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요법 치료에 대한 부작용 우려로 치료를 꺼리는 여성환자가 늘고 있다. 일부 여성은 호르몬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되는 일반의약품(OTC)을 구매하기도 한다. 골다공증, 우울증 등 사회생활에 부담을 주는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 갱년기,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할까?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2030년 기대수명은 90.82살로 회원국 여성 중 가장 오래 살 것으로 예측됐다. 폐경이 대략 50세 전후(48세에서 55세)에 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국여성은 인생의 반을 폐경인 상태로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폐경이란 여성의 월경이 멈추고 가임 능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을 만드는 난포가 전부 소실돼 더 이상 호르몬 분비를 못해 생리가 멈추게 된다. 월경이 끊어지는 시기를 폐경이라 하며 생식력이 있는 시기로부터 폐경기 이후의 시기를 갱년기 혹은 폐경 이행기라고 한다.

폐경기의 중년여성은 다양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얼굴이나 목덜미, 등쪽이 화끈거리고 일순간 열기가 솟아오르는 듯한 안면홍조다. 불면증, 우울감, 배뇨장애, 성욕감퇴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골다공증, 비만, 심혈관질환은 폐경기 이후에 급증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폐경기 호르몬요법, 암 유발한다?

폐경기 치료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요법이 유방암을 증가시킨다는 발표는 많은 여성들이 호르몬요법을 꺼리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Women’s Health Initiave(WHI)라는 호르몬요법에 대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호르몬요법이 침윤성 유방암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발표했다. 1만명당 8명 정도 발생했고 2명이 추가 사망했다. 이후 다른 관찰 연구에서도 유방암의 위험성이 증가된다고 보고했다.

처음 호르몬제를 시작한 폐경 여성에서 첫 사용 후 5.2년까지는 유방암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암발병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호르몬요법은 받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이 굳어졌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 환자들은 진료하는 의사들은 호르몬치료를 받는 것에 있어 실보단 득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 여성들에게 호르몬치료는 폐경기 여성의 건강을 지켜주고 삶의 질을 올려주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며 “반드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 환자조차도 오로지 유방암의 위험성만 걱정해 사용을 꺼리는 모습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정호 교수에 따르면 자궁을 절제한 여성들은 에스트로겐만 사용하므로 유방암의 위험성이 증가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궁이 있는 여성들에게 자궁 내막을 보호하기 위해 에스트로겐과 함께 사용하는 또다른 여성호르몬 중 하나인 프로게스테론이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7년 정도 병용하면 유방암의 위험성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신 교수는 “그러나 증가하는 위험도는 만명당 4명 정도로 크지 않으며 유방암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만큼 오히려 대장암의 위험성은 감소시키며 혈당 조절을 통해 당뇨의 발생 위험을 줄여 성인병의 위험을 낮추고 골다공증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유방암의 원인이 되는 프로게스테론 대신 자궁내막을 보호해주는 선택적 에스트로겐수용체 조절제를 사용해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도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 약제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는 유방암에 대한 우려로 호르몬 치료를 못하는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석우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르몬요법이 유방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WHI를 포함한 많은 연구들이 고령인 여성을 연구대상자로 선택하는 등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호르몬요법과 유방암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호르몬요법을 통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낮은 정도이기 때문에 유방암에 대해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호르몬요법, 골다공증 위험 감소시켜

에스트로겐 호르몬요법은 특히 폐경기 여성의 골다공증 위험을 감소시킨다.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은 뼈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호르몬으로 폐경이 오면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감하면서 뼈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신정호교수는 “폐경 이후 첫 10년 동안 잃어버리고 약해지는 뼈의 성분이 평생 잃어버릴 양의 절반”이라며 “여성호르몬의 공급은 이런 원인을 교정하기 때문에 뼈의 성분을 유지시켜주고 골절의 위험성을 낮춰준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폐경 이후 첫 10년이 중요한데 이 시기의 골다공증 혹은 골감소증 환자에게는 여성호르몬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며 “한 가지 약제를 오래 사용하는 것 보다는 여러 약제를 사용하는 쪽으로 최근 치료 방향이 정해지고 있는데 폐경 이후 첫 10년 이내에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먼저 하고 이후 다른 골다공증 약제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의 치료제로는 칼슘, 비타민 D, 비스포스포네이트, 부갑상성 호르몬제제 등이 있다.

이석우교수는 “에스트로겐 요법은 파골세포의 활동성을 감소시켜 골소실을 예방하므로 골절 위험이 증가된 60세 이하의 폐경 여성이나 조기폐경 여성에 적절한 일차 선택제”라고 설명했다.

호르몬요법치료에 부담을 느낀 환자들은 처방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부작용 우려도 적은 일반의약품(OTC)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생약인 승마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동국제약의 훼라민큐와 종근당의 시미도나가 있다. 승마추출물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 및 기능을 가지고 있어 갱년기치료제로 사용된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에스트로겐으로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면홍조 등의 증상완화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골다공증이나 당뇨를 예방하는 등 호르몬요법의 장점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밖에 전문의약품(ETC)으로 분류되는 시클로페닐의 경우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해 약한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나타내는 성분이다. 과거 배란유도와 폐경기 증상 치료를 위해 사용됐으나 이후로는 다른 약들보다 효과가 떨어지거나 혈관 등에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

증상별 선택 약제 달라져…전문가 상담받아야

갱년기 증상에 따라서 선택하는 약제도 달라진다. 때문에 갱년기를 맞은 여성은 의사를 만나 먼저 증상에 대한 상담을 받아본 후 관찰만 할지 치료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석우교수는 “안면홍조와 발한 증상은 갱년기 여성이 밖에 나가기 주저하게 만들고 우울증, 예민, 불안감은 가족 및 대인 관계에 지장을 주게 되며 질 건조감은 성생활의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러한 증상들이 있다면 바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병원을 내원하면 먼저 페경증상설문지인 ‘menopause rating scale’ 통해 갱년기 증상의 정도를 평가하게 된다. 갱년기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거나 골밀도가 심하게 저하돼 있는 경우 호르몬요법이 권유된다.

권유에 앞서서도 호르몬요법을 받을 수 없는 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 평가를 시행한다. 환자 평가로 내과적 질환의 동반여부, 호르몬제 복용의 금기 여부, 자궁경부암 검사 및 유방암 검사의 확인, 골반 초음파를 통한 자궁 및 난소의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호르몬제 복용이 금기 사항이 아닐 경우 환자에게 적합한 호르몬제를 찾기 위해 1개월 정도 복용 후 질출혈, 두통, 유방팽만감 등의 부작용을 평가한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고 갱년기 증상의 호전이 된다면 지속적으로 약제를 복용하면서 부작용과 효과를 재평가 할 수 있다.

신정호교수는 “갱년기 증상은 개개인별로 다양하게 겪게 되며 증상의 심한 정도도 매우 다양하다”며 “심하지 않은 증상만 느낀다면 주기적으로 관찰만 하면 되지만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이 영향을 받을 정도라면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도움말: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교수,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이석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