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3월 기준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다. 미 금리인상은 연내 3회로 예상되지만 예상을 넘어서는 횟수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으며 또 달러화를 강세로 몰고 갈 수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향후 미 달러화의 방향성과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트럼프와 옐런이 대립각을 세우는지 혹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3월 FOMC 이후 시장의 반응은 트럼프와 옐런의 관계를 명확히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내린 뒤 약 7년만의 첫 인상이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횟수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미국 실업률과 근원물가지수 [출처:SK증권]

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점증됐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2016년 12월에 단 한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예상보다 느린 금리인상 속도에 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2017년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증권업계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3회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4회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시장은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기준금리가 이처럼 빠르게 인상될 것이란 예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최근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이렇게 급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 금리인상, 자산버블 차단과 트럼프 견제가 목적?

첫 번째로 지목되는 것은 도널트 트럼프의 재정정책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트럼프의 공약으로 인해 미 정부의 재정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또한 금리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즉, 시장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에 긍정적요인과 미국의 재정부담이라는 부정적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 트럼프 정책발 인플레이션 확산 전망 강화 [출처:대신증권]

또 연준의 금리인상을 위한 정책 목표인 인플레이션과 고용수준을 고려하면 이 또한 금리인상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리며 연준의 금리인상 논의는 본격화됐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사실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연준위원들은 어떤 이유로 3월 들어 갑자기 매파적으로 변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잠재성장률은 밑돌고 있는 상황으로 실물경제를 위해 완화정책을 써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문제는 금융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 금융시장에 버블이 생겨나고, 실물경제가 활황을 보이지 않음에도 금리를 급격히 올리게 되면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전부터 옐런 의장은 자산시장 버블을 경계하는 발언을 해왔다. 공교롭게도 3월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도 옐런의 주장과 일치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자산버블을 경계하는 상황이다.

OECD와 BIS 주장의 공통점은 저금리가 가계부채를 끌어올리고 이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동시에 자산버블을 야기하고 있어 세계 경제에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준의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따른 순연적 과정이라기보다 자산버블을 선제적으로 억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옐런 의장과 연준 위원들의 ‘다급한’ 모습에서 이미 자산시장은 버블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란 경제주체들의 예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입장에선 부담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정책들은 예외 없이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는 것들”이라며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에 이어 불과 3개월만에 추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트럼프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를 올리기 보단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금리인상 등을 실시한 이후부터 미국 경제 내에서 설비투자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지양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정책을 미국 경제가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연준의 트럼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자산버블 우려에서 출발,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그 횟수는 기존 예상인 3회(2017년 내)에서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VS 옐런,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주장은 트럼프의 재정정책 중 환율조작국 지정과 같은 보호무역 강화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의 의지가 너무 강해 이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화의 가치는 단순 이러한 정책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 중국, 독일, 대만, 일본 등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기 전까지 이들 국가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들의 향후 수출부진 등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달러를 강세로 몰아갈 수 있는 요인이다. 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준의 금리인상 의도가 자산버블 차단과 트럼프 정책에 대한 견제에 있다면 미 금리인상이 달러가치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달러가 ‘자연스러운 약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실제 정책이 그의 공약보다 다소 미흡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연준도 금리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추정과 예상이다. 다소 식상한 얘기가 되겠지만 보다 확실한 것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발표될 점도표의 변화와 옐런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 수 있다. 향후 3회를 넘는 금리인상을 암시한다면 시장 변동성 확대와 함께 달러 가치도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반면 FOMC회의 후 금리인상의 기존 예상 횟수인 3회에 그칠 것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면 시장은 안정적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10일 미국의 고용지표는 예상치(신규 고용 23만5000명 증가, 실업률 4.7%)를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시장은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의 금리는 상승했고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다.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 임금상승률이 다소 부진했다. 둘째, ECB통화정책회의 일부 위원들이 회의에서 양적완화 종료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 연준의 3월 금리인상에 대한 예상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준의 3월 금리인상은 노출된 재료라는 점에서 시장은 새로운 소식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결국 3월 FOMC를 앞두고 시장을 바라보는 핵심은 트럼프와 옐런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에 따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달러 강세는 트럼프와 옐런의 ‘대립’을, 달러 약세는 ‘협력’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트럼프와 옐런의 관계가 시장에 반영되는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