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제과업체 롯데제과-오리온-해태제과는 모두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과자 수요가 감소하는 것 그리고 절대 수요인구의 감소 등 여러 요인이 반영돼있다. 그러나 시장 감소라는 문제를 제외하면 각 업체들이 직면한 문제들은 전혀 다른 접근법과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동종업계 업체들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고민들을 하고 있는 제과 업체들. 그 고민의 내용들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롯데제과 “실적 부진에 ‘사드’까지...”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회사로서 기업사(企業史)적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업체다. 아울러 제과업계에서는 수많은 장수브랜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전만해도 롯데제과는 국내 최고의 제과기업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성장한 오리온에 점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6년 롯데제과의 총 연결 매출액은 2조24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의 2조2579억원보다 약 0.4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1444억원에서 1277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 감소로 비용을 절약하고 국내 제과시장(건과, 빙과제외)에서의 점유율이 40.9%에서 41.7%로 증가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한 것은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녹차 맛’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었으나, 이것은 당대의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했다. 같은 기간 경쟁 업체 오리온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개선되는 실적을 기록하며 브랜드 파워에서 롯데제과를 서서히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시장에서의 반(反) 롯데 확산은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의 그늘 그리고 오너리스크?  

2014~2015년 제과업계에서 해태제과의 영향력은 남달랐다. 허너버터칩 파워였다. 이에 틴력을 받은 해태제과는 생산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 이후 해태제과는 시장에서의 높은 기대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7928억원, 3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의 7983억원, 468억원을 하회하는 실적이다.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허니버터칩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 해태제과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계산대로라면 허니버터칩의 증산은 지난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어야 했다. 수익 측면에서 그렇게 효율적인 선택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해태제과의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하면서 지배구조가 달라지는 것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윤영달 회장이 아들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했다. 대기업의 친족 경영권 승계가 그렇게 이질적인 광경은 아니지만, 경영의 효율화가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과연 대내외적으로 옳은 선택인지는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오리온, 아슬아슬 중국시장 

냉정하게 보면 지난해 제과업계에서 소위 ‘1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는 업체는 오리온이 유일하다. 중국-베트남-러시아 제과업계에서 오리온 제품의 영향력은 우리나라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좋은 분위기는 지난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2016년 오리온의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863억 원, 3262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3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된 사례다. 여기에 경쟁사들이 주요 제품의 가격을 모두 인상시킨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 제품의 가격을 동결한 것은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없었다면 대내외의 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오리온에게 ‘사드’ 이슈는 전에 없던 긴장상태를 만들고 있다. 

이미 중국 현지에서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는 주요 제품들이 현지 법인을 통한 생산이 이뤄지고 있어, 아직까지는 중국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일부 지역 언론들이 반한(反韓)을 부추기고 있어 오리온의 현지 법인도 현재 ‘초긴장’ 상태에 돌입해 있다. 오리온의 해외 3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불안감은 오리온에게 적지 않은 부담감이 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조미진 연구원은 “수요 감소와 히트 신상품 부재 등의 측면에서 국내 제과 업체들은 같은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각 업체들은 각자 다른 문제점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며 “롯데제과는 사드 관련 이슈의 원활한 해결,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 이후의 효율적 운영과 실적 개선,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서의 안정적 입지 유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