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에 한계란 없다: 게임 하드웨어 경제학>

① ‘게이밍’을 더했더니 ‘부가가치’ 생기더라

② 가상현실 게이밍 시대, 아직 시기상조?

③ 그들은 왜 1.5%짜리 게임기 시장에 도전하나

④ 언제 어디서든 중단 없는 게이밍 꿈꾸다

 

지난 1월 국내에 출시된 ‘포켓몬 GO’가 게임시장을 휩쓸고 갔다. 닌텐도의 자회사 포켓몬컴퍼니가 보유한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미국 개발스튜디오 나이언틱이 만든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이다. 실제 공간을 거닐며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국내 앱마켓 매출순위 2위까지 단숨에 올라가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시장에는 이보다 반 년 앞서 출시됐다. 흥행 실적이 어마어마하다. 반 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5억건, 매출 1조원 돌파 등 모바일 게임 역사상 최고에 가까운 기록을 남겼다. 포켓몬 GO의 흥행을 지켜본 닌텐도는 일본 개발사 디엔에이(DeNA)와 협력해 ‘슈퍼마리오 런’을 출시했다. 모바일 게임 치고는 비싼 가격에도 역시 반응이 뜨거웠다.

사실 포켓몬이든 슈퍼마리오든 콘솔 게임기가 무대 아니었던가. 무대를 뛰쳐나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자 여러 분석이 나왔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되면서 닌텐도가 고집을 꺾었다는 식의 진단이 대다수였다. 그렇다면 콘솔 게임기라는 플랫폼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는가?

 

정체기 접어든 콘솔 게임 시장, 주도권 상실하나

콘솔 게임기는 오로지 게이밍을 위한 장치다. ‘비디오 게임기’ 혹은 그냥 ‘게임기’라고도 불린다. 여러 게임기들이 격전을 벌인 끝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콘솔 브랜드는 불과 몇 개로 줄어들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 그리고 닌텐도의 게임기들이 시장을 지키고 있다.

브랜드별로 실정이 다르긴 하다. PS 진영은 분위기가 좋다. 최신 세대인 PS4가 역대급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50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엑스박스원 시리즈는 판매고가 PS4의 절반을 웃도는 정도다. 닌텐도의 경우 야심작 위유(Wii U)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올해 3월 초 출시한 신개념 하이브리드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가 호응을 얻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콘솔 게임기 전체로 보면 이들은 견고한 유저 층을 등에 업고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0.3% 성장한 462억62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PC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콘솔 게임 점유율은 35.4%인 반면 온라인 게임은 22.3%, 모바일 게임은 16.7%에 머물렀다. 다만 2018년 전망치는 콘솔이 34.5%, 온라인이 23.5%, 모바일이 18.2%일 것으로 전망됐다. 콘솔 시장만 역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왜 뒤늦게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겁니까?”

국내 게임시장의 경우 콘솔 게임에 있어 오지에 가깝다. 2015년 국내 게임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0.1% 감소한 수치다. 온라인 게임(49.2%)과 모바일 게임(32.5%) 점유율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에 관심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최근 뒤늦게서야 콘솔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회사들이 있다. 중견 게임사인 조이시티와 넥스트플로어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콘솔 게임 시장의 어떤 측면을 바라보고 도전하게 된 것일까.

모바일 게임 ‘드래곤플라이트’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는 다양한 콘솔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키도: 라이드 온 타임’, ‘베리드 어 라이브’, ‘창세기전’을 재해석한 타이틀 등을 올해 또는 내년에 콘솔 플랫폼에 맞춰 출시할 예정이다.

“콘솔 게임은 매력이 큽니다. 일단 점차 포화 중인 모바일 게임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콘솔 게임이 지닌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의 개발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로 콘솔 게임을 통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고, 글로벌 진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넥스트플로어 관계자의 말이다.

조이시티는 이미 PS4 전용 타이틀 ‘3on3 프리스타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2004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조이시티 대표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시리즈를 재해석한 신작이다. 지난해 12월 북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3달 만에 북미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PSN) 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했다.

김찬현 조이시티 사업개발부장이 콘솔 게임 시장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 “프리스타일 시리즈는 아시아 전역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져왔어요. 그런데 북미와 유럽 시장은 스포츠 게임 메이저 플랫폼이 콘솔인 상황이어서 기존 PC온라인 게임 서비스로는 진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죠. 북미와 유럽이 최대 규모 스포츠 게임 시장인 것으로 미뤄봤을 때 프리스타일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콘솔 플랫폼으로 진출했습니다.”

▲ 출처=조이시티

그는 콘솔 게임 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현재 콘솔 시장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S4는 콘솔 하드웨어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도 기존 닌텐도 게임기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요. 시장 형성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의 판매가 호조이니 콘솔 게임 시장규모도 지금까지의 콘솔 세대 중 가장 커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아울러 그는 콘솔 게임 수익모델의 변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타이틀 판매에 의존하던 기존 세대들과 달리 지금은 온라인 스토어와 추가 콘텐츠 판매가 활발해졌다. 이에 따라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도 이전 세대보다 크게 성장하는 추세라고 김찬현 부장은 덧붙였다.

 

“콘솔 게임기, 가상현실과 시너지 발휘할 것”

또 한 가지 이슈는 가상현실이 콘솔 게임의 성장을 이끌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PS4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 PS VR이 지난해 출시된 이후 물량부족 현상까지 야기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콘솔 기반 VR의 잠재력을 대체로 높게 보지만 그 영향은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넥스트플로어 관계자는 가상현실이 “콘솔 게임기와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상현실 게임이 콘솔 시장 성장을 이끌기 위한 과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용기기를 갖춰야 하는 가격부담이 가장 큽니다. 또 유저들로부터 보고되고 있는 현기증(멀미) 문제나 기기 소형화 문제, 화질 개선 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시장 성장에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