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 자문위원들에게 2월의 강력한 고용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성장 공약을 실천하는 첫 단계로 나아가는 축하의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에게는, 미국 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시기가 왔다는 최종 확인의 신호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이 둘이 비록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서로 충돌의 방향으로 마주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성장 방침을 거듭 확고히 했지만, 중앙은행은 경제활동 과열 억제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5일, 연준은 억제 방향의 첫 조치(금리 인상)를 시도할 계획이다. 연준은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올릴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그다지 큰 폭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는 여전히 1%를 밑돌 것이고 소비자 및 기업 대출 금리는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일 것이다. 문제는 연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연초 시장의 예상보다 몇 개월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경제가 그만큼 회복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새 행정부의 정책에 딴지를 걸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게 연준은 물론 경제전문가들의 얘기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단지 경제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겨울 미 경제는 별로 춥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고용과 임금이 증가했으며, 경제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경제학자이자 옐런 의장의 전 고문이었던 존 파우스트 교수는 “금리를 조정해서 어떤 종류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그들(트럼프 행정부)도 알고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약 6년만에 처음으로 1분기에 금리를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처럼 빠른 성장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경제가 이미 최대치의 지속가능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에 올해 경제 성장률이 2.1%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속 가능 속도라고 판단한 1.8%보다 더 빠른 추세다.

이런 식의 성장이 지속될 경우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계속 상승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연준의 관점이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더 빨리 올리도록 강요할 수 있으며,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15일 새로운 추정치를 발표할 것이다.

스티브 피어스(뉴멕시코) 공화당 의원이 지난 2월 의회 청문회 옐런 의장에게 조기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 성장을 상쇄시킬 것인가라고 의심스럽게 물었을 때, 옐런 의장은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답했었다.  

옐런 의장은, 경제 성장이 경제적 기초 여건(펀드멘털)의 개선을 반영하는 한, 연준도 빠른 성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면, “그것이 수요를 기반으로 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같은 성장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의회가 세금을 인하하거나 지출을 늘릴 경우 일어날 일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한 것이다.

백악관과 연준은 경제 전망에 있어서도 다른 관점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경제위원회 게리 콘 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일자리 증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것에 대해 매우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준은 지금과 같은 일자리 증가 속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해 5월 5% 아래로 떨어졌다. 그 이후로 고용은 한달 평균 21만5000개의 일자리가 계속 확대됐다. 이는 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한 적절한 일자리 성장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이와 같은 빠른 성장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성인들이 일터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연준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시장에서는 이미 좋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댈러스 연준은 최근 주택 건설 부문에서 텍사스주의 고용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거의 도달했고, 목수, 석공, 벽돌공 같은 숙련공들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보고서를 냈다. 또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평균 시간당 소득은 텍사스 건설 부문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20.3% 증가한 반면, 텍사스의 모든 민간 부문은 5.9%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는 건설업자의 82%가 노동의 비용과 가용성을 주요 관심사로 꼽고 있다.

금리 인상을 향한 연준의 느린 행보는,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차입 비용을 점차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미 국책 주택담보 금융업체 프레디 맥에 따르면 3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 주 4.2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0.5% 포인트 상승했다.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에 대한 이자율도 높아졌다.

은행들은 여신에 대한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더 느린 속도로 저축 예금 이자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쨌든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저축이자도 결국은 오르게 될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오래 동안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경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바로 노동력 참가율(생산연령 인구에 대한 노동력 인구의 비율)이 낮다는 것과 생산성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중산층의 소득이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관점에서 이 문제들은 기준 금리를 유지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옐런 의장은 이번 달 시카고 연설에서 “통화정책은 기술진보를 가져오거나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부양시킬 인구 통계학적 요소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도 향상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과 의회가 그런 근본적인 요인을 개선 할 수 있는 재정정책을 채택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산층을 위한 세금 대폭 완화”를 약속했고, 이에 따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8월 여름 휴회 전에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 설령 지켜진다 하더라도 기업과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쌓이기까지는 몇 개월이 더 걸릴 것이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제학자 제임스 윌콕스 교수는 “그나마 연준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재정 정책은 대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 시장은 모든 일- 재정 지출이나 그로 인한 고용 효과 등 - 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 참모들은 연준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인물을 중앙은행에 임명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버럭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에 대한 심사를 거부함에 따라, 7명의 연준위원 중 2석이 거의 3년 동안 공석 중에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를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지 않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마크 캘러브리아 수석 경제 자문위원은 지난 주 백악관이 조만간 연준과 그 외 기관에 대한 빈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행정부가 아직 인선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요 후보로 거론됐던 GE의 데이비드 네이슨 대표는 최근 자신의 이름이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것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년 2월 옐런 의장의 4년 임기가 끝나면 연준 의장을 교체할 기회를 갖고 있지만, 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