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의 트럼프이지만 인도에 대해서는 ‘True Friend!’ 하면서 추켜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때는 내내 껄끄러웠지만, 트럼프는 처음부터 인도와 화기애애하다. 트럼프 미 정부와 모디 인도 정부 사이에 밀월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줄곧 외치던 트럼프가 ‘인도 러브’를 강조하고,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어긋나던 양국 관계가 돌연 훈훈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는 미국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

이슬람도 싫고 국경을 넘는 남미도 싫고 여차저차 자리를 꿰차는 아시아 유색인종도 싫다며, 미국인끼리 잘 살아보겠다는 막무가내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유독 인도에 대해서 ‘진정한 친구’, ‘영원한 친구’라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전임 대통령 오바마가 파키스탄과 취임 통화를 하고 인도를 외면했을 때, 그 앙금으로 양국관계가 싸늘했던 것과는 완전 대조적이다. 파키스탄 대신 인도를 택한 트럼프의 판단은 무엇 때문인가? 인도 상업도시 뭄바이에 세워진 ‘트럼프 타워’와 같은 개인적인 인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개인적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도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인도를 제외하고는 미국 우선주의를 온전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인도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인도는 미국의 필요존재(Necessity)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도의 사회지도층에게 직접 물어봤을 때도, 인도 언론에 나타난 것과 같은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인도가 필요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중에서도 인도에 대해 호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당선 이후 이민자 배척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인도계를 지명했다. 특히 “모디 총리가 개혁과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직접적으로 찬사까지 보냈다.

 

모디 인도 총리와 잘 맞는 ‘트럼프 코드’

무엇보다도 영국의 브렉시트와 같이, 글로벌 가치보다는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국제정치 행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서 인도가 필요하다. 인도 역시 중국과의 끊임없는 국경 마찰 그리고 중국과 가까워진 적대적 관계의 파키스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해줄 우군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과거 오바마 정권과 달리, 파키스탄이 아닌 인도에 손을 내민 트럼프는 인도가 예쁜 것이다. 국제정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필요가 만들어낸 밀월관계다.

경제에서도 미국은 인도가 필요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해외 기업을 자국으로 부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품의 해외시장 진출 역시 원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로 다자 간 체제를 포기하고 양자관계에 의한 개방과 제한이 형성되는 까닭에 제한조치가 불가피한 중국을 대처할 시장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세계 3위의 소비력을 지닌 인도이다. 경제에서도 인도는 미국이 시진핑의 중국에 대처하기 위한 필수재인 것이다. 인도 역시 미국은 서비스와 인적 자원의 이동에서 불가결한 시장이다.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국정 운영방식도 흡사했다. 공약으로 내세운 국가우선주의와 대중을 선동하는 포퓰리즘 전개에서 비슷한 스탠스를 취했다. 정치행보에서 두 사람의 코드가 일치하여 자연 상대에 대한 교감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트럼프의 개인적인 인도 경험이 좋았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인도를 방문했던 당시 부동산 재벌로서의 트럼프는 뭄바이 75층 고급 아파트 트럼프타워의 착공식에 참석해 ‘인도는 부동산 투자의 최적지’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찬사였다.

‘트럼프 영향권’ 한국 경제 대안 마련에도 인도 필요

훈훈한 양국관계는 돌발사태가 없는 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트럼프 영향권에 직접 노출된 한국 경제가 이런 미국·인도 관계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한국에 대한 압력은 한미 FTA 개정요구와 환율 감시에서 시작될 뿐더러, 중국과 미국의 통상마찰 불똥 역시 중국을 제조기지로 사용하던 한국에도 튈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여타 관계 변화로 말미암아 억지춘향으로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확대가 발표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대증요법 투자정책이 과연 효과적일까? 높은 인건비 등으로 제조투자 확대의 전략이 온전히 지속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상황에 미국과 밀월관계인 인도는 대안이 될 수 없는가?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 확대를 잠정 포기하고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대증요법을 택한 것은 인도시장에 대한 기회 상실은 물론 긴 안목에서의 대미정책에 실수가 될 여지가 크다. 이에 미국을 대하는 한국 경제의 고민에 ‘미국의 필요존재, 인도’가 원용될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