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할 대상 ‘타깃 오디언스’를 설정하라고 하더군요. 각 이해관계자 우선순위를 지정해서 그에 따라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타깃 오디언스를 전 국민으로 하면 어떤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효율성’이라는 축과 ‘효과성’이라는 축 간의 밸런스를 고민합니다. 아무리 효율성이 크다 하더라도 효과성이 반감되면 안 되고요. 반대로 효율성은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효과성은 크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됩니다.

특히나 위기 시 진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두 축에 여러 변수들이 더 투영됩니다. 일단 ‘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겨납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의 밸런스를 다투더라도 그 결정이나 실행에 있어 ‘시간’이라는 변수를 해치는 상황이 생긴다면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인식’이라는 변수도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들이 단박에 사라져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우리가 그것을 통제하려 시도하는 것이 현재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질문에서 ‘타깃 오디언스’를 이야기했는데요.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 국민이라는 타깃 오디언스는 평시에도 통제 불가능 또는 접근 불가능한 타깃 설정입니다. 물론 ‘효과성’은 때때로 클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유효한 수준으로 설득하는 데에는 너무 과도한 ‘효율성’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해당 위기관리에 정말 필요 충분한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국민이 해당 위기 상황을 아직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예 인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해당 기업과 문제에 별반 관련이 없어, 관심이나 아무런 인식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말 그대로 매쓰(Mass)한 접근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대부분 ‘위기 시 타깃 오디언스를 정확하게 정의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이 의미는 해당 위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우선순위를 두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효율성, 효과성, 시간, 감정, 인식 등의 전략적 고려 사항을 감안하기 이전에, 아주 당연한 ‘대상’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고, 억울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케이션의 ‘직접 대상’으로 놓는 것은 아주 단순한 상식입니다.

그들을 ‘제외하고’ 커뮤니케이션해서 해당 위기를 관리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대로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수면 위와 아래에서 어떤 접근자를 통해서라도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케어(Care)해야 맞습니다. 즉, 그들에 대한 ‘관리(Management)’ 성패가 위기관리 전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도 됩니다.

그렇게 보면 타깃 오디언스의 규모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로 인해 아주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고객 또는 고객 수십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이 포함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 시설의 사고로 인명을 달리한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과 가족들 또한 해당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수십에서 수백 명의 ‘실명’ 타깃 오디언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회사가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입니다.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실제로 피해를 입은 그들의 것보다 더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해야만 하는 노력’에 대한 고통을 피하는 회사는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신 ‘익명’으로 해당 위기와 별반 관계없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습니다. 회사는 핵심 타깃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못하면서, 언론사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합니다. 정부나 국회에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과 광고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려 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핵심 타깃은 대체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