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착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같은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오래 있어서 그 향기를 느끼지 못하면 난초와 지초의 향기에 동화된 것이고, 나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오래 있어도 그 비린내를 맡지 못하면 이 또한 생선 냄새에 동화된 것이다’라고 해 지란지교(芝蘭之交)란 말이 나왔다. 비록 말이 없어도 서로의 처지를 잘 알고 배려해주는 좋은 친구를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힘든 것이 외로움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함께 있다고 생각만 해도 좋고, 또 힘들 때 의지가 되어주며, 다소 서운해도 표현하지 않고, 소나무처럼 늘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는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중과 포숙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관중이 이렇게 말했다. ‘일찍이 내가 가난한 시절 포숙과 함께 장사를 했는데, 이익을 나눌 때 나는 내 몫을 더 크게 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다.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 말하지 않았다. 세상 흐름에 따라 이로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세 번 벼슬길에 나아갔다가 번번이 쫓겨났으나 포숙은 나를 무능하다 말하지 않았다. 내가 시대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싸움터에 나가 세 번 모두 패하고 도망쳤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 비웃지 않았다. 내게 늙으신 어머니가 계심을 알았기 때문이다.’ 관중이 포숙과의 사이를 회고하며 한 유명한 말이 바로 ‘관포지교(管鮑之交)’라고 한다. 요즈음 이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하지만 수많은 사람 중에 자신에게 맞는 친구가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않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장점을 보고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데, 단점을 보고 사귀려 한다면 좋은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포숙은 태음인 같고 관중은 소음인 같다.

태음인 친구는 한없이 자비로워 그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는 ‘엄마 같은 친구’다. 한 번 정을 주면 변함없이 아낌없이 주고, 사사로운 잘못도 인내를 가지고 친구가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항상 격식을 잘 갖추어 대하고 예의가 바르기 때문에 인사도 참 잘하고 칭찬도 아끼지 않고 표현도 정중하다. 늘 상대의 내면을 이해하고 감동을 잘해 조금만 감격해도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공감해주고 격려도 진지하게 잘 해주니 참으로 엄마 같이 든든한 친구다.

소음인 친구는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늘 챙겨주는 ‘알뜰한 친구’다. 소심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마음이 여려 누군가에게 베풀어도 상대방이 느끼지 못하게 아주 살짝 한다. 늘 착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또 자신은 능력이 안 되면 조그만 손 편지라도 써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해주려고 하는 갸륵한 친구다. 또 소음인 친구에겐 늘 즐겁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어야 하고 또 그런 마음에 동화되어 상대방도 착한 마음을 갖게 된다.

소양인 친구는 처음에는 아주 좋은데 갈수록 부담스러운 ‘서비스 같은 친구’이다. 화통해서 비록 처음 만났어도 아주 시원시원하게 일처리를 해주고, 자신의 마음을 ‘조그만 선물’로 항상 준비하고, 또 음식점에 가면 항상 먼저 지갑을 꺼내어 경제적 부담도 거침없이 해준다. 친구의 생일날도 꼭 챙겨주고 경조사에도 빠짐없이 쫓아다니며 우의를 표현해주는 참 괜찮은 친구다. 그런데 원래 보상을 바라고 베푸는 인정은 아닌 줄 알지만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다 보면 굉장히 부담이 느껴지게 된다. 정말 눈이 부시다고 할 정도로 능력이 있고, 다정다감하고, 인정도 많지만 그것이 과연 상대에게 적당한 호의인지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우월성을 내세우기 위한 가식으로도 보이게 된다면 문제가 된다.

태음인과 소음인이 사귀면 아주 이상적인 조합이다. 정말 오손도손 재미있게 ‘사람 사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할 정도로 조그만 일에도 서로 쿵짝이 맞아 서로를 좋아하는 것이 기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친구로서만 좋을 뿐 다른 성과는 얻지 못한다.

태음인과 소양인이 친구가 되면 서로 보완이 될 수 있다. 친구 관계를 넘어서 비즈니스를 함께 해도 잘 맞는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는 파트너로 적합한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소양인이 저지르면 태음인이 뒷수습을 잘 해주고 태음인이 안주하려고 한다면 부추겨서 태음인을 발전시킨다.

소음인과 소양인은 잘 맞지 않는 조합일 수 있다. 소양인이 능력이 되어 잘난 체하는 꼴을 소음인은 질투가 많아 두고 보질 못한다. 소양인은 소음인을 말이 안 통하고 늘 답답한 친구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