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자동차를 일반인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테슬라가 15일 경기도 하남에 있는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1호 매장을 열고 고객과 소통을 시작한 것.

테슬라는 전기차 제작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지난해 8월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시기부터 많은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오픈발’ 없는 전시장···스타필드하남 ‘양날의 검’

테슬라 1호 매장은 이날 오전 10시 공식으로 문을 열었다. 별도의 기념 행사가 없었음에도 일찍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테슬라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빛을 내는 듯 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매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상황이 달랐다. 어찌 된 영문인지 자동차 행사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매니아’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북적거리는 인파들은 십중팔구 취재진 혹은 회사·업계 관계자였다.

정오 무렵까지 매장 근처를 서성이며 관람객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차량 구매를 저울질하다 실차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대부분 우연히 매장을 찾은 사람이었다. 주말보다는 한산했지만, 스타필드하남은 평일에도 일 평균 방문객 6만여명을 유지하는 대형 복합쇼핑몰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1호 매장을 연 것이 ‘양날의 검’이었다는 평가다. 사실 테슬라코리아의 핵심 매장은 이 곳이 아닌 청담 전시장이다. 청담스토어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자리잡게 되지만, 스타필드하남점은 60여평 남짓 작은 공간에 불과하다. 전시된 차량도 두 대 뿐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메인 매장을 두고 이 곳에서 ‘1호점 개장’이라는 상징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니콜라 빌리저 테슬라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친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금요일인 17일 두 개 매장을 동시에 여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스타필드하남에서 ‘보여주기 식’ 일정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테슬라 1호 매장이 문을 연 이후 ‘오픈발’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직접 매장을 찾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20여분간 차량을 둘러보고 니콜라스 부사장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코리아의 폐쇄적 문화···“오만과 자신감은 한 끗 차이”

테슬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커스텀 메이드’ 브랜드를 지향하며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딜러’로 대표되는 중간 판매자 없이 고객과 본사가 직접 연결돼 차량을 사고파는 것이 핵심이다. 효율적인 구조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부작용도 많은 게 사실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대표적인 것은 정보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한글 홈페이지를 선보인 이후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 때문에 계속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다. 중간 딜러사가 없는 탓에 본사와 직접 소통을 해야하지만, 그 어디에도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은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1호 매장이 열린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차량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매장 직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회사와 관련한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점장이 누구인지,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몇 명쯤 되는지 등 질문만 했다 하면 당황하며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테슬라코리아 직원이시죠?’라는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취재진이 많이 밀려들 것을 대비해 ‘차량과 관련된 질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단단히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3월 현재 테슬라코리아에서 일하는 직원은 5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케팅, 홍보, 판매·유통은 물론 홈페이지 구성·제작과 번역 작업까지 모두 내부 인원이 소화한다.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부터 사전 계약을 받으며 50만~2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아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 인증을 마친 모델 S의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1호 전시장까지 문을 열었지만 소비자들이 사측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15일 오후까지도 테슬라의 대표번호에 전화를 걸면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라’는 자동응답 음성만 나오고 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국내 진출과 관련, 슈퍼차저 등 충전기 설치와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가 이 때문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전기차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입차 브랜드(그것도 소량의 차량만 생산하는 작은 업체)가 처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테슬라 차량을 사는 사람들도 그 정도는 다 알 것이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러나 낯선 곳으로 진출하면서 그 지역 소비자와 ‘소통’에 소극적인 것은 문제다. 설사 좋은 차를 만들고 멋진 전시장을 열었다 하더라도 외부의 귀를 닫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신뢰를 얻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소비자에게조차 오만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