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과제와 정부조직 개편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기림 기자

각 당의 예비 후보들간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차기 정부의 방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과제와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이 ICT(정보통신기술)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3회에 걸쳐 진행한 정책 토론회의 마지막 순서였다. 토론자들은 지난 정부가 '융합'을 내세웠으나 제대로 화합하지 못했던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ICT 산업에 대한 거버넌스(국가경영)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4차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했다.

토론회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많은 정부가 혁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꾸준한 준비 없이 퀀텀점프(대약진)를 하려는 시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도 생물체라 어떤 진화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한 스타트업 등 혁신 기업들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며, 조력자로서의 정부 역할과 규제 완화, 독임 부처 등이 대두됐다.

준비 미흡한 4차산업혁명, “심각한 위기의식 가져야“

디지털경제 육성을 위해 혁신 기업들을 키우고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최성진 사무국장은 4차산업혁명을 '디지털경제로의 전면적인 개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 모두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경제는 기업이 주도한다.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구글의 약 700조원 사업, 실리콘밸리의 혁신의 바탕에는 자본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국 글로벌 기업들에 비하면 영세한 수준이다.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혁신 기업들을 키워내려면 정부가 시장 참여자가 아닌 조력자로서 자리해야 한다"며 "혁신을 가로막는 법, 제도에 대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디지털 산업정책은 허가 산업에서 출발한 방송과 통신의 규제에 기반해 디지털 콘텐츠와 인터넷 서비스 등 특성이 다른 서비스와 혁신 서비스까지 낡은 정부조직과 규제의 틀을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ICT 산업이 발전하려면 융합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정부가 시장 참여자가 아닌 시장 조력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플랫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이다. 연결의 주체는 네트워크다. 예전처럼 기술적인 파이프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하다"며 "플랫폼 혁신이 콘텐츠 비즈니스를 활성화한다. 이를 뒷받침해줄 정치적 위험이 낮은 시장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 교수는 "공유경제 등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며 더 이상 한국이 ICT 선진국이 아니라 세계가 하면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최고의 OLED, 메모리 기술 보유 등 하드웨어 강국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약하다. IT 기기 경쟁에서 후기로 갈수록 소프트웨어가 강해야 살아남는다. 지금의 구글과 애플이 시장을 장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노동문제"라고 설명했다. 고용문제에 대한 준비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50만 켤래를 생산하는 아디다스 스마트 팩토리에 필요한 직원은 오직 10명이다. 아마존은 무인 슈퍼마켓을 건설하고 있다. 아마존은 14.5만 명을 고용하지만 아마존에 의해 직업을 잃은 사람은 29.5만 명이다. 직업 순손실은 약 15만 명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의 발달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4차산업혁명 기반 다지기 위해 선도 부처 신설이 우선“

과학기술·ICT 기반 혁신 선도 부처가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4차산업혁명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국 ICT 산업은 IMF 이후 국가 경제 재건과 성장을 견인하며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이었다. 지난 2012년 이후 ICT 산업의 국가 경제 성장 기여도는 하락해 정체되고 있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정부조직 개편으로 ICT 산업 정책 수행기관이 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행정자치부·문화부 등으로 분산된 이후 국내 ICT 산업이 추락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장은 "예를 들어 '4차산업혁명 전략위원회(가칭)'을 신설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관련 정책 심의·조정, 경제·사회 각 분야 문화 확산 추진 등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 후에는 민간이 경쟁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찬 SK텔레콤 정보통신실장은 '규제 프리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최소한의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율 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실험할 수 있게 허가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지만 한국도 규제 프리존 같은 구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실제 도로에서 시뮬레이터 운전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이런 환경이 마련돼야 페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