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북’

1968년 미국 전산학자 앨런 케이(Alan Kay)가 제시한 미래형 휴대용 컴퓨터의 이름이다. 사실 컴퓨터를 휴대용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던 20세기 중반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해 구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앨런 케이가 다이나북을 이야기하는 시점에도 기술이 없어 단순한 ‘개념’ 발표에 불과했다. 다이나북 같은 휴대용 컴퓨터는 그야말로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제품이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휴대용 컴퓨터가 등장했다. 꿈이라고 생각한 다이나북 개념이 발표된 지 13년 만이다. 1981년 최초 상업 노트북 오스본1이 출시됐다.

 

80년대, 최초의 상업 노트북 등장과 도시바의 시장 주도

▲ 오스본1, 출처=위키미디어

최초의 상업용 노트북은 1981년 발표된 오스본1(Osborne1)이다.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노트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무게가 11㎏에 달해 실제로 들고 다니기 어려웠다. 그래도 컴퓨터를 옮기며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50×36×22㎝ 크기로 일반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와 비슷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가격은 4729달러(약 549만원)다. 자일로그(Zilog)Z80 CPU, 기본동작속도 4.0메가헤르츠(㎒)에 64킬로바이트(KB) 램, 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내장 배터리가 없어 외부 전원을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오스본1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여러 기업이 휴대용 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도시바도 그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오스본1 출시 4년 후 1985년, 도시바에서 T1100이라는 제품을 내놨다. 현재 노트북과 같이 디스플레이를 폴더 형태로 접었다 펼 수 있는 최초의 제품이다. 때문에 현대 노트북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도시바의 T1100 등장 이후 노트북이라 불릴 수 있는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 도시바T1100, 출처=위키백과

T1100의 두께는 7㎝, 무게는 4㎏으로 그럭저럭 들고 다닐 수 있었다. 때문에 T1100이 최초의 노트북 제품이라는 말도 있다.

T1100에는 인텔 80C88 CPU(AT급), 기본동작속도 4.77㎒ CPU, 램은 51KB가 탑재됐다. 가로 9.1인치, 세로 4.7인치 와이드 흑백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해상도는 640×200 픽셀이다.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512킬로바이트 RAM을 채택했다. 가격은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4229달러(약 490만원)였다.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콘센트가 없어도 사용 가능했다. 변호사 등 개인 사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반 년 만에 6000대가 판매됐다.

여세를 몰아 도시바는 1989년 일본에서 ‘다이나북’(DynaBook)이라는 노트북 브랜드를 선보였다. 최초의 다이나북인 J-3100 SS001는 인텔 80C86CPU, 기본동작속도 10㎒, 30MB의 하드디스크, 1.5MB 램을 탑재했다. A4용지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2.7㎏, 두께는 44㎜였다. 배터리는 완전 충전하면 2.5시간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 19만8000엔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화제가 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J-3100 SS001의 전모델인 J-3100B11와 J-3100B12는 각각 49만8000엔, 69만8000엔이었다. 1990년 6월 말까지 17만대가 판매됐다.

90년대, 도시바와 IBM의 대결 그리고 소니

1990년대 노트북 시장을 주도해온 기업은 도시바와 IBM이다. 도시바는 EZ486로 노트북 시장을 장악,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IBM은 1980년대 노트북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1986년 자사 최초 노트북 IBM 5140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노트북 시장에 도전하는 한편 1988년에 P70을 출시했지만 ‘컴팩’(Compaq)의 LTE286에 밀려났다.

▲ 씽크패드 700C, 출처=위키피디아

노트북 시장에서 고전하던 IBM은 포기하지 않고 1992년 씽크패드 700C를 출시했다. 당시 가장 큰 디스플레이 사이즈인 10.4인치를 탑재했다. 주요 성능은 256컬러의 TFT 디스플레이, 120MB의 HDD, 4~8MB 램이다. 처음에는 윈도우 도스5.0을 운영체제로 내놨다. 후에 윈도우 3.1을 설치해 판매했다. 700C 덕분에 씽크패드는 성공한 노트북 브랜드로 평가되며 90년대 도시바와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도시바는 1992년 노트북 최초 인텔 80486 CPU와 640KB의 RAM을 탑재한 EZ486을 출시했다. 당시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탑재하고 있어 큰 성공을 거뒀다. 도시바는 EZ486 출시로 노트북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다.

