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동화책 읽을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자극적인 소재의 동영상이나 게임은 아이를 단숨에 포로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부모로선 아이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취직시키거나 프로게이머로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적정선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로부터 TV나 스마트폰을 격리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방법이 있다면 어른들이 집안에 있는 TV를 없애고 스마트폰도 쓰지 않는 것뿐이다. 게다가 그 둘을 차단하고 유튜브 금지령을 선포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순순히 동화책을 집어드는 것도 아니다.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마인크래프트나 캐리의 장난감 이야기보다 재미있고 신나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이 교훈이 가득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동화책이라면? 게다가 그렇게 보는 동화가 책으로 읽는 동화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면? 보는 동화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동화책이 부럽지 않은 콘텐츠와 재미, 완성도를 자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질 좋은 동화를 보여주는 스마트폰이 공공의 적이 아닌 아군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 실제로 보는 동화는 읽는 동화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전문 성우들과 베테랑 교사들이 직접 녹음한 수준 높은 동화를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 덕분에 장소의 제약도 거의 받지 않는다. 동화책보다 훨씬 싼 가격은 물론 어른들이 동화책 읽어주느라 체력을 소진할 일도, 동화책 못 읽는다고 핀잔을 들을 일도 없다.

 

▲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는 핑크퐁의 동화 앱. 출처=스마트스터디

실제로 보는 동화가 읽는 동화를 능가하는 시대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뽀로로와 하하만 갖고 있던 ‘○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핑크퐁’이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핑크퐁!”이라는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시작하는 동영상만 틀면 울던 아이가 뚝 그친다는 입소문까지 쫙 퍼졌을까. 분홍색 사막여우를 캐릭터로 한 핑크퐁의 앱 시리즈는 전 세계 1억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이를 만든 스마트스터디란 회사는 창업 6년 만에 올해 매출 170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판 디즈니를 꿈꾼다는 이 스타트업의 홈페이지에는 ‘콘텐츠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습니다’라는 인상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그 행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할지 고민하지만, 콘텐츠 자체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동화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동화책으로부터 멀어진 아이들을 사로잡을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더 재미있고 질 좋은 동화를 만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 대목에서 핑크퐁 제작자들이 강조하는 콘텐츠 철학이 흥미롭게 들린다. 그들에 따르면 유아용 콘텐츠는 어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를 한 사람의 엄연한 소비자로 생각하고 유치하지 않게, 내가 봐도 재미있게 만들기 마련이란 논리다.

 

▲ 보는 동화의 영역을 넓힌 시원스쿨의 영어 동화 프로그램. 출처=시원스쿨

보는 동화를 권하는 핑크퐁의 프로포즈는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여우 캐릭터를 활용한 사운드 인형이다. 키가 38㎝쯤 되는 이 ‘핑크퐁 사운드 인형’은 상어 가족, 티라노사우르스, 방귀 시합 등 핑크퐁 앱과 유튜브 채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동요와 동화를 두루 담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그보다 앞서 802편의 교육용 콘텐츠가 담긴 빔 프로젝터인 ‘핑크퐁 빔 그림자놀이 에디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제품은 아이들이 손이나 도구로 자유롭게 그림자 캐릭터를 만드는 그림자 놀이가 가능하다. 잠자리에 들지 않고 계속 놀고 싶은 아이들을 침대로 불러들이는 동화책 고유의 역할을 대신 하는 셈. 이렇듯 보는 동화의 영역은 무한에 가깝다. 올 초 혜성처럼 등장한 시원스쿨 패밀리탭의 스토리북은 세하영(‘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영어 책’의 줄임말) 26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온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영어 동화 콘텐츠인 세하영은 3단계의 난이도로 나뉘어져 있어 학습자 수준에 맞게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영어 듣기, 한국어 듣기, 교차 읽기, 녹음, 퀴즈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 자연스러운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따분한 동화책과 어려운 영어 회화 두 마리 토끼를 한방에 잡아 아이와 학부모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심산인 것이다.

핑크퐁과 세하영이 주는 교훈은 명쾌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읽어주느냐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인가 하는 콘텐츠인 것이다. 그동안 아빠들은 동화책 읽기에 있어 엄마와 할머니에 미치지 못하는 넘버3 신세를 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읽어주는 것이 아빠 된 자의 도리가 아닌가. 다만 국어책 읽듯이 해 아이가 지루해한다면 보는 동화를 틀어주고 같이 ‘즐감’하는 방법도 있다. 보는 동화의 시대가 육아에 서툰 아빠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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