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장격인 세계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최대 석유생산기업인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의 2018년 상장을 앞두고 의욕적으로 유가를 부양시키려하고 있지만 유가가 상승하기는커녕 50달러 아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출처=investing.com

사우디는 작년 말 감산합의 이후 꾸준히 감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비(比)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에 미온적이고 미국의 산유랑은 증가일로를 보이고 있다. 3월 혹은 4월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연장 협상을 앞둔 가운데 향후 유가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우디 석유장관, 러시아 등 감산의무 준수 경고..감산연장 협상 난항 전망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지난주 휴스턴에서 열린 CERAWeek 컨퍼런스에서 감산 일정을 하반기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감산에 동참키로 한 비 OPEC 산유국들에게 감산합의를 생산능력 확대기회로 활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감산 이행률이 33%에 그친데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또한 “미 셰일오일 공급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감산을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고 연장 여부는 원유재고가 5년 평균치까지 얼마나 빨리 되돌아 가느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번 알-팔리 장관의 발언은 지난 1월 감산이 시작된 이후 사우디의 가장 공격적인 반응으로 평가된다. 이에 오는 3월~4월 진행될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연장 협상이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 원유재고 급증, 4월부터 해소될 듯

미국의 원유재고가 급증한 이유는 원유 생산과 수입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시장예상치보다 4배 이상 증가한 820만 배럴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미국의 원유재고는 9주 연속 증가했다. 특히, 미국원유재고 급등추세는OPEC의 감산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감을 확산시키면서 유가를 다시 50달러 선으로 끌어내렸다.

 

미국 원유재고가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내 원유 생산 증가다. 지난해 7월초 하루 평균 842.8만배럴 수준까지 하락했던 미국 내 원유생산은 지난주 908.8만배럴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7월초 대비 원유생산이 7.8% (약64만배럴) 증가한 것이다. 물론 전고점 수준(920만배럴)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완만한 생산회복 추세가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가일로을 보이고 있는 미국 원유 생산량. 출처=미국에너지정보청(EIA)

원유 수입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원유 수입규모는 하루 평균 815만 배럴로 그 전주에 비해 56.1만배럴 증가했다. 원유수입 규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원유생산 확대와 더불어 원유수입증가로 원유공급량이 확대되면서 원유재고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원유소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정유설비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원유재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온화했던 미국 겨울날씨 역시 원유재고 증가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수급 여건과 계절적 특성을 감안할 때 원유재고 증가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드라이빙 시즌(6월~8월) 수요가 본격화되는 4월부터는 원유재고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 역시 4월을 고점으로 상업 원유재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우디-아람코IPO, 美-채산성때문에...단기 불확실성 조정 후 유가 안정화 예상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조정세를 보인 후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는 아람코IPO, 미국은 셰일유전의 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가가 현재수준보다 더 하락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8년 아람코 IPO를 준비하고 있는 사우디가 지금 다시 치킨게임을 시작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감산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에 맞서, 혹은 앞으로 진행될 감산연장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소극적인 점유율 확보 정책을 단행할 수 있다”며 “공식판매가격(OSP)를 추가 인하하거나 원유생산량을 줄인 채 수출만 확대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럴 경우 2분기 아시아 정제수요 둔화와 맞물려 단기적인 국제유가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사우디가 아람코IPO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유가부양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큰 폭의 유가하락을 초래할 수 있는 대응은 자제할 것이다. 이번 유가조정 양상은 가격조정보다는 기간조정의 형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도 “사우디 아라비아가 다시 시장점유율 전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적정 IPO 공모가를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과 높은 유가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알-팔리 장관이 밝힌 배럴당 60달러 목표를 감안하면 최근 발언은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산유국들의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 원유재고에 대해서는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정유시설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까지 최소 4월까지는 계절적인 미 원유재고 증가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50달러를 하회한 유가의 하방 변동성도 당분간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또한 “배럴당 50달러 하단에서 미 원유시추업체들의 유정투자 둔화도 불가피해 유가는 45달러 부근에서 하방경직성을 점차 강화할 것”이라며 “단기 불확실성 아래 석유시장 수급 재균형을 목표로 산유국들의 공조(共助)가 다시 실현되면 유가의 하방 변동성 강화와 동시에 향후 반등을 지지하는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