으면 포그(안개) 컴퓨팅 그리고 내 곁에 있으면 듀(이슬) 컴퓨팅이라고 구분해서 부를 수 있다. 컴퓨팅 자원을 중앙 서버에 모아 놓고 분석과 데이터 저장을 총괄하는 시스템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부르는 반면, 클라우드‧포그‧듀 컴퓨터가 네트워크상에서 수직으로 계층구조를 이루면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컴퓨팅 시스템을 분산형 컴퓨팅이라고 부른다. 이때 지역에 깔려 있는 ‘안개나 이슬은 구름과 연결된 네트워크의 가장자리(Edge)’라는 의미로 엣지 컴퓨팅이라고 부른다.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컴퓨터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클라우드에 기업의 모든 정보재산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그런데 아마존의 AWS는 현재 약 130억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해 있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도 빨라서 기업이 자사만을 위한 컴퓨팅 시스템을 직접 투자하기엔 투지비와 운영비가 만만치 않았기에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기업에 전문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로 아카마이(Akamai), 구글앱스(Google Apps), 링크드인(LinkedIn), SAP, 오라클 등이 성업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Airbnb), 스포티파이(Spotify), 스랙(Slack), 우버(Uber) 등 클라우드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비즈니스 역량을 뽐내는 신생기업이 많이 등장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왔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데이터 센터, 시간분할, 자원의 가상화 면에서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인프라를 서비스로 삼고 플랫폼을 서비스로 삼으며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 삼아서 전 세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시스템이다. 클라우드는 아주 작은 기업에게도 강력한 데이터 처리 능력과 통찰력을 갖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능형 컴퓨팅으로 무장한 엣지 컴퓨팅이 모든 산업의 혁신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통신망 트래픽이 병목이 된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모든 데이터를 중앙에 있는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고 클라우드에서 데이터 분석을 마친 후에 다시 네트워크 가장자리로 결과를 통보하는 형식이다. 클라우드의 컴퓨팅 능력이 데이터 발생 현장의 컴퓨팅 능력보다 월등한 경우에는 클라우드 중심의 시스템 운영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말단 현장에서 사물의 역할이 증대되고 발생한 데이터가 크게 확장된 상태에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데이터 전송 속도에 비해 네트워크의 통신대역이 확장되지 못할 경우 데이터 처리 요구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말단에서 생산하는 데이터양은 증가하는데 데이터 전송 속도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병목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보잉 787 비행기가 매초마다 발생시키는 데이터양이 5기가바이트인데 인공위성이나 지상통제소와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또 달리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초당 1기가바이트이지만 이를 자동차 운행에 실시간으로 응용할 수 없다면 클라우드 컴퓨팅이 필요 없게 된다.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내면 반응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질 수 있다. 러시아워에 수많은 차들이 한 지점에 몰려있다면 클라우드 컴퓨팅보다 자동차 내에서 정보처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실효성이 높다. 특히 5세대 통신으로 영상이 빠른 속도로 소통되는 환경이 되면 모든 SNS도 동영상 메시지로 바뀌게 된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고밀도 영상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는 상황이 되면 통신망이 감당해야 할 트래픽이 눈덩이처럼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개인들도 무차별하게 고밀도 동영상을 발송하는 데 드는 통신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결국은 타협점이 필요한데 그 해결책은 고성능 엣지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데이터 발생 현장의 컴퓨터로 처리하고, 처리 결과만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또 필요시엔 클라우드 분석 결과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엣지는 안개와 이슬을 포함한다