▲ 리브레또20, 출처=위키피디아

1996년 도시바는 또 하나의 히트작을 출시하게 된다. 미니노트북의 원조라고 불리는 리브래또20이 출시된 것. 210×115×34㎜의 초소형 크기에 840g의 무게로 윈도우 95가 실행되는 모습은 혁신 그 자체였다. 일본에서만 판매됐으며 8MB 램에 6.1인치 TFT컬러 LCD, 640×480 해상도, 270MB의 HDD를 탑재했다. 당시 3월에 출시된 애플 PDA인 뉴튼130과 비슷한 크기를 보여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뉴튼130의 크기는 203×101×31.75㎜였다. 리브레또20 이후 1997년에 출시된 리브레또 30은 일본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리브레또20 출시 2년 후 1998년 노트북 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미니노트북인 소니 바이오 픽처스북 C1이 출시된 것. 리브레또와 크기 차이는 거의 없었으나 성능과 편의성은 훨씬 높았다. 8.9인치 울트라와이드(21:9 비율) TFT 디스플레이, 인텔 펜티엄MMX CPU, 기본동작속도 233㎒, 3.2GB 하드디스크, 64MB 램의 사양이다. 윈도우 98이 설치됐다. 특히 웹캠의 탑재는 당시 혁명이라고 불렸다. 리브레또는 C1에 완패했다. 결국 2000년대 도시바는 노트북 시장 1위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2000년대, 스티브 잡스의 맥북에어 그리고 넷북 돌풍

▲ 맥북에어 1세대, 출처=위키피디아

데스크톱 컴퓨터인 매킨토시와 노트북 맥북프로를 내놓던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2008년 한 장의 서류봉투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프레젠테이션 중 황토색 서류봉투에서 나온 은빛 맥북에어. 슬림노트북의 역사를 새로 쓴 제품이다. 맥북에어 1세대는 두께 0.16(약 0.4cm)~0.76인치(약 1.9cm), 무게 1.08㎏, 13.3인치 디스플레이를 지니고 나타났다. 보통 인텔코어2듀얼 CPU보다 60% 정도 작은 인텔코어2듀얼 CPU, 동작속도 1.6기가헤르츠(㎓), 램 2GB, HDD 80GB, 1280×800의 해상도를 탑재했다. 맥북에어의 등장으로 울트라슬림노트북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성능 대비 가격이 비쌌다는 점이다. 1799달러로 출시됐다.

▲ HP의 넷북, 출처=펙셀스

넷북도 200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끌었다. 넷북 호황기는 2008년대 전후 인텔이 아톰(Atom) CPU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톰은 넷북에 특화된 부품이다. 저전력 저가 프로세스로 인터넷 중심 노트북용으로 개발됐다. 13㎜×14㎜의 크기 칩 안에 모든 기능을 내장, 전력 소모율을 최소화했다. 당시 넷북은 일반 노트북보다 30% 이상 저렴했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2009년 노트북 시장의 20%를 차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계속 성장할 것 같았던 넷북의 추락은 금방 찾아왔다. 인터넷 검색, 문서작업 등의 작업에는 괜찮았지만 영화감상, 사진 편집 등의 일은 할 수 없었다.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 울트라슬림 노트북 등의 등장으로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다.

 

<최초의 노트북 오스본1>

오스본1은 1981년 4월 3일에 출시된 세계 최초 상업 노트북이다. 오스본 컴퓨터(Osborne Computer Corporation)에서 출시됐다. 무게는 11㎏, 가격은 2016 기준 4729달러(약 544만원)였다. 동시대 개인용 컴퓨터에 비하면 저렴했지만 좋은 성능은 아니었다. 때문에 오스본사도 성능보다는 가격을 더 강조했다. 플로피디스크 용량이 90킬로바이트(Kb)밖에 되지 않아 비즈니스 업무에 이용되는 애플리케이션 구동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또한, 현재 관점에서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오스본1은 ABS 플라스틱 케이스로 돼 있었다. 뚜껑에 키보드가 장착돼 있었고 노트북을 들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뚜껑을 열면 5인치(13㎝)의 디스플레이가 있다. 기기 무게와 사이즈는 재봉틀과 비슷했다. 당시 오스본사는 ‘비행기 좌석 아래에 들어가는 단 하나의 컴퓨터’라며 오스본1을 광고했다. 무겁고 썩 멋있는 외형은 아니었지만 당시 ‘4729달러밖에 하지 않는다! 이동까지 가능하다!’는 소비자의 칭찬을 받았다. 오스본1은 출시 8개월 만에 1만1000대가 팔리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