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손가락이 저려요. 혹시 목 디스크가 아닌가요?” 50대 여성 환자가 양쪽 손 저림을 호소하며 본원을 내원했다. 최근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건강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면서 이미 마음 속으로 자가 진단을 내리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환자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하겠다.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이 환자는 가끔씩 경추통이 있는 것 외에 과거 병력상 다른 특이 질환은 없었다. 손가락 저림에 대한 자세한 병력 청취를 해본 결과 당초 표현과는 달리 전체 손가락이 아닌 주로 검지, 중지에 국한된 ‘손 저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학적 검사에서 손 근력은 정상이었으나 소지를 제외한 손가락의 감각 저하가 관찰되었다. 목을 굴곡, 신전, 회전 등의 동작을 취했을 때 특별한 통증은 호소하지 않았으며, 목을 좌우로 회전한 후 신전했을 때 상지로의 방사통도 확인되지 않았다. 양쪽 손목을 90도로 굴곡한 후 손등을 맞댔을 때 검지와 중지에서 저린 감이 확인되었으며, 정중신경이 손목터널을 지나가는 부분을 해머로 타진했을 때 손가락이 저린 감이 추가로 관찰되었다.

경추 단순 방사선 검사를 시행했으나 특이 소견을 보이지 않았으며, 신경전도 검사상 양측 정중신경의 전도 시간이 손목 근처에서 특징적으로 지연되는 ‘손목터널 증후군’에 합당한 소견이 관찰되어, 약물치료 및 운동치료, 보조기 착용을 권고한 후 1개월이 지나 재내원한 환자의 증상 호전을 확인하게 되었다.

‘손목터널’은 손목 앞부분의 피부조직 밑에 손목을 이루는 뼈와 인대들로 둘러싸인 작은 터널로, 그 안으로 손가락 및 손목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9개의 힘줄과 1개의 신경이 지나간다. 이 터널이 여러 원인으로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 이곳을 지나가는 신경인 ‘정중신경’이 눌리게 되면서 여러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팔에서 발생하는 말초신경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복적으로 손과 손목을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특히 가사노동이 많은 40~60대 중년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비만, 노인, 당뇨병 환자에게서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임신 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질환이다.

‘손목터널 증후군’의 증상은 정중신경의 지배 영역인 엄지, 검지, 중지, 약지의 일부 및 손바닥이 저린 통증 또는 타는 듯한 통증이며, 증상이 진행되면 감각이 떨어지고 손가락 근육의 위축 및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야간에 더 악화될 수 있으며, 특징적으로 손을 터는 동작을 통해 일시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진단은 먼저 임상적인 증상으로 의심하게 되고, 이학적인 검사로 양쪽 손목을 90도로 굴곡한 후 맞댔을 때 손가락에서 저린 감을 확인하는 방법, 정중신경이 손목터널을 지나가는 부분을 해머로 타진했을 때 손가락이 저린 감을 확인하는 방법 등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영상학적 검사로는 손목 뼈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단순 방사선 촬영을 하고, 실제 정중신경이 손목터널에서 눌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초음파 검사를 ‘손목터널 증후군’의 부가적인 진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신경전도검사는 정중 신경의 전도속도가 손목터널 근처에서 지연되는지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손목터널 증후군’ 진단의 표준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 비수술적 치료는 질병 초기(대개 발병 1년 이내)이면서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목 사용을 줄이는 생활습관 교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직업상 손목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손목 보조기 착용을 꼭 설명하고 자가운동을 교육한다. 약물치료도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빠른 증상 경감을 위해 터널 내 스테로이드 주사 등도 치료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치료도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 충분한 근거는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3개월 이상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근력 약화가 진행되는 경우, 혹은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종양 등이 확인된 경우에는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절개하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손가락 마비나 감각저하,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 무엇보다 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터널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발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손을 과도하게 돌리거나 구부리는 동작이 되지 않도록 손목보호대 및 받침대를 사용하도록 하고, 직업적으로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있을 때 중간 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방법 등이 추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