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자 모든 관심이 5월 초에 예상되는 차기대통령 선거전으로 쏠리고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방향성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너지시장의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 편이다. 선거공약과 발언 등에서 여야의 대선후보 모두 재생에너지 위주의 정책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확대를 비롯한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철폐 등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작년 한해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관련업체들도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석탄발전과 원전의 축소, 친환경에너지의 확대

과거 대선에서 진보진영과 보수후보들의 에너지정책은 반대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보궐선거에 참여한 후보들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에너지 정책이 유사하다.

석탄발전과 원전의 축소, 친환경에너지의 확대가 이들의 에너지정책의 공통분모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대선후보 10명 설문조사 결과 9명이 원전을 줄여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다음 정권에서는 원전 축소 및 탈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미한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정권 교체 후 대폭 상향 예상>

자료: 유진투자증권

정치권이 정책유사성을 보이는 이유는 지역 표심이 이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 특히, 원전이 밀집한 부산과 일부 경상도 지역, 석탄발전이 몰려있는 충청도 표심은 선거판세 전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원전과 석탄발전축소 정책 약속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지진으로 인해 높아진 안전욕구로 인한 원전축소, 전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충청도 지역에서의 석탄발전소 반대요구는 민심의 대세가 되고 있다.

현역 충남도지사인 안희정 후보는 올초 신년 대담에서 "지난해 연안하구 생태복원 사업 추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규제 강화 등 우리 지역의 현안을 정부 정책과제로 제안했듯이 올해도 충남이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도록 정책과제들을 계속 제안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작년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획기적인 저감을 위한 5대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충청남도 제공

◇에너지 안전에 관심 증가

해외 주요국에서는 안전과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에너지 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르노빌, 스리마일,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와 그 대안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시장이 발생하고 성장하는 견인차였다.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높아진 안전과 환경에 대한 의식 변화로 국내에너지 시장이 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주요국가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저히 낮은 대한민국(2015년 기준) 출처=BNEF, 유진투자증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비중 대폭 확대 예상

우리나라는 대선이 종료되고 차기정권이 들어서는 하반기에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존의 원전과 석탄발전의 증설계획이 축소되고, 친환경에너지와 천연가스 발전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에도 실무진들의 준비단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화석연료를 중시하는 정권 핵심의 정책기조 때문에 최종안에서는 언제나 석탄, 원전 등의 구시대에너지원이 중심이 된 계획이 발표됐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원구성비는 연말 설비용량 기준. 출처=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누가 정권을 잡던, 원전과 석탄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형성돼있다. 국내의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약4.6%에 불과인 반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20~5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차기정권에서는 RPS비중확대, 탄소배출권제도 강화, 친환경에너지 관련펀드조성 활성화, 각종규제 철폐 등으로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도별 RPS(재생에너지 공급의무할당) 비율 변동 추이>

연도별 RPS(재생에너지 공급의무할당) 비율은 이미 상향된 상태.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유진투자증권

◇국내 재생에너지 업체들 기대감↑

이처럼 재생에너지 정책기조가 확실시되며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업체들도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 국내 풍력발전 기자재 제조업체들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효성 등은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거의 접은 상태다. 작년 한국풍력발전 시장의 총 설치용량은 200MW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두산중공업과 유니슨만 남았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사업을 철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매출 비중이 80~90%에 달하는 유니슨은 올해 본격적인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인제 용대리 풍력발전단지 전경. 자료=유니슨

유니슨 관계자는 “그동안 풍력발전 분야는 대기업들도 철수할 만큼 어려웠다”며 “현재 두산중공업과 우리만 남았는데 올해 들어 신재생에너지 지원책들이 실제로 나오고 있어 프로젝트들이 착공이 되고 공사가 되는 등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 원)자료=한국거래소

동국S&C는 역시 국내 풍력단지 건설사업 관련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30%를 차지한다. 주력사업인 미국향 풍력타워는 보조금 효과로 2020년까지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풍력단지건설 매출이 증가하면 실적이 더욱 안정될 전망이다.

 

동국S&C관계자는 “대선정국으로 들어서며 테마주처럼 되긴 했지만 급작스레 시장이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미국이나 국내 시장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만큼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기정부에서 3MW(메가와트) 초과단지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가중치상향, 입지규제완화 등의 태양광 지원정책확대도 예상된다. 국내태양광모듈 대여사업의 점유율1위 업체인 에스에너지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된 정책들이 많이 나왔다”며 “특히 장기고정거래제도가 도입되며 사업규모의 증가로 발전사들의 수익성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위: 원) 자료=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