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로 보험사들의 대출규모가 확대되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정될 경우 지급여력비율(RBC) 감소와 더불어 가계부채 부담이 더욱 늘어나 신규가입자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대출규모를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선 가운데 보험사들의 대출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보 가계대출 76조원 육박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이 아닌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의 가계대출 규모는 2011년 184조원에서 2013년 206조원, 2016년 291조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규모 역시 83조원, 89조원, 119조원으로 뛰었다.

1금융권(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은행의 여신심사를 기존의 담보 위주에서 차주의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환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소득증빙자료를 기존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하고, 신규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할 때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유도한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한도를 산정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에는 대출 이후 거치기간동안에는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됐지만 가이드라인 이후에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며, 대출한도도 생기고 구비해야 하는 서류도 늘어난 셈이다.

▲ 보험 가계대출채권 규모(2016년 1~3분기 기준, 단위 : 억원, 출처=금융감독원)
▲ 보험사별 가계대출 채권규모(2016년 1~3분기 기준, 단위 : 억원, 출처=금융감독원)

2금융권에 대한 대출수요가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의 약관대출도 증가했다.

생명보험사 가계대출채권은 2011년 54조5000억원에서 2013년 63조9000억원, 2016년(3분기) 76조원으로 불었다. 같은기간 손해보험사의 경우 14조4000억원에서 20조3000억원, 29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이 30조9178억원으로 가장 많고, 교보생명 11조4951억원, 한화생명 11조319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화재는 10조6020억원, 현대해상은 5조958억원, 동부화재는 4조3876억원이다.

실제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보험사 대출이 확대됐을 경우는 보험해지도 함께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 출처=보험연구원

지난해 12월 임태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경기순환과 해약환급금'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의 생명보험 해지환급금과 국내총생산의 순환변동요인 간의 상관계수는 -0.47로 나타났다.

임태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해약환급금은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추세보다 감소하고 경기하강 국면에서 증가하는 패턴이 관측된다"며 "보험가입자의 해약행위는 경기와 반경기순환적 관계에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요주며 경기하강 국면 장기화 상황에서 보험계약 해약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로 인한 내수위축이 경기하강 국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재정상태가 악화된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아 해약환급금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 증가가 장기적으로 이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해외투자자들의 국내투자 자금을 달러화 투자로 이동시킬 우려가 있다.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요인이 생긴다. 이는 결국 가계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보험 해지와 신규가입 감소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평가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RBC비율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릴 확률이 크다. 가계부담으로 인한 신규수요 감소와 RBC 하락의 이중고가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

▲ (단위 : 억원, 출처=박용진 의원실, 금융감독원)

실제 지난해 1∼3분기중 보험계약 중도해지로 소비자가 원금손실을 본 금액(납입 보험료-해지 환급금)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쳐 3조2472억원이었다. 연간으로 따졌을 경우 4조원을 훌쩍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 중도해지로 인한 소비자 원금손실 규모는 2012년 4조6000억원에서 2013년 4조4000억원, 2014년엔 4조1928억원을 기록하며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2015년부터 4조8579억원으로 급증했다.

가계대출 규제‧심사강화 추진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해지환급형 상품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저해지환급이란 납입기간중 해지환급금을 축소시키는 대신 보험료도 줄여주는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도해지를 하지 않으면 저렴한 보험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가계에서 보험상품은 가장 마지막으로 해지하는 ‘최후의 보루’인데도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보험상품 기획 단계부터 보험료가 저렴하도록 저해지환급형으로 설계하고 보장범위를 넓히는 특약을 추가하는 등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 대출계약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대출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를 현재 25%에서 30%로 상향조정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목표비중도 45%에서 50%로 높였다. 다음달 3일까지 행정지도 예고기한이 끝나면 시행에 들어가 연말까지 이 비중을 맞춰야 한다. 보험사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대상이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자체적으로도 대출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과는 조금 다르지만 대출심사를 허술하게 했던 동양생명의 경우 미트론 사기를 통해 큰 손실을 입은 사례도 있었다”며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대출심사 강화를 통해 자산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