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3개월만에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됐다. 2015년 12월, 2016년 12월이후 세번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가 1%대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두번째다.

물가와 고용수준이 만족스럽다고 언급하며 충분히 금리인상을 시장이 견뎌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근접했고 고용은 완전고용수준임을 반복 강조했다. 당연히 금리인상을 해도 될 때라는 의미다. 하지만 점진적 인상이라는 언급으로 또 여운을 남겼다.  

달라진 점은 물가목표치를 2% 안팎으로 교정했다. '비대칭성'이라는 표현을 오랜만에 끄집어내면서 2%를 웃돌아도 괜찮다고 언급했다. 그것은 금리인상을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집행을 더 지켜봐야 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들어 발표된 경제지표는 트럼프 정부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이 제대로 경제에 영향을 줄때까지 관망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한 이점은 이날 연준회의의 최대 고민이기도 하다.

옐런의 복안 ① 트럼프 정책을 보고 가자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고민은 역시 트럼프다. 지난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르익는 것을 보고 싶다는 의미인듯 하다. 연준은 사실상 성명서에서 트럼프 정책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출범 두달도 안된 트럼프 경제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언급했다면 '더 지켜보자' 였을 것이다.

하지만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 두번의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이 점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을 검증하지 않고는 판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선조치를 하고 대비하기 위한 옐런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 즉 선제적 대응을 하고 나중에 트럼프 경제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킬 경우에 대비해 콘트롤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겠다는 의미다.

선제적  금리인상을 통해 경제가 다시 침체로 반전될 경우 금리인하 카드를 통해 콘트롤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실상 추가적인 양적완화는 향후 경제가 다시 침체기미를 보인다고 해도 쉽게 꺼내들지 못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미리 금리인상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혀놓고 가자는 것이다. 

향후 금리인상 속도도 역시 점진적이라는 표현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12월이후 3개월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향후에는 점진적으로 인상을 할 것이라고 언급을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국 이 언급은 트럼프 정권을 의식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금리인상이 두 차례 정도가 유력시되고 있고 점도표에서도 연준위원들이 대부분 그런 의사를 표시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난해 12월과 3월 상황에 기준으로 한 그야말로 그림일 뿐이다. 금리인상의 핵심은 물가와 고용,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의 본격화에 따른 시장 반응과 경제효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가와 고용도 예측이 쉬운 건 아니지만, 트럼프 경제정책에 따른 효과가 제일 예측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럭비공 튀듯이 정책을 날리는 트럼프의 '경박함'으로 옐런도 그저 팔짱을 끼며 쳐다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결국 시장안정을 위해서 미리 선제적 조치 차원의 두번의 금리인상을 3개월새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달도 안된 트럼프 정부, 그리고 이제 막 경제각료 인선을 마친 트럼프 정부를 보면서 어찌보면 연준의 이런 고뇌는 당연할지 모른다. 이날 성명서에 트럼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더욱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트럼프 경제진용이 다 짜여지고 감세정책과 에너지 등 인프라 확충 정책이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 수록 연준의 향후 입장은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가정해보자. 트럼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아주 구체적인 모습으로 4월초에 발표가 된다면 경제는 반응을 할 것이다.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확실하게 보여지면서 그것이 불안감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확신으로 바뀌면서 열광할 지에 따라서 연준의 생각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확인할 시점은 빨라야 5월말이나 가능하다.

이번 연준 판단기준인 현재의 경제상황은 금리인상을 해야하는 게 마땅하고 충분히 금리인상을 견디어 낼수 있지만 트럼프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몰라서,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4회이상 해야하지만 올해는 2회정도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선택한 듯 하다. 하지만 이미 2회 인상를 해놓았으니 만약 사태가 돌변, 즉 트럼프 정책의 부정적 효과가 비교적 빨리 가시화된다면 3회의 금리인하 여력을 갖고 있으니 어찌보면 연준의 조치는 '아주 현명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금리인상 시기가 4월이든 5월이든 6월이든 분명한 것은 상반기에 한번 더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속도가 빨라질지 느려질지는 트럼프 액션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유럽의 정치적 변수,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에 따라 유동적이다.

옐런의 복안 ② 은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지금 시점에서의 연준의 고민은 실질적 임금상승이 지지부진하다는 점과 소비시장 회복이 생각보다 늦다는 것이다. 결국 연준은 인구비중에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고령자 층의 소비를 이끌어내지 않고는 사실상 소비 회복에 한계상황을 겪을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또한 트럼프의 반이민 수정명령으로 불법이민자들의 유입은 물론 기존 이민자들의 경제활동도 녹록찮아질 가능성이 크고, 특히 불안감으로 이들의 소비는 향후에 더 위축될 것이 당연시 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반이민 강화로 유입자의 감소는 결국 양적인 경제상황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또한 달러 강세 지속으로 수출시장 역시 별다른 상황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내 공장 세우기를 독려하고 있는 트럼프의 압박에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내년이후에나 가시화될 애드벌룬에 불과하다. 미스매칭은 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은 지난 3개월새 두번의 금리인상으로 우선 고령자들의 은퇴자금 수입을 보전해주고 금융사들의 금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 특히 IT기업을 제외한 전통적인 제조업과 에너지 기업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정책 활용이 얼마나 긍정 작용을 할 것인지를 보고 판단할 듯 하다. 이들 기업의 부담을 트럼프 효과가 상쇄시켜 준다면 연준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선제적 금리인상 카드를 그때는 다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당겨진다.

옐런은 “대칭적(symmetric) 물가 목표”라는 문구를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그는 2% 물가 목표는 상한선이 아니고, 밑돌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밑돌 수도 있다는 선제적 금리인상의 명분을 의미한다. 넘을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물가가 그이상으로 갈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이 역시 트럼프 효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이날 트럼프 경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연준은 트럼프에게 강한 경고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금리인상을 했으니 잘못하면 거꾸로 갈수도 있고 잇단 금리인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전달한 셈이다. 금리인상 속도와 폭은 모두 향후에는 트럼프에 달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국, 시장은 연동되는데 정책은 보고만 있다

이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밤새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금값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등했다. 이미 3월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 반영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또한 시장은 트럼프 때문에 점진적으로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 시장도 상당폭 반영되고 있다. 3월의 담보대출 금리수준이 발표되는 4월초에 얼마나 금리시장에 반영됐는지 알게되겠지만 금융채 시장의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미국의 기준금리인상에 민감하게 연동하고 있다.

문제는 상반기내에 추가 금리인상을 미국이 단행할 경우, 제법 금리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보다는 가계가 큰 문제이다. 1300조원을 상회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의 비중이 큰 가계로서는 금리인상은 바로 독약이기 때문이다.

실질 임금상승 수준은 형편 없는 상황에서 물가도 만만찮다. 전세난과 집값 상승으로 부채 부담은 빠른 속도를 늘어나고 있고, 저금리가 부추긴 가수요로 내집마련을 서두를수 밖에 없었던 가계들은 빚더미 상황이다.

지금은 경제의 외곽상황에 집중해야 할때이다. 이상 신호는 중심보다는 외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을 예로 들어보면 강남 재건축보다는 수도권과 지방도시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아랫목 경제를 살펴야 할 때다. 위기의 징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정부의 집중력이 필요할 때이다. 선거의 계절이 시작됐다. 97년 외환위기때도 정치의 계절이 위기를 여는 단초 역할을 했음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