앞으로 모든 전자장비는 사물인터넷 요소가 된다고 본다. 이들은 데이터 발생원이지만 동시에 데이터 소비처이다. 예를 들면 실내에 설치된 조명등,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장고, 세탁기, 심지어 식기 세척기까지도 인터넷 연결 장비로 바뀔 수 있다. 1~2년 후면 네트워크 가장자리에 연결된 사물들의 수가 수십억대로 증가한다고 전망된다. 이런 사물인터넷 환경과 5G 통신기술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엣지 컴퓨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모바일콩그레스(WMC)에서도 모바일 엣지 컴퓨팅(Mobile Edge Computing 또는 Multi-access Edge Computing)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네트워크 가장자리에 다양한 장비들이 연결되어 있어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갖춘 지역 시스템을 말한다. 여기서 컴퓨터가 설치된 가장자리란 단말장치가 연결된 라우터나 스위치일 수도 있고 주변의 통신기지국, 주요 지점 또는 소규모 연결망일 수도 있다. 자동차라면 MCU, 가정이라면 요즘 새롭게 등장한 스피커 비서장치가 장기적으로 보아 듀(이슬) 컴퓨팅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그리고 건물에 통신사가 설치한 중계시설에 포그(안개) 컴퓨팅이 설치될 수 있다. 즉 네트워크 가장자리에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과 IT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개념이 엣지 컴퓨팅이다. 엣지 컴퓨팅의 중요한 기능은 불필요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데에 목적이 있으며 동시에 보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둔다는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고 클라우드에서 처리된 결과만 되돌려 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유는 단말장치의 성능을 키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엣지 컴퓨팅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비해 크게 유리한 점은 실시간 대응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한 실험에서 얼굴인식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해 봤는데, 클라우드에서 엣지 컴퓨팅으로 전환하자 반응시간이 900㎳에서 169㎳로 급격히 단축되었다. 또 다른 실험에선 웨어러블 지능비서를 클라우드에서 엣지 컴퓨팅으로 바꾸자 반응시간이 200㎳에서 80㎳로 단축되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때 소모에너지는 30~40% 감소했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엣지 컴퓨터인 네트워크 단말장치가 PC 수백대에 해당하는 방대한 처리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율운전 차량에는 200개 이상의 CPU가 장착되는데 이는 한 마디로 바퀴 달린 데이터 센터라고 볼 수 있다. 자율운전 차량이 1㎞ 주행하면 약 6.5GB의 데이터가 발생하는데 이를 모두 클라우드에 보내 즉각적으로 데이터 의미를 실시간으로 반영시키기에는 데이터양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시간당 100㎞로 주행하는 차라면 1초 동안 약 28m 진행한다. 만약 통신망에 순간적인 오류라도 발생하면 자율주행 차량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달리는 차량은 언제 가속할지 아니면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지를 매순간 판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가 항상 실시간으로 존재해야만 한다. 이는 5세대 통신망에서 가능해진다해도 모든 차량이 자율운전하는 상황이 되면 통신대역폭이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자율자동차는 자체적으로 데이터 프로세싱 및 저장 기능을 갖춰야 하고 클라우드는 그 뒤를 지탱해주는 전략적 두뇌로 역할을 축소시켜야만 할 것 같다.

 

강력한 지능을 현장에 배치한다

엣지 컴퓨팅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기계학습기능과 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현장에 설치된 단말 기계장치에 삽입하는 방법이 있다. 엄청난 양의 비구조화된 데이터일지라도 딥러닝 기법으로 지속적으로 학습시키면 결국엔 데이터 속에 숨겨진 상관성을 추론해낼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없이도 엣지 컴퓨팅만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간추리고 최적의 상태로 자동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엣지 컴퓨팅이 성공하려면 단말장치나 휴대용 장치가 고성능 컴퓨터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엔 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망을 거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분산화 기술도 있다. 예를 들면 MIT의 아이리스(Eyeriss)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자체 네트워크를 구성해 주변과 데이터 교환이 가능하다. 인텔이 개발한 큐리 컴퓨터는 크기가 단추만 하지만 처리 능력은 웬만한 컴퓨터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장치들은 데이터를 집계하고 실시간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지능 알고리즘을 내부에 설치할 수 있다. 단말장치에서 알고리즘이 살아서 작동하고 높은 성능을 발휘하면 클라우드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작은 센서 장치에서도 처리할 수 있다. 한편 비트코인에 활용된 블록체인 분산 시스템은 어떤 거래도 신용을 담보해줄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제공한다. 통화거래뿐만 아니라 전자투표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다. 머지않아 직접 민주주의로 전자투표가 커다란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다. 분산 컴퓨팅 기술은 미래형 네트워크에서 강력한 보안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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