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LG G6 TV 광고를 보면, 커다란 고래가 디스플레이를 유영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LG G6의 강점 중 하나인 풀비전 18:9 디스플레이의 강점을 보여주는 한편, 베젤리스의 디자인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TV 광고를 유심히 봤어요. 천천히 유영하는 고래의 전신을 잡아낸 LG G6의 광고는 그 자체로 거대하고 유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적절하게 살려낸 분위기입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했습니다. LG전자의 탁월한 마케팅의 끝은 어디인가! LG전자는 소위 '슴케팅'의 흑역사를 극복하고 이용자가 직접 LG전자 제품의 강점을 소개해주는 자발적 마케팅의 경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고래의 압도적인 비주얼로 베질리스의 풀비전 강점을 극적으로 보여줬어요. 여기에 LG G6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일인 10일 출시됐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LG G6는 현재 하루 평균 1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네티즌들은 LG G6에 '탄핵기념폰'이라는 애칭까지 지어주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치킨과 더불어 LG G6의 승리입니다.

여담이지만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집기를 LG전자 제품으로 채웠다고 합니다.(삼성전자는 보기도 싫다는 뜻?) 최순실 무풍지대로 알려졌던 LG전자의 큰 그림. 우연과 노력으로 이룬 불굴의 마케팅 영혼에 찬사를 보냅니다.

▲ 출처=캡처

여기에서 네이버의 고래사랑을 보겠습니다. 14일 네이버는 웨일의 오픈 베타버전을 출시했어요. 웨일, 즉 고래죠.

네이버는 왜 브라우저에 뛰어들었을까요?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것은 브라우저며, 이는 곧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언제나 플랫폼 기업이었고, 앞으로도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이 되고 싶어하거든요.

네이버는 "최근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실생활에 스며들면서 PC나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전자기기와 같은 IoT, 자율 주행차 등 브라우저를 둘러싼 변화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브라우저는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더욱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용자 관점의 고도화도 이유라고 합니다. 네이버의 웨일은 "웹브라우저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2000년대 초반 탭과 확장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2006년 계정 동기화가 적용된 이후 10년이 넘게 사용자 관점에서 데스크탑 브라우저는 크게 발전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는 브라우저에서의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웨일에서 한눈에 보고 동시에 작업하는 옴니 태스킹 기능이나 스마트폰에서 보던 그대로 모바일 웹 이용이 가능한 기능을 웨일에 담은 이유라고 합니다. 네티즌이 곧 인터넷 전문가이며, 이제 전문가에게 필요한 새로운 웹브라우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후문입니다. 나아가 생활환경지능의 연장선, 또 웹표준과 브라우저 생태계 기여의 측면에서도 웨일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출처=네이버

개인적으로 웨일의 등장은 국산 토종 브라우저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다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크롬에도 사용된 크로미엄 엔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웨일은 오픈된 구글의 크로미엄 엔진으로 네이버가 국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웹브라우저를 커스터마이징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역시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관건은 커스터마이징의 사용자 경험에 있겠죠.

여기서 LG전자의 고래 마케팅을 연상해봅니다. 네이버의 웨일은 LG전자와는 달리 마케팅에 불과하면 곤란하거든요.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면서 전혀 새로운 것을 무리하게 추구하지 않았던 점은 적절한 기회비용전략으로 판단하겠습니다. 그러나 웨일이 마케팅으로만 구비되어 기술기반 플랫폼 기업이라는 레토릭의 일부만 담당하면 저는 약간, 매우 많이 실망할 것 같습니다. 부디, 네이버의 매력을 더욱 발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