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에 한계란 없다: 게임 하드웨어 경제학>

① ‘게이밍’을 더했더니 ‘부가가치’ 생기더라

② 가상현실 게이밍 시대, 아직 시기상조?

③ 그들은 왜 1.5%짜리 게임기 시장에 도전하나

④ 언제 어디서든 중단 없는 게이밍 꿈꾸다

 

IP(지식재산권)라는 말이 게임업계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업계는 IP의 활용가치를 주목한다. 포켓몬과 같은 유명 IP를 기반으로 개발한 게임의 흥행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경쟁력 있는 IP를 보유한 회사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 로열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리니지 사례도 마찬가지다. 2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리니지는 국내 대표 흥행게임으로 꼽힌다. 지난해 연말에는 본래 PC온라인 게임인 리니지가 모바일 게임으로 나왔다. 엔씨소프트가 직접 개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특히 레볼루션이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출시 첫 달에 누적 매출이 2000억원을 넘는 진기록을 보여줬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전 기록은 모바일 RPG(역할수행 게임) ‘레이븐’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 게임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데엔 99일이나 걸렸다. 레볼루션이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는 것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흥행에는 기존 리니지의 견고한 유저 층이 기여한 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꼭 리니지 기본 유저들이 레볼루션에 이끌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가 연결되지 않잖아요. 리니지에서 키우던 캐릭터를 레볼루션에서 불러올 수는 없습니다. 이름만 리니지이지 결국은 다른 세계인 셈이죠.” 한 골수 리니지 유저의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중단하지 않을 수는 없나

모바일과 PC에서 동일한 세계의 같은 게임을 연속성 있게 즐길 수는 없는 것인가. 방법이 없지는 않다. 레볼루션의 경우 반대로 PC에서 즐길 수 있다. 한 게임사 대표가 설명했다. “레볼루션의 경우 PC방에서 애뮬레이터를 통해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어요. ‘PC방 모바일 게임 순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죠.”

 

이런 방식 말고 아예 개발단계에서부터 멀티플랫폼에 대응하도록 만든 게임도 있다. 블리자드의 ‘하스스톤’이 대표적이다. CCG(카드전략 게임) 장르로 글로벌 흥행을 거둔 게임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하스스톤이 거둔 매출이 3억946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CCG 중에서는 1위로, 2위에 오른 ‘섀도우버스’(1억10만달러)의 4배 가까운 기록이다.

“하스스톤이 등장하기 전 CCG 시장은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간단한 방식과 PC에서 즐기는 복잡한 방식의 게임으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하스스톤이 나온 후부터 유저들은 하스스톤처럼 PC와 모바일 등 여러 디바이스에서 동일한 계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연동 기능을 원하게 됐죠.” 카터 로저스 슈퍼데이터리서치 매니저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연동의 관점에서 신작을 개발 중인 회사가 있다. 다름 아닌 엔씨소프트다. 기존 리니지의 모든 요소를 거의 똑같이 모바일로 구현한 게임 ‘리니지M’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리니지와 이 게임을 단순히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연동을 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이 게임이 계획대로 개발될 경우 언제 어디서든 같은 리니지 세계에 접속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출처=엔씨소프트

 

폐쇄적인 콘솔 게임기, 혁신의 시작점으로

폐쇄적인 플랫폼이었던 콘솔 게임기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플레이어가 어떤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든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재편 중이다. 폐쇄에서 확장으로 가치의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유저를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에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닌텐도는 3월 초 신개념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공개했다. 외부에서든 가정에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 가능한 신개념 게임기다. 닌텐도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DS 시리즈처럼 휴대용 게임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거치대에 꽂아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또 게임기 좌우에 달린 무선 컨트롤러 ‘조이콘’을 본체에서 분리하면 2명이 하나의 화면을 보며 함께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니는 ‘리모트 플레이’라는 기능을 통해 플레이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리모트 플레이는 플레이스테이션(PS)4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PS 비타, 혹은 엑스페리아 스마트폰·태블릿에서 원격으로 즐길 수 있는 기능이다. 최근에는 이 기능을 PC와 맥(Mac)으로도 확대했다. PS4 게임을 PC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우 10을 기점으로 디바이스 플랫폼 전략을 새로 짰다. 대표적으로 엑스박스(Xbox) 게임을 윈도우 10 PC와 연동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엑스박스 플레이 애니웨어’ 타이틀을 구매하면 플랫폼 구분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엑스박스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저장한 뒤 PC에서 이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디바이스 플랫폼 사이에 벽을 허물려는 시도다. 다만 최적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엑스박스 게임을 PC로 불러올 경우 원활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MS는 윈도우 10에 ‘게임모드’라는 기능을 추가해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 컴퓨팅 자원을 게임 실행에 최적화해주는 모드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물리적 제약 없는 게이밍 시대 꿈꾸다

PC 부문에서도 하드웨어의 제약을 무너트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나우(GeForce NOW)라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일반 컴퓨터에서도 하이엔드 게이밍 컴퓨터급 게이밍 경험을 보장하려고 한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지포스 게이밍 PC가 선호되고 있지만 약 10억명의 캐주얼 게이머들의 PC는 최신 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엔비디아는 이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겨냥해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준비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지포스 GTX 1080 PC를 토대로 제공되는 지포스 나우는 모든 컴퓨터를 강력한 게임용 디바이스로 변화시킬 수 있죠.” 김승규 엔비디아코리아 컨슈머 영업담당 상무의 말이다.

결국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게이밍 시대는 하나의 청사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드웨어 구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어떤 장치로든 원하는 게임을 중단 없이 즐길 수 있는 시대 말이다. 상상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