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가 흙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계절이 가까이 있다. 나른하고 지치기 쉬운 이 계절에 어떤 음식을 먹어야 스프링(Spring, 봄)처럼 솟아오르는 체력을 만들 수 있을까. 봄이 되면 늘 나물 얘기를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흔한 게 상식이고 상식처럼 살아야 자연의 기운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다. 냉이, 달래, 쑥처럼 입에서 생기를 돋게 하는 나물을 먹었건만 왜 봄이 되면 졸음과의 힘겨운 싸움에 매번 손을 들고 마는 걸까.

봄은 희망을 얘기하는 계절이다. 수잔 비소네트는 이렇게 얘기했다. ‘낙관주의자란 봄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겨울의 움츠린 우울도 봄의 따뜻한 햇빛을 받으면 낙관적 희망을 갖게 된다. 자기 몸에도 그런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고, 희망은 내 몸에 에너지를 가득 채워줄 봄 보양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보양식이라면 여름철의 영양탕이나 삼계탕을 생각하지만 진짜 보양은 봄에 시작해야 기운을 충전할 수 있다. 여름 체력도 봄을 잘 보낸 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봄에 먹는 보양식의 으뜸은 바다에서 나온 음식일 것이다. 바지락이나 굴, 주꾸미 같은 음식이 내 몸에 바다의 힘찬 파도를 치게 한다.

봄에 눈을 현란하게 하는 유채꽃 여행만 할 게 아니라 잠시 시간을 내 남도의 싱그러운 바다를 보고 오는 건 어떨까. 전남 고흥에 가면 봄에 먹을 보양식이 임금님에게 드렸던 진수성찬처럼 차려진다. 바다의 싱싱함 그대로인 바지락과 주꾸미를 맛보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 때 힘이 넘칠 수 있다. 따뜻한 수온으로 많은 유기물을 먹고 자란 바지락은 봄철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며 진달래꽃 필 무렵에 가장 맛이 좋다. 감칠맛이 풍부해 국물 음식에 더없이 좋은 바지락의 경우는 주로 맑은 탕으로 끓여 먹을 뿐 아니라 바지락죽, 바지락 무침, 바지락전, 바지락꼬챙이 등 다양한 요리로 우리 몸에 활력을 준다. 주꾸미의 경우는 저칼로리 고단백의 식품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탁월하고 특히 주꾸미 먹물에 가득 들어있는 타우린은 간에 좋고 시력 저하를 예방한다.

여름에는 육지동물이 우리 인간의 몸에 보양을 채워주지만 겨울을 넘긴 봄에는 바다생물이 보양식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고 했다. 잘 먹어야 잘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봄에는 해산물을 잘 먹어야 험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어식백세(魚食百歲)라는 말이 있다. 백 세 건강은 해산물로부터라는 뜻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3월 1일 어식백세로 숭어와 멍게를 선정했다.

민물과 바닷물을 오고 가며 생활하다가 봄만 되면 산란을 위해 강 하류나 포구로 들어오는 희귀성 어종 중의 하나가 숭어다. 몸체는 원통형으로 길이는 50~80㎝ 정도다. 등 쪽은 회청색, 배 쪽은 은백색을 띠고 있다. 숭어의 경우는 육질 자체가 아주 단단하고 지방질도 풍부해 감칠맛이 남다르다. 철분 비율도 다른 생선보다 월등하게 많아 봄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빈혈환자에게 아주 좋다. 숭어와 달리 멍게는 바다 밑바닥에 사는 암수동체 동물이다. 타원형 몸체에 적황색 빛깔을 띤 멍게는 돌기가 많이 있어 ‘바다의 파인애플’이라 불린다. 그만큼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멍게는 지방질이 거의 없어 해삼, 해파리와 함께 3대 저열량 해산물로 꼽힌다. 멍게의 경우 외양은 못생겼지만 우리 몸에 아주 좋은 효과를 준다. 멍게에는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불포화 지방산(EPA)과 피부 노화를 막는 콘드로이틴(Chondroitin)이 다량 함유돼 있다.

한편 봄철 바다 보양식 중에 으뜸은 아마도 전복이지 않을까. 전복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된 아주 귀한 음식으로 지금도 가격은 만만치 않은 음식이다. 전복은 단백질 함량이 많은 반면 지방 함량은 적은 고단백 저지방 식재료다. 특히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마그네슘이나 인, 칼슘 등의 각종 미네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뼈 건강에도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에 먹는 보양식 중에 장어는 살아있을 때의 그 펄떡거림만큼 힘을 주는 음식이다. 그런데 장어를 여름의 보양식으로 여기는 것은 더 지친 여름에도 기운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어의 경우는 비타민 A가 소고기나 국민 생선인 고등어보다도 훨씬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E도 5~8배 이상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도 풍부한 음식이다. 장어에는 양질의 고단백과 불포화지방산 등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봄철 환절기에 장어를 먹게 되면 신체 면역력도 높여주고 호흡기 질환이나 감기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동의보감> 탕액편에도 기록되어 있다.

봄철 피로를 풀어주는 대표 영양소로 타우린을 얘기한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피로 해소뿐만 아니라 심장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혈관강화에도 도움을 주며 근육의 에너지 생성을 도와 칼슘이 근육세포 속으로 드나들게 하는 수송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피로할 때 마시는 피로회복제에는 타우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지만 천연의 타우린을 먹기 위해서 복어, 골뱅이, 문어 등을 먹으면 된다. 골뱅이의 그 쫀득쫀득함은 술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지만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며 칼슘 이온 조절로 심장병을 예방하기도 한다. 또한 1일 6g 섭취 시 혈압 강하 효과로 고혈압을 예방할 수 있으며, 간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이든 최고의 보양식은 제철음식이다. 제철음식은 가격, 맛뿐 아니라 가장 좋은 영양소를 머금고 있다. 봄에는 봄에 나는 식품, 봄에 먹기 편한 음식들을 즐기는 게 좋다.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 인생도 그렇다. 희망을 꿈꾸는 계절, 그런데 이래저래 축 처진 우리들, 이제는 새로운 기운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