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이미지인식 기반 운행보조소프트웨어 기업 모빌아이(Mobileye)를 153억불(17조원)에 인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는 이미지인식 기반 자율운행차량 기술기업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점유율 높은 기업이고 GM, 혼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수많은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죠.

모빌아이는 미래 자율운행차량 관련 핵심 기업 중 하나로 주목받던 기업입니다. 테슬라는 애초에 모빌아이의 솔루션을 탑재해서 자율운행기능을 강조해왔지만 얼마전에 테슬라에서 모빌아이와 결별을 선언하고 자체적으로 이미지인식 기반 자율운행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자율운행차량 관련 기술에서 이미지인식 기술의 중요성이 큰 것이죠.

이번 인수가격은 직전 거래가격에 34% 프리미엄 얹은 가격으로 거래되어서 통상적인 경영권 인수프리미엄 수준으로 지급되었구요.

안그래도 지난 일요일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인텔과 모바일아이, BMW의 완전자율운행차량에 대한 협력에 대해서 언급드렸는데, 이렇게 두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네요. 참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입니다.

얼마전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기업 하만 인수(9.4조원)건이 마무리 되었는데요. (삼성은 커넥티드카를 스마트폰 이후 가장 거대한 모바일기기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맞나요? ^^;;)

얼마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인텔이 다시 17조원 규모의 거대 인수딜을 했다는 사실은 미래 인류에게 자율운행차량이 지니는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합니다.

삼성도 조단위의 거대한 인수합병을 하던 기업이 아니고, 인텔도 반도체 이외의 영역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수행하던 기업이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과감하고 놀라운 행보인 것입니다.

▲ <사진=위키커먼스>

[ 왜 자율운행차량일까? ]

그러면 왜 이렇게 자율운행차량에 쩐의 전쟁이 벌어질까 한번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있는데요.

인터넷의 확장이란 관점에서 풀어보면 어떨까합니다. 인터넷의 탄생은 사무공간에서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해주었죠. 2007년 스마트폰 탄생이후 진행된 모바일혁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었습니다. 도시생활을 하는 거의 모든 인류가 이제 디지털화되었고, 모바일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이 확장을 꾀하는 영역은 바로 사람을 넘어선 사물인 것입니다.

사물 중에서 가장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체는 바로 자동차인 것이죠.

자동차의 등장과 확산으로 마차를 끌던 수많은 말들이 대량 실직을 경험했고, 전지구적으로 말의 엄청난 개체수 감소가 이어졌죠. 말을 기르고 판매하던 종사자들은 모두 타격을 입지요. 지금도 동일한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 맞습니다. 맞구요~

산업혁명의 두번째 파고(wave)도 포드가 자동차를 대량생산한 T-Model의 생산방식으로 상징될 정도니까요.

현재 진행되는 4차산업혁명의 상징적인 상품도 어쩌면 자동차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산업혁명의 두번째 파고를 통해서 인간은 이동의 자유가 현격히 확장되었다면, 네번째 파고에서는 공간이동 자체에 인간이 관여할 필요가 전혀 없는 세상이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어디 위험하게 인간이 운전하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컨텐츠를 즐기는 시간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교통체증도 짜증나지 않겠죠. 인공지능은 술을 안좋아하니 음주운전 문제도 없을 것이구요. 물론 완전자율운행 차량의 시대에는 나름의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할 것입니다. 하지만, 완전자율운행이 기술로 인해 편리함과 효율성이 현격히 향상될 무언가라면 절대로 뒤로 역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전 언급드린 것처럼 기술엔 "빽도"가 없으니까요. ^^*) 

이러한 불가피한(inevitable) 변화에 테슬라, GM(Cruise Automation 1.2조원 인수), 포드(Argo AI 1.2조원 인수)와 같은 자동차 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 인텔과 같은 인터넷, 모바일 시대 변화의 근간을 맡았던 반도체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네 바퀴 위의 서버"

인텔의 임원은 미래의 자동차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자율운행차량은 매일 4테라바이트(terabyte)에 달하는 데이터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니 "도로위를 달리는 서버"라는 표현도 지나치진 않은 것이죠.

엄청난 데이터를 쏟아내는 자율운행차량을 반도체 기업들이 놓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데이터를 쏟아내려면 연산을 먼저해야 하니까요. 자동차는 가장 많은 반도체를 소비할 잠재 소비자인 것이죠.

참고로, 최근 몇년간 로켓성장을 기록한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인 우버 역시 차량과 고객을 온디맨드(on demand)로 매칭시켜주는 서비스의 연장선상에서 자율운행차량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자율운행트럭 기술기업인 오토모토(Ottomotto)를 6.8억 달러(약 7천억원)에 인수했죠. 작년 말에 우버의 오토모토는 세계 최초로 자율운행 트럭 배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버드와이저 5만캔을 싣고 120마일을 사고없이 무사히 자율운행했습니다.

[ 언제 자율운행차량의 시대가 도래할까? ]

그럼 완전자율운행차량의 시대는 언제쯤 도래할 수 있을까?

인텔과 BMW가 함께 바라보는 시점은 2020년입니다. 그리고 미국 백악관에서 발간된 인공지능 리포트에 따르면 트럭운전 분야는 향후 5년안에 완전 자율운행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2020년 이후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완전자율운행 차량이 상용화되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고, 이미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매우 가까운 미래인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 6개월 마다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빨라지기 때문이죠.

인간처럼 잘 보는 기술(vision), 정확히 앞/뒤/옆차와의 거리를 인지할 수 있는 기술(sensor), 그리고 정확히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합쳐지면 완전자율운행 차량의 시대는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각 기술들은 나름의 혁신을 거듭하고 있고, 어느 기술 하나라도 현격한 진보가 나타나면 자율운행차량의 시대는 한발 더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셈인거죠.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세계적인 거대 IT기업, 자동차기업들은 자율운행차량에 대한 거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의한 베팅이 아니라 너무나 확률 높은 반드시 해야하는 투자인 것입니다.  

[ Outro. 현대차 미래전략 부재에 대한 아쉬움 ] 

인텔, 삼성, 우버, 구글, 테슬라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기술 길목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전혀없는 기업들이죠.

미래 전략이 매우 매우 매우 아쉬운 대상은 한국의 현대차입니다. 내수시장에선 국내 소비자 차별대우로 비호감 브랜드로 전락해서 외국브랜드의 점유율 상승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딱히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지요. 바라보던 중국에선 로컬브랜드의 굴기가 무섭게 이뤄지고 있구요. 심지어 최근 중국 로컬 자동차브랜드의 한국 진출 이미 이뤄졌지요. 볼보는 중국 로컬 Geely에 인수되서 이제 중국 자본의 품에 안겼지요. 중국 자본은 세계적 브랜드 인수하거나, 세계적 로봇기술(독일 KUKA)을 수조원을 들여서 인수하는데, 현대차는 쌓아놓은 돈으로 삼성동 땅을 10조원에 인수했죠.

자율운행차량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응급성을 느꼈다면 아마도 그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같은 현금을 쓰더라도 땅에 베팅하기 보다는 기술 트렌드에 부합하는 비유기적 변화를 꾀하는게 바람직한 것이죠. 아직 완전히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자동차를 굴러다니는 서버, 부가가치 충만한 사물인터넷, 가장 큰 사이즈의 모바일기기로 바라보면 미래적인 기업으로 변신할 기회가 짠하고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기회의 창은 의외로 빨리 닫히니 빨리 판단하시길!!)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긍정하고 희망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