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노버 리전y20, 출처=레노버

노트북, 데스크톱을 포함한 PC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트북 시장의 출하량이 감소하며 예외는 아니다. 노트북 시장은 정말 도태되는 시장일까 아니면 또 다른 변신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을까.

권상준 IDC 수석연구원은 “PC 시장이 줄어들어도 울트라슬림, 게이밍, 디태처블 노트북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세 부문 덕분에 노트북 시장이 더 커지진 않아도 현상유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많은 공급자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지만 글로벌 탑5 회사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커지지 않으니 기업들이 어느 부분에서 더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하고 있다”면서 최근 기업들이 저가 노트북 출시를 꺼린다고 덧붙였다. “저가 노트북은 수익이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가성비에 정말 자신 있는 기업만 저가를 내놓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급인 메인스트림 위치가 조금 애매해진 느낌이다”라며 “저가형이라기에는 비싼 편이고 고급형이라기에는 성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아예 저렴한 제품으로 가든지 아니면 고사양 제품으로 가는 편이 낫다는 것. 즉 노트북 시장에서도 저가제품과 고기능 프리미엄제품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한 업체가 저가, 중급제품, 고급제품을 모두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그런 시대는 지나 자신 있는 분야의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PC 시장 감소 추세, 노트북 시장에 기회는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PC 출하량은 2억6970만대로 2015년 대비 6.2% 감소했다. PC 출하량은 2012년 이후 5년 연속 감소 중이다. 2012년 PC 출하량은 3억5240만대였다.

가트너 수석연구원 미카코 미타가와는 “PC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 높은 의존을 보여 PC 시장이 축소됐다”면서 “적극 사용자층보다 소극적 사용자 시장이 더 커 시장축소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출하량 감소 원인으로 노트북 자체의 성능 업그레이드도 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성능 좋은 부품의 등장으로 PC 시장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현재 기술이 좋아 CPU를 3~4년 사용해도 잘 돌아간다”고 했다. “운영체제도 메모리와 리소스 관리가 잘되게 나와 제품 사용주기가 늘어 PC 시장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PC 시장 자체는 작아져도 울트라슬림과 게이밍 노트북 등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울트라슬림 노트북 시장은 지난해 2016년 2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6% 성장했으며 노트북 시장에서 28.5%를 차지했다. 전체 PC 시장이 2015년 2분기 대비 1.6%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울트라슬림 노트북 시장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진단이다. 울트라슬림 노트북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보통 노트북에 비해 비싸다는 문제가 있지만 조금씩 저렴해지고 있다. 2016년 2분기 울트라슬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저렴해졌다.

권 연구원은 “최근 14나노 공정 덕분에 성능 좋은 저전력 프로세서가 나와 슬림노트북에 적용된 것”이라며 “프로세서가 전력을 많이 먹으면 충전기를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얘기했다. 배터리 기술 성장으로 올데이컴퓨팅도 가능해졌다. 덕분에 휴대성 좋은 기기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인터넷망 설치가 잘된 것도 울트라슬리밍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 삼성 오딧세이, 출처=삼성전자

울트라슬림·게이밍·디태처블 노트북 시장주도 ‘3인방’

특히 국내는 울트라슬림 노트북이 강세다. 2016년 데스크톱 PC 출하량은 221만대, 노트북 출하량은 242만대다. 2015년 데스크톱 PC 출하량은 222만대, 노트북 출하량은 226만대로 2년 연속 노트북이 데스크톱 출하량을 넘어섰다. 2016년 한 해 국내에서 울트라슬림 노트북은 150만대 출하됐다. 전년 대비 40% 이상 높은 성장세다.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3%로 전 세계 31.6% 대비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게이밍 노트북도 성장세다. 여러 PC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 1위 PC업체인 레노버는 CES2017에서 게이밍 PC 전용 브랜드 ‘레노버 리전’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CES2017에서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 ‘오딧세이’를 선보였다. 대표적 게이밍 노트북 제조업체 에이서는 CES2017에서 9000달러(약 1032만원)짜리 프레데터21X를 공개했다. 게이밍 하드웨어 제조업체 레이저는 노트북 하나에 3개의 디스플레이를 가진 노트북의 프로토 타입을 선보였다. LG전자도 게이밍 노트북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언제 출시할지 얼마가 될지 확실치 않지만 게이밍 노트북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2016년 게이밍 노트북 판매량은 450만대다. 데이브 린(Dave Lin) 에이서 대만 대표는 “전년 대비 2016년 판매량이 각각 30%와 10% 증가했다”고 말했다. 에이수스와 MSI는 2016년 대비 2017년 게이밍 노트북 출하량을 10%에서 15%도 높게 예상하고 있다. 제이슨 우 에이수스코리아 지사장은 지난 1월 10일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 출하량이 전년도 대비 67% 증가했다”고 밝혔다.

게이밍 노트북 성장의 요인으로 최근 오버워치 등 우수한 그래픽 기반의 게임이 멀티코어와 병렬연산을 지원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프로세서와 외장 그래픽 카드의 적절한 조합으로 비교적 저렴한 중간급 노트북에서도 오버워치 등 우수한 그래픽 기반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

권 연구원은 “게이밍 노트북은 외장그래픽을 따로 구매하면 되니까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을 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재작년부터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디태처블 노트북도 급성장을 보였다. 2014년 국내 디태처블 노트북 출하량은 7만대에서 2015년 18만2000대, 2016년 38만7000대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112.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디태처블 노트북은 성장세다. 서유럽에서 디태처블 노트북은 2015년 2분기 50만대 출하량에 불과했다. 2016년 2분기 출하량이 160만대로 늘면서 3배 이상 성장했다. 디태처블 노트북은 개인용과 상업용 모두에서 강세다. 태블릿과 노트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과 휴대성이 좋다는 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권 연구원은 “아직 시장이 크지 않지만 성장률이 높다”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