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식품군을 주로 판매한던 편의점이 다양한 화장품을 진열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뷰티가 주요 품목이었던 드러그스토어는 식품 카테고리를 늘리고 있다. 식품브랜드는 팝업스토어에서 성과가 좋자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주류 제조업계는 프랜차이즈 진출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등 불황 탈출을 준비하는 유통업계의 유통 지형도 변화가 눈에 띈다.

사실 온라인 유통의 경우 모바일의 진화와 함께 이미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평가지만, 이와 달리 비교적 나름의 구역이 있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유통망 다각화 전략으로 승부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편의점서 화장품 사고, 드러그스토어서는 먹거리 구입

▲ 출처: 세븐일레븐

화장품의 경우 보통 온라인 구입이 아니라면 주로 브랜드 매장이나 드러그스토어를 통해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3만개 시대에 접어든 편의점 빅3 모두가 식품·생활용품에서 화장품까지 품으면서 여성 고객 공략을 시작했다. 

편의점 업계가 타깃으로 잡은 소비자는 2030세대의 1인 가구로,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에서도 언제든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매장헬스&뷰티숍 인기브랜드와 인터넷 화제 화장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국 200개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화장품 판매 매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으로, 이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기존 식품 이외에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접근성 좋은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역시 10대와 20대를 겨냥한 색조화장품 브랜드 ‘0720’의 틴트·팩트·아이라이너·선크림 등으로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섰고, GS25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내달부터 ‘비욘드’ 브랜드를 소용량 편의점 전용 상품으로 내놓는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매출은 증가 추세다. GS25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2014년 10.3%에서 지난해 19.7%로 상승 추세다. 세븐일레븐에서도 화장품이 포함된 비식품군 매출이 2011년 12.3%에서 2016년 14.4%로 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전국 편의점 수가 3만개를 넘어서면서 질적인 성장이 요구되는 시대가 왔다”면서 “이에 다양한 구매 채널로 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가운데 화장품군의 호응이 좋자 빅3 업계 모두가 뛰어든 것이고, 접근성과 1인 가구를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드러그스토어들은 기존 뷰티제품에서 식품군 비중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운영하는 올리브영의 경우 스낵과 초콜릿 등은 물론 냉장음료 등이 매장마다 공통적으로 구비되어 있으며, 특히 다이어트와 관련된 건조 과일이나 통밀 토스트 미주라 등 여성들을 공략할 만한 제품 구비로 화장품을 사러 왔다가 간식도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하고 있다.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과 간편 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난 1월 올리브영의 간편식 매출은 2016년 10월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드러그스토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매장수 3만 개를 넘어서며 포화상태인 편의점과 달리 드러그스토어는 아직 1000개 정도의 매장 밖에 없어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온라인 유통의 경우 경쟁이 너무 심해 10원 단위까지 예민하게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라며 “오프라인의 유통 경계도 허물어지면서 출혈 경쟁 역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업계에서는 PB제품과 가성비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 향후 온오프라인 경계가 완전히 없어지면 오프라인 매장 어딜 가도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종합라이프스타일’의 공간 진화가 가장 선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사업 고삐 당기는 제조 기업들

상품을 만들어서 다른 유통망을 활용하던 제조 기업들도 이제는 직접 매장을 차려 안정적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50년 동안 스테디셀러 ‘바나나 우유’를 필두로 유제품만 판매해 왔던 빙그레는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판매업과 음식점업 등을 추가하며 새 사업 진출에 나섰다.

지난해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지하 2층에 ‘옐로우카페’를 오픈, ‘제3의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제주도에 2호점도 낸다.

뒤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팝업스토어인 ‘소프트랩(SOFT LAB)’을 롯데백화점 잠실점 식품관에 열었다. 아울러 올리브영에 자사의 제품인 바나나맛·딸기맛 우유 디자인을 본뜬 화장품도 내놓아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등 외길 인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빙그레는 사업목적 추가에 음식점업도 포함시키는 등 사업 다각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 출처: 빙그레

오비맥주와 롯데주류는 술을 만들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던 것을 넘어서 이제는 직접 매장에서 소비자를 맞이한다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월 서울 강남역 뱅뱅사거리 근처에 ‘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라는 이름의 수제맥주 전문 펍을 개점했다. 규모는 약 300석 정도로, 매장내 양조 시설에서 직접 제조한 크래프트 맥주는 물론 다양한 다이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는 독특하고 다양한 맛의 맥주로 인기를 얻으며 개점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국내 크래프트 맥주시장에서 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추가 출점 계획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역시 클라우드 생맥주를 내세워 생맥주 전문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으며, 무학도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외식 및 프랜차이즈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그동안 국내 주류 제조업체들이 프랜차이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자사의 유통망을 통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새로운 수익원을 얻을 수 있으며 시장 선점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관련 전문가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시장 진출이 주변 골목상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달가와하지 않는 시선도 있다”면서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불황인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하는 것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대기업들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출처: 구스 아일랜드 부